살아남는 이들
천사에게 구출됨
사형 집행을 앞둔 마지막 밤, 하늘의 명령을 받아 한 힘센 천사가 베드로를 구출하기 위해 내려왔다. 하나님의 성도를 가둔 튼튼한 문이 사람의 손도 대지 않고 열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천사가 감옥 안에 들어가자 그 문은 다시 그의 뒤에서 소리없이 닫혔다. 굳은 암석을 파서 만든 감방에 천사가 들어가자, 양편에 있는 두 힘센 파수병들에게 쇠사슬로 결박되어 있는 베드로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천진하고 평화스러운 단잠을 자고 있었다. 천사를 둘러싼 빛이 감방 안에 비치었지만 잠자고 있는 사도 베드로는 잠을 깨지 않았다. 그의 잠은 활력을 주고 소생시키는 단잠으로서 착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의 참된 안식이였다. SR 294.3
베드로는 천사의 손이 자기를 치며 “급히 일어나라”고 말하는 그의 소리를 듣고야 잠에서 깨었다. 베드로는 한줄기의 빛도 비친 일이 없는 감방이 하늘의 빛으로 환하게 되고 그 가운데 찬란한 영광중에 한 천사가 자기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베드로는 기계적으로 천사의 말을 따랐다. 그의 손을 쳐들자 쇠사슬이 그의 손에서 풀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다시 천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띠를 띠고 신을 들메라”고 하였다. SR 295.1
베드로가 다시 기계적으로 따르면서 놀라운 눈으로 하늘의 방문객을 주목하고 자기가 꿈을 꾸든지 혹은 계시를 보고 있다고 믿었다. 무장한 군인들은 천사가 “겉옷을 입고 따라오라”고 명령할 때에 마치 대리석상처럼 움직이지를 못하였다. 이렇게 해서 천사는 문쪽을 향하여 가고 본래 말하기 좋아하던 베드로는 놀라움으로 벙어리가 되어 따라가기만 했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 파수병을 지나 튼튼히 잠그고 빗장을 지른 옥문에 이르자 그것은 저절로 열리고 곧 닫혔다. 그 때까지도 문의 안팎에 있던 파수병들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SR 295.2
역시 안팎으로 수비하고 있는 둘째 문에 이르자 첫번째 문과 같이 삐꺽 소리나 덜컹거리는 소리도 없이 열렸다. 베드로와 천사가 나가자 그 문도 소리 없이 닫혔다. 그들은 셋째 문도 같은 방법으로 통과해서 마침내 큰 길에 나오게 되었다. 아무 말소리도 없었고 발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찬란한 빛이 조용히 흐르는 가운데 천사가 앞서서 소리없이 나가고 베드로는 꿈속에서처럼 몽롱한 가운데 자기를 구출해 주는 자를 따라갔다. 길을 몇 개나 건너서 위험을 헤치며 지나온 후에 천사는 구출 작업을 완전히 마치자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SR 295.3
하늘의 광채가 사라지자 베드로는 자신이 깊은 어둠 속에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둠이 점차 사라지자 자신이 조용한 길거리에 혼자 서 있고 찬 밤공기가 뺨을 스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서야 그가 당한 일이 꿈도 아니요 계시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베드로는 자기가 있는 곳이 자기가 잘 아는 도시요 과거에 자주 다니던 곳임을 알았다. 이 곳은 이튿날 자기가 사형장으로 갈 때 최후로 지나리라고 예상했던 곳이다. 그는 몇 분 전에 일어났던 일을 회상해 보려고 했다. 그는 두 병사 사이에 결박되어 신과 겉옷을 벗은 채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였다. 그가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니 신을 잘 신고 띠도 잘 맨 것을 알았다. SR 296.1
잔인한 쇠고랑에 묶이어 부풀은 그의 손목은 이제 쇠사슬이 풀렸고 그가 자유스러운 몸이 된 것이 환상이 아니고 복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날 사형을 받기로 되어 있던 베드로를 천사가 감옥에서, 사망에서 구원해 준 것이다. “이에 베드로가 정신이 나서 가로되 내가 이제야 참으로 주께서 그의 천사를 보내어 나를 헤롯의 손과 유대 백성의 모든 기대에서 벗어나게 하신 줄 알겠노라”고 하였다. SR 2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