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이들
효성에 관한 교훈
예수께서는 당신의 죽음을 보려고 모여 온 군중들 속에서 십자가 밑에 요한이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를 부축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어머니는 다시 그 무서운 장면으로 돌아왔다. 그는 도무지 아들에게서 떨어져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예수께서 마지막으로 교훈하신 것은 곧 효성에 관한 것이다. 예수는 슬픔이 넘치는 어머니의 얼굴과 요한의 얼굴을 내려다 보셨다. 그리고 모친에게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또한 그 제자에게 “보라 네 어머니라” (요 19:27)고 하셨다. 요한은 예수의 말씀과 자기에게 위탁하신 신성한 임무가 무엇인지를 잘 알았다. 요한은 즉시 그리스도의 어머니를 갈바리의 참혹한 장면에서 딴 곳으로 모시고 갔다. 그 때부터 요한은 그 어머니를 자기 집에 모시고 효성이 지극한 아들처럼 잘 봉양하였다. 그리스도의 어버이에 대한 사랑의 온전한 모본은 여러 세대를 통하여 찬연하게 빛을 발한다. 예수께서는 극심한 고통 중에서도 당신의 어머니를 잊지 아니하셨을 뿐만 아니라 그의 장래를 잘 예비하셨다. SR 224.1
그리스도의 지상 생애의 사명은 이제 거의 완성되었다. 그는 혀가 타 들어가자 “내가 목 마르다”고 외치셨다. 그 때에 어떤 사람이 해융에 초를 적시어 예수께 드렸다. 그러나 예수께서 맛 보시고는 받지 않으셨다. 그리하여 이제 생명과 영광의 주께서 인류의 속죄 제물로서 운명하시는 것이다. 그리스도에게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게 하고, 그처럼 마시기 어려운 쓴 잔을 만들어 마침내 하나님의 아들의 심장을 파열시킨 것은 죄 바로 그것이었다. SR 224.2
사람의 대리자요 보증인이 되신 그리스도께서는 사람의 죄악을 담당하셨다. 사람을 율법의 저주에서 속량하시기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대신 저주를 받으신 것이다. 각 시대의 아담의 후손들의 죄악은 예수의 마음을 짓눌렀고 범죄로 인하여 나타내신 하나님의 진노와 불쾌하심은 하나님의 아들의 심령을 경악으로 가득 채웠다. 극심한 고통을 당하실 때 아버지께서는 자신의 얼굴을 구주에게서 돌리셨고 이것은 사람들이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슬픔으로 구주의 마음을 찔렀던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이 십자가에서 참으신 모든 비통과 그 머리와 손과 발에서 흐르는 핏방울과 그 몸을 파열시킨 고통의 몸부림, 그리고 하늘 아버지께서 당신의 얼굴을 아들에게서 돌리실 때 그의 마음에 가득 찼던 말할 수 없는 고민,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아들이 극히 잔악한 죄를 몸소 지시겠다고 동의하신 인류에 대한 사랑에서라는 것과 예수께서 사망의 권세를 깨뜨리고 낙원과 영생으로 갈 문을 열어 주시려는 것이라고 말해 주는 것이다. 사나운 바다 물결을 잠잠하게 하시며, 거품이 이는 흉용한 파도 위를 걸어 다니신 예수, 손을 안찰하사 사귀를 떨게 하시며, 질병을 고쳐 주시고 죽은 자를 살리시며, 눈먼 자를 보게 하신 예수는 마침내 자신을 내주어 사람을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희생 제물이 되셨다. 죄를 담당하신 예수께서는 죄악의 법적 형벌을 받으셨고 사람을 위하여 죄 그 자체가 되셨다. SR 225.1
사단은 맹렬한 시험으로써 예수의 마음을 괴롭혔다. 예수께서 보시기에 심히 가증한 죄악들이 그분 위에 쌓이고 쌓여 마침내 그는 죄악의 무거운 짐에 눌려 신음하셨다. 그 두려운 시간에 인성을 가지신 예수께서는 떠신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천사들은 경이에 찬 눈으로 하나님의 아들의 절망적인 고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마음속에 당하신 고통이 육신의 고통보다도 너무 커서 육신의 고통은 별로 느끼지 못하셨다. 하늘의 천군들은 그 무서운 광경을 차마 보지 못하고 얼굴을 가리웠다. SR 225.2
무생물계도 모욕을 당하시고 죽어가는 저희 창조주를 동정하였다. 태양은 그 두려운 광경을 목도하기를 거부했다. 햇빛이 정오에는 땅을 강렬히 비췄으나 갑자기 그 빛을 거두어 버렸다. 흑암은 장례식의 휘장처럼 완전히 십자가와 그 주위를 완벽하게 뒤덮었다. 이 흑암은 세 시간 동안이나 십자가를 덮고 있었다. 오후 세시가 되어서야 흑암이 사람들에게서 사라졌으나 오히려 흑암은 외투처럼 구주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노한 번개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치는 듯했다. 그 때에 예수께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를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막 15:34). SR 2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