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와 선지자
64장 도망자 다윗
골리앗이 살해된 후 사울은 다윗을 그와 함께 있게 하고 그의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도록 허락지 않았다. 그 동안에 “요나단의 마음이 다윗의 마음과 연락되어 요나단이 그를 자기 생명같이 사랑하니라.” 요나단과 다윗은 의형제의 언약을 맺었다. 왕의 아들 요나단은 “자기의 입었던 겉옷을 벗어 다윗에게 주었고 그 군복과 칼과 활과 띠도 그리하였더라.” 다윗은 중요한 책임을 맡았으나 겸손함을 잃지 않았고 왕의 가족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사랑도 받았다. PP 649.1
“다윗이 사울의 보내는 곳마다 가서 지혜롭게 행하매 사울이 그로 군대의 장을 삼았더”라. 다윗은 사려 깊고 충성스러웠으며, 그것은 하나님의 축복이 그와 함께 하신다는 증거였다. 사울은 가끔 자기 자신이 이스라엘을 다스리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여호와의 지도를 받은 사람이 그와 함께 있다면 나라가 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사울은 그가 다윗과 교통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방벽이 되리라고 믿었다. 다윗이 여호와의 총애와 보호를 받는 한 사울이 그로 더불어 전쟁에 나간다면 사울에게 방벽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PP 649.2
다윗이 사울과 관계를 갖게 된 것은 하나님의 섭리하신 바였다. 다윗이 궁정에서 직분을 맡게 된 것이 그로 하여금 국사에 대한 지식을 얻게 하고 장차 그가 위대하게 될 때를 위한 준비를 갖추게 해주었다. 이것은 그로 국민의 신임을 얻을 수 있게 했고 사단의 적의를 통하여 그에게 닥치는 파란곡절과 고난은 그로 하나님을 의지하고 전적으로 신뢰하게 해주었다. 다윗에 대한 요나단의 우정도 역시 장래의 이스라엘의 통치자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였다. 이 모든 일로 하나님께서는 다윗과 이스라엘 양편을 위한 당신의 은혜로우신 목적을 이루고 계셨다. PP 649.3
그렇지만 다윗에 대한 사울의 친절은 오래 가지 못했다. 사울과 다윗이 블레셋 사람과의 전쟁에서 돌아올 때에 “여인들이 이스라엘 모든 성에서 나와서 노래하며 춤추며 소고와 경쇠를 가지고 왕 사울을 환영하”였다. 한 무리가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라고 노래할 때에 다른 무리가 그 노래를 받아서 “다윗은 만만이로다”라고 화답하였다. 왕의 마음에 질투심이 일어났다. 왕은 이스라엘 여인들의 노래에서 다윗이 자기보다 더 높임을 받은 까닭에 분노하였다. 그는 이 질투의 감정을 억제하는 대신에 그의 품성의 약점을 드러내어 “다윗에게는 만만을 돌리고 내게는 천천을 돌리니 그의 더 얻을 것이 이 나라밖에 무엇이냐”고 부르짖었다. PP 650.1
사울의 품성의 큰 결점은 칭찬받기를 좋아하는 것이었다. 이 특성은 그의 행동과 사상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쳐서 모든 일을 칭찬과 자기를 높이려는 욕망으로 행하였다. 옮은 일과 그릇된 일에 대한 사울의 표준은 사람들의 칭찬에 좌우되는 저급한 표준이었다. 먼저 하나님의 칭찬을 받으려고 노력하지 아니하고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고 애쓰는 자들은 아무도 안전하지 못하다. 사람들의 판단에서 첫째가 되는 것이 사울의 야망이었다. 이 찬양의 노래를 듣고 있는 동안에 왕의 마음에는 다윗이 백성의 인심을 얻어 자기를 대신하여 왕위에 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굳어져 갔다. PP 650.2
사울은 마음 문을 열어 질투심이 들어오도록 용납함으로 자기 영혼을 중독시켰다. 왕은 하나님께서는 당신께서 택하신 일은 무엇이든지 성취하시고 아무도 그것을 방해할 수 없다는 교훈을 선지자 사무엘에게 배웠다. 그런데도 그는 하나님의 계획이나 능력에 대한 참 지식이 없음을 드러내었다. 이스라엘의 군주는 그의 뜻으로 무한하신 하나님의 뜻을 반대하고 있었다. 사울은 이스라엘 왕국을 다스리던 기간에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그는 그의 충동적인 감정이 그의 판단을 지배하도록 허락함으로 인해 마침내 맹렬한 감정에 휩쓸려 들어갔다. 그는 분노를 격발하였고 그런 때는 감히 그의 뜻을 거스르는 자는 누구든지 죽이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의 분노는 낙담과 자기 경멸로 변하고 그의 마음은 후회로 가득 차곤 했다. PP 650.3
사울은 다윗이 타는 수금 소리를 듣기 좋아했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악신은 한동안 물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하루는 다윗이 그의 앞에서 섬기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악기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을 때에 사울은 그의 음악가에게 창을 던졌다. 다윗은 하나님의 개입하심으로 보호함을 받아 상처를 입지 아니하고 미친 왕의 분노에서 피하였다. PP 650.4
사울은 다윗에 대한 질투심이 증가함에 따라 더욱더 다윗의 생명을 취할 기회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호와의 기름부음을 받은 자를 해하려는 사울의 계획은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사울은 그를 다스려온 악신의 지배에 자기 자신을 맡겼으나 다윗은 권고에 능하시고 구원하는 일에 강하신 하나님을 신뢰하였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잠 9:10)므로 하나님 앞에서 완전한 길로 행하기를 바라는 다윗의 기도가 끊임없이 하나님께로 향했다. PP 651.1
그의 적수를 멀리 떼어 두기를 갈망한 왕은 “그로 자기를 떠나게 하고 천부장을 삼”았으나 “온 이스라엘과 유다는 다윗을 사랑하였”다. 백성들은 다윗이 유능한 사람이며 그의 손에 맡겨진 일들은 지혜롭고 솜씨 있게 처리된다는 사실을 빨리 알았다. 다윗의 권고는 현명하고 신중한 성격의 권고였으므로 안전히 따를 수 있음이 판명된 반면에 사울의 판단은 때때로 믿을 수 없었고 그의 결정은 현명하지 못했다. PP 651.2
사울은 항상 다윗을 죽일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여호와께서 다윗과 함께 하시는 것이 분명했으므로 다윗을 두려워하였다. 다윗의 흠 없는 품성은 왕의 분노를 일으켰고, 왕은 바로 다윗의 그러한 품성이 자신의 품성과 대조를 이루어 자기를 비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사울을 비참하게 만들고 그의 왕좌 아래 있는 겸손한 신하를 위험에 처하게 한 것은 바로 질투심이었다. 이 품성의 악한 특성은 이 세상에 얼마나 말할 수 없이 많은 재해를 가져왔는가! 사울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던 그 적의는 가인의 마음을 흔들어 그 아우 아벨을 해하게 한 바로 그 적의였는데 아벨의 행위는 의로워서 하나님께서 그를 높이셨고 가인의 행위는 악하여 여호와께서 그에게 축복할 수 없으셨다. 질투심은 교만의 소산이며 만일 그것을 마음속에 품으면 그것은 증오심을 낳고 마침내 보복과 살인을 행하게 할 것이다. 사단은 사울의 마음속에 자기를 결코 해한 일이 없는 자에 대한 분노를 자극함으로 자신의 품성의 어떠함을 나타내었다. PP 651.3
왕은 다윗을 면밀히 감시하여 그를 멸망시킬 구실이 될 수 있는 어떤 몰지각하고 경솔한 사건을 찾고자 하였다. 왕은 이 젊은이의 생명을 취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악한 행위가 국민 앞에서 정당화되기까지는 만족할 수 없다고 느꼈다. 왕은 다윗에게 여전히 큰 용기를 가지고 블레셋 사람과 전쟁을 하면 그의 담력의 보상으로 왕가의 큰 딸과 결혼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함으로 다윗의 발에 올무를 놓았다. 이 제의에 다윗은 겸손히 “내가 누구며 이스라엘 중에 내 친속이나 내 아비의 집이 무엇이관대 내가 왕의 사위가 되리이까”라고 대답하였다. 군주는 공주를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냄으로 그의 성실치 못함을 나타냈다. PP 651.4
다윗에 대한 사울의 막내딸 미갈의 애정은 왕으로 하여금 그의 적수를 해할 음모를 꾸밀 다른 기회를 제공하였다. 사울은 다윗에게, 제시한 수효의 원수를 격멸하고 살해하면 미갈을 그에게 출가시키겠다고 제의하였다. “사울의 생각에 다윗을 블레셋 사람의 손에 죽게 하려함이라.”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종을 보호하셨다. 다윗은 승리자로서 전쟁에서 돌아와 왕의 사위가 되었다. “사울의 딸 미갈도 그를 사랑하였”으며 분노한 왕은 그의 음모가 그가 멸하고자 한 자를 높이는 결과가 되었음을 알았다. 왕은 이 사람이야말로 여호와께서 자기보다 낫다고 말씀하신 자이며 그를 대신하여 이스라엘의 왕위에 군림할 자임을 더욱더 확신하게 되었다. 왕은 모든 가면을 벗어 버리고 직접 요나단과 궁정의 신하들에게 그가 미워하는 자의 생명을 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PP 652.1
요나단은 왕의 의도를 다윗에게 알리고 그가 그의 아버지에게 이스라엘의 구원자의 생명을 아끼도록 간청할 동안 숨어 있으라고 명하였다. 요나단은 왕의 앞에서 다윗이 민족의 명예와 생명을 보존하기 위하여 행한 일과 하나님께서 그들의 원수를 흩으시려고 쓰신 자를 죽인다면 얼마나 무서운 죄가 그를 살해한 자에게 내리겠느냐고 말했다. 왕의 양심은 찔림을 받고 그의 마음은 부드러워졌다. “사울이…맹세하되 여호와께서 사시거니와 그가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리라”고 하였다. 다윗은 사울에게 나아와 전에 하던 바와 같이 그의 앞에서 섬겼다. PP 652.2
다시 이스라엘 사람과 블레셋 사람 사이에 전쟁이 선포되었고 다윗은 군사를 이끌고 원수를 대적하였다. 히브리 군사들은 대승리를 거두었고 그 영토의 백성들은 다윗의 지혜와 영웅적 행위를 찬양하였다. 이 일은 사울이 다윗에게 전부터 가지고 있던 증오심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다윗이 왕 앞에서 수금을 타고 있는 동안 온 궁전은 아름다운 곡조로 충만했다. 그때 사울은 질투심에 사로잡혀 음악가를 벽에 박으려는 생각으로 다윗에게 단창을 집어 던졌다. 그러나 여호와의 천사는 그 치명적 무기를 옆으로 빗나가게 하였다. 다윗은 피하여 자기 집으로 도망하였다. 사울은 정탐꾼을 보내어 그들로 하여금 다윗이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에 잡아 죽이게 하였다. PP 652.3
미갈은 그의 아버지의 의도를 다윗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그는 다윗에게 그의 생명을 위하여 도망하라고 강권한 후 그를 창문으로 달아내려 도망할 수 있게 하였다. 다윗은 라마에 있는 사무엘에게로 피하였고 왕의 불쾌히 여김을 두려워하지 않는 선지자는 도피자를 환영하였다. 사무엘의 집은 왕궁과는 대조적으로 평화스러운 곳이었다. 산중에 있는 이 집에서 여호와의 존중히 여김을 받는 종은 그의 사업을 계속하였다. 선지자의 무리가 사무엘과 함께 있고 그들은 하나님의 뜻을 면밀히 연구하고 사무엘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교훈의 말씀을 경건히 듣고 있었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교사에게서 귀중한 교훈을 배웠다. 다윗은 사울의 군사들이 이 신성한 장소에 침입하도록 명령을 받지 않으리라고 믿었으나 절망적인 왕의 어두운 마음은 신성한 곳도 분별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윗과 사무엘의 교통은 왕의 질투심을 일으켰으니 이는 온 이스라엘을 통하여 하나님의 선지자로 존경을 받는 사무엘이 사울의 적수에게 입신출세토록 감화를 끼치지나 않을까 함이었다. 왕은 다윗이 있는 곳을 알았을 때에 관원들을 보내어 그를 기브아로 데려오게 하였고, 거기서 그의 살해 계획을 수행하려고 하였다. PP 653.1
사자들은 다윗의 생명을 취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출발하였으나 사울보다 더 크신 하나님이 그들을 제어하셨다. 그들은 발람이 이스라엘을 저주하러 가는 도중에 천사를 만난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은 천사들을 만났다. 사자들은 장차 일어날 일에 대해 예언하기 시작해서 여호와의 영광과 위엄을 선포하였다. 이와 같이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분노를 권세로 눌러 소멸하시고 당신의 능력을 나타내사 악을 제재하시는 한편 천사들의 호위로 당신의 종을 보호하셨다. PP 653.2
다윗을 그의 수중에 넣기 위해 몹시 기다리고 있는 사울에게 그같은 기별이 전달되었다. 그러나 사울은 하나님의 책망을 깨닫는 대신에 더욱더 분노하여 다른 사자들을 보냈다. 이들도 역시 하나님의 감동을 입어 먼저 사자들과 함께 예언하였다. 왕은 세 번째 대사들을 파송했으나 그들도 선지자의 무리에게 왔을 때에 역시 하나님의 능력을 입어 예언하였다. 그 후에 사울은 자기가 친히 가기로 결정하였다. 이는 그의 맹렬한 적개심을 제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울은 다윗을 죽일 기회를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결심하고 그는 다윗에게 가자마자 결과야 어떻게 되든 자기 손으로 그를 죽이기로 작정하였다. PP 653.3
그러나 하나님의 천사가 도중에 그를 만나 그를 제어하였다. 하나님의 성령이 그의 능력으로 사울을 붙들어 그로 하여금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고 예언도 하고 거룩한 노래를 부르면서 걸어가게 하였다. 그는 세상의 구주로서 메시야가 오실 것을 예언하였다. 라마의 선지자의 집에 왔을 때에 사울은 그의 신분을 나타내는 겉옷을 벗고 하나님의 성령의 감화 아래서 종일 종야 사무엘과 그 생도들 앞에 누웠었다. 백성들은 이 경이로운 광경을 보려고 모여들었고 왕의 경험은 원근에 널리 알려졌다. 그리하여 그의 치세의 끝에 가까이 이르러서 이것은 사울도 선지자 중에 있었다는 이스라엘의 속담이 되었다. PP 654.1
다시 박해자의 목적은 좌절되었다. 사울은 다윗과 화친할 것을 보증했으나 다윗은 왕의 회개를 조금도 신임하지 않았다. 다윗은 왕의 마음이 전처럼 변할 것을 염려하여 이 기회를 이용하여 피하고자 하였다. 다윗은 몹시 상심하여 그의 친구 요나단을 다시 한 번 보기를 갈망하였다. 자기의 무죄를 의식한 다윗은 왕의 아들을 찾아가 가장 감명적인 호소를 하였다. 다윗은 “내가 무엇을 하였으며 내 죄악이 무엇이며 네 부친 앞에서 나의 죄가 무엇이관대 그가 내 생명을 찾느뇨”라고 물었다. 요나단은 그의 아버지가 의도를 바꾸어 더 이상 다윗의 생명을 취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하여 요나단은 다윗에게 말하기를 “결단코 아니라 네가 죽지 아니하리라 내 부친이 대소사를 내게 알게 하지 아니하고는 행함이 없나니 내 부친이 어찌하여 이 일은 내게 숨기리요 그렇지 아니하리라”고 하였다. 하나님의 능력이 뚜렷이 나타난 후에는 요나단은 자기 아버지가 아직도 다윗을 해하려고 한다고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은 하나님께 대한 반역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윗은 믿지 않았다. 다윗은 요나단에게 매우 간절한 말로 “여호와의 사심과 네 생명으로 맹세하노니 나와 사망 사이는 한 걸음뿐이니라” 하였다. PP 654.2
월삭에는 이스라엘 나라에서 거룩한 축제를 거행하였다. 이 축제일은 다윗과 요나단이 회견한 다음날이었다. 이 잔치에 두 젊은이는 왕의 식탁에 참석해야 하였으나 다윗은 참석하기를 두려워하고 베들레헴에 있는 그의 형님들을 방문하기로 작정하였다. 귀로에 그는 잔치하는 곳에서 멀지 않은 들에 숨을 것이었다. 다윗은 3일 동안 자신을 왕 앞에 드러내지 않을 것이었다. 요나단은 사울의 동태를 살필 것이었다. 그리고 만일 이새의 아들이 어디 있느냐고 물을 때에는 요나단은 그가 그의 아버지의 가족들이 청한 제사에 참예하러 집에 갔다고 말해야 하였다. 만일 왕이 분노를 표시하지 않고 “좋다”고 대답하면 다윗이 궁정에 돌아와도 안전할 것이다. 만일 다윗이 없는 데 대하여 왕이 분노하게 되면 다윗은 도망하기로 결정해야 하였다. PP 654.3
잔치의 첫 날에는 왕은 다윗이 오지 않은 데 대하여 아무것도 묻지 않았으나 그 자리가 둘째 날에도 비어 있자 왕이 묻기를 “이새의 아들이 어찌하여 어제와 오늘 식사에 나오지 아니하느뇨 요나단이 사울에게 대답하되 다윗이 내게 베들레헴으로 가기를 간청하여 가로되 청컨대 나로 가게 하라 우리 가족이 그 성에서 제사할 일이 있으므로 나의 형이 내게 오기를 명하였으니 내가 네게 사랑을 받거든 나로 가서 내 형들을 보게 하라 하였으므로 그가 왕의 식사 자리에 오지 아니하였나이다”고 하였다. 사울은 이 말을 들을 때에 실로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사울은 다윗이 살고 있는 한 요나단이 이스라엘의 보좌에 오를 수 없다고 선언하고 즉시 다윗을 부르러 보내어 그를 죽음에 처하도록 요구하였다. 다시 요나단은 친구를 위하여 중재하여 간청했다. “그가 죽을 일이 무엇이니이까.” 이 간청은 왕에게 사단적 분노를 더하게 할 뿐이었고 왕은 이제 다윗에게 던지려던 창을 자기 아들에게 던졌다. PP 655.1
왕자는 슬픔과 분노로 왕의 앞을 떠나 더 이상 잔치에 참석하지 않았다. 왕자가 정한 시간에 다윗이 그에 대한 왕의 의도를 알기 위하여 숨어 있는 곳으로 갈 때에 그의 영혼은 슬픔으로 축 쳐져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목을 안고 슬피 울었다. 왕의 악하고 어두운 감정의 그늘이 이 젊은이들의 생애에 던져졌고 그들의 슬픔은 너무나 격렬하여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들이 작별하여 서로 다른 길로 갈 때에 “평안히 가라 우리 두 사람이 여호와의 이름으로 맹세하여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영원히 나와 너 사이에 계시고 내 자손과 네 자손 사이에 계시리라”는 요나단의 작별의 말이 다윗의 귀를 울렸다. PP 655.2
왕의 아들은 기브아로 돌아가고 다윗은 몇 마일 떨어졌으나 역시 베냐민 지파에 속한 놉이란 성읍에 급히 도착하였다. 성막이 실로에서 이곳으로 옮겨졌었고 대제사장 아히멜렉이 여기서 봉사하였다. 다윗은 하나님의 종에게밖에는 어느 다른 곳에서 피신할 곳을 찾지 못했다. 제사장은 다윗이 걱정과 슬픔을 띤 얼굴로 혼자 급히 온 것을 보고 몹시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제사장은 그에게 어떻게 여기에 왔느냐고 물었다. 젊은이는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끊임없는 두려움에 싸여 극도의 궁지에 몰려 거짓말을 하였다. 다윗은 제사장에게 자기는 왕의 은밀한 사명을 띠고 파송되었고 먼 여행이 필요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다윗은 하나님께 대한 믿음의 부족을 나타내었고 그의 죄는 대제사장의 죽음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만일 사실대로 분명하게 진술했더라면 아히멜렉은 그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하여 처신할 방법을 알았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가장 큰 위험 중에서라도 진실이 당신의 백성의 표가 되기를 요구하신다. 다윗은 제사장에게 떡 다섯 덩이를 요구하였다. 하나님의 사람의 수중에는 거룩한 떡밖에 없었으나 다윗은 계속 그 떡을 먹기에 거리끼는 일이 없음을 말하여 그의 배고픔을 만족시킬 떡을 얻었다. PP 655.3
이제 새로운 위험이 나타났다. 히브리인의 신앙을 가졌노라고 공언하는 사울의 목자장 도엑이 예배 장소에서 서원을 갚고 있었다. 다윗은 이 사람을 보고 급히 다른 피난처를 찾기로 결심하고 필요할 때에 자신을 방어할 어떤 무기를 얻고자 하였다. 다윗이 아히멜렉에게 칼을 요구했을 때에 그는 성막에 유물로 보관해 둔 골리앗의 칼밖에 없다고 말하였다. 다윗은 “그같은 것이 또 없나니 내게 주소서”라고 대답하였다. 전에 블레셋 사람의 전사를 죽이는 데 사용했던 칼을 잡을 때에 다시 다윗의 용기가 회복되었다. PP 656.1
다윗이 가드 왕 아기스에게로 도망하였다. 이는 그가 사울의 영토보다 그의 백성의 원수들 가운데가 더 안전하다고 느낀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윗이 여러 해 전에 블레셋 전사를 죽인 사람이란 말이 아기스에게 보고되어 이스라엘의 원수에게 피신처를 구하던 다윗은 자신이 큰 위험 가운데 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미친 것처럼 가장하여 그의 원수들을 속여 도망하였다. PP 656.2
다윗의 최초의 과오는 놉에서 하나님을 불신한 것이었고 두 번째의 잘못은 아기스 앞에서 행한 기만이었다. 다윗은 고상한 품성의 특성을 드러내었고 그의 도덕적 가치는 그로 하나님의 총애를 받게 하였었다. 그러나 그에게 시련이 이를 때에 그의 믿음은 흔들리고 인간적 약점을 나타내었다. 다윗은 모든 사람을 정탐꾼과 배반자로 알았다. 다윗은 대위기의 때에 믿음의 확고한 안목으로 하나님을 바라보고 블레셋 거인을 정복하였었다. 그는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성호를 가지고 나아갔었다. 그러나 쫓기고 박해를 당할 때에 그는 곤란과 고통으로 인하여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그의 안목으로 거의 볼 수 없었다. PP 656.3
그러나 이 경험은 다윗에게 지혜를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되었으니 이는 이것이 그로 하여금 자신의 연약함과 끊임없이 하나님을 의지할 필요를 깨닫게 해주었다. 억압당하고 절망에 빠진 영혼들에게 오셔서 겁이 많은 자를 격려하시고 나약한 자를 강하게 하시며 시련당하는 여호와의 종들에게 용기와 도움을 나누어 주시는 하나님의 성령의 아름다운 감화는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 죄 많은 자를 온유하게 다루시고 우리가 어떤 큰 슬픔에 짓눌려 있을 때와 역경에서 당신의 인내와 친절을 나타내시는 우리 하나님은 얼마나 고마우신 분인가! PP 657.1
하나님의 자녀들 편의 모든 실패는 믿음의 부족 때문에 생긴다. 그늘이 영혼을 에워쌀 때, 빛과 지도가 필요될 때에 우리는 위를 쳐다봐야 한다. 어둠 저편에는 빛이 있는 것이다. 다윗은 한 순간이라도 하나님을 불신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는 당연히 하나님을 신뢰했어야 했다. 이는 그가 여호와의 기름부음을 받은 자였고 위험 중에서도 하나님의 천사들의 보호를 받았었으며 경이로운 일을 하도록 하나님께서 용기로 무장시켜 주신 자였기 때문이었다. 만일 그가 처한 고통스러운 환경에서도 그의 결심이 풀어지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능력과 위엄을 생각하였더라면 그는 죽음의 그늘 속에서까지라도 평화를 얻었을 것이며 확신을 가지고 “산들이 떠나며 작은 산들은 옮길지라도 나의 인자는 네게서 떠나지 아니하며 화평케 하는 나의 언약은 옮기지 아니하리라”(사 54:10)는 여호와의 언약을 외웠을 것이다. PP 657.2
다윗은 유다 산중에서 사울의 추격으로부터 피난처를 찾았다. 그는 적은 군사를 가지고 큰 군대를 대항할 수 있는 장소인 아둘람 굴에 피신해 있었다. “그 형제와 아비의 온 집이 듣고는 그리로 내려가서 그에게 이르렀”다. 다윗의 가족들은 늘 불안했다. 이는 그들의 다윗과의 관계 때문에 언제 사울의 부당한 의심이 그들에게 향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은 이스라엘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일, 즉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의 장래의 통치자로 다윗을 택하신 일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비록 그가 외로운 동굴 속에 피신한 자이지만 그와 함께 있는 것이 질투심 많은 미친 왕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리라고 믿었다. PP 657.3
그의 가족들은 아둘람 굴에서 동정과 사랑으로 연합하였다. 다윗은 목소리와 수금으로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 133:1)라고 노래한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그의 형님들 편에서의 불신의 쓰라림을 맛보았었다. 그러나 불화를 대신한 화목은 방랑자 다윗의 마음에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바로 여기서 다윗은 시편 제57편을 지었다. PP 658.1
오래지 아니하여 왕의 가혹한 요구를 피해 나온 자들이 다윗의 무리에 가담하였다. 이스라엘의 통치자를 신임하지 못하는 자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는 그가 더 이상 여호와의 성령의 지도를 받지 않음을 그들이 안 까닭이었다. “환난당한 모든 자와 빚진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가 다” 다윗에게 갔고 “그는 그 장관이 되었는데 그와 함께 한 자가 사백 명 가량이었더라.” 여기서 다윗은 그의 작은 나라를 만들고 질서와 규율을 세웠다. 그러나 그는 산중에 피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였다. 이는 왕이 그를 살해하려는 목적을 버리지 않았다는 끊임없는 증거를 본 까닭이었다. PP 658.2
다윗은 그 부모를 위하여 모압 왕에게 피난처를 구하였으나 얼마 후에 위험에 대한 여호와의 선지자의 경고를 듣고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헤렛 수풀로 도망하였다. 다윗이 겪은 경험은 불필요한 것이거나 아무 실속도 없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께서는 그가 공의롭고 은혜로운 왕이 될 뿐만 아니라 현명한 장수가 되기에 합당한 훈련의 과정을 그에게 주시고 계셨다. 다윗은 피신자들의 무리와 더불어 사울이 그의 살인마적인 감정과 맹목적인 경솔로 전혀 감당할 수 없게 된 그 사업을 인수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님의 권고를 버리고는 공의롭고 신중하게 행할 수 있는 침착성과 지혜를 가질 수 없다. 하나님의 지혜로 인도함을 받지 아니하고 인간의 지혜를 따르는 것처럼 무섭고 절망적인 질병은 없다. PP 658.3
사울은 아둘람 굴에서 다윗을 함정에 빠뜨려 사로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윗이 이미 그 은신처를 떠나버린 것을 알고 왕은 매우 노하였다. 다윗의 도주는 사울에게 신비스러운 일이었다. 사울은 그의 진중에 반역자들이 있어서 그들이 이새의 아들에게 그의 접근과 계획을 알려 준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PP 658.4
사울은 그의 신하들에게 자기를 대적하는 음모를 꾸몄다고 단정하고 값진 선물과 명예스러운 지위를 주겠다는 약속으로 그들을 매수하여 그의 백성 중에 다윗의 편이 된 자를 알리라고 하였다. 에돔 사람 도엑이 고발자로 변신하였다. 야심과 탐욕과 자기 죄를 책망한 제사장에 대한 증오로 마음이 동한 도엑은 다윗이 아히멜렉을 방문한 일을 보고하고 그 문제를 하나님의 사람에 대하여 사울의 분노를 선동하는 그런 언사로 말하였다. 지옥을 불태우는 듯한 악의에 찬 혀에서 나온 말은 사울의 마음속의 최악의 감정을 분기시켰다. 미친 듯이 노한 사울은 제사장의 전 가족을 멸하라고 선언하였다. 그 무서운 명령은 집행되었다. 아히멜렉뿐 아니라 그의 아버지의 집의 가족들-“세마포 에봇 입은 팔십오인”-이 왕의 명령으로 살기등등한 도엑의 손에 살해되었다. PP 659.1
“제사장들의 성읍 놉의 남녀와 아이들과 젖 먹는 자들과 소와 나귀와 양을 칼로 쳤더라.” 이것이 바로 사울이 사단의 지배 아래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나님께서 아말렉 사람의 죄악이 찼다고 말씀하시고 그에게 그들을 완전히 멸하라고 명하셨을 때에 사울은 자기 자신이 하나님의 선고를 집행하기에는 너무 인정이 많다고 생각하고 마땅히 멸해야 할 것을 남겨두었었다. 그러나 이제 하나님의 명령도 없이 사단의 지배 하에서 그는 여호와의 제사장들을 죽이고 놉 주민들을 멸할 수 있었다. 하나님의 지도를 거절한 인간의 마음의 완고함은 이와 같다. PP 659.2
이 행위는 온 이스라엘을 공포로 떨게 하였다. 이런 난폭한 일을 한 것은 그들이 택한 왕이었고 그 왕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다른 나라 왕들의 방법을 답습한 데 불과하였다. 법궤는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있었으나 그들을 가르치던 제사장들은 검으로 피살되었다.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PP 6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