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와 선지자
60장 사울의 외람됨
길갈의 집회 후에 사울은 암몬 사람들을 정복하기 위하여 소집한 군사들 중에서, 믹마스에 주둔한 자기 휘하의 군사 2천명과 기브아에 주둔한 그의 아들 요나단을 따르는 군사 일천명을 남겨 두고 모두 해산시켰다. 여기서 그는 치명적인 과오를 범했다. 사울의 군대는 최근의 승리로 희망이 넘치고 용맹이 충천해 있었으므로, 만일 사울이 즉시 이스라엘의 다른 원수들을 대항하여 진격했더라면 국가의 자유를 위해 눈부신 타격을 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PP 616.1
그 동안에 이스라엘의 호전적 이웃인 블레셋 사람들은 매우 활발히 움직였다. 그들은 에벤에셀 전투에서 패배한 후에도 여전히 이스라엘 나라의 여러 산성들을 계속 점유하고 있었으며 이제는 그들이 나라의 중심부에까지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블레셋 사람들은 시설과 무기와 장비에 있어서 이스라엘보다 훨씬 우수했다. 블레셋 사람들은 오랜 압박 통치 기간 동안 자기들의 세력을 강하게 하기 위하여 이스라엘에게 무기를 만들지 못하도록 대장간 영업을 금지했다. 히브리 사람들은 평화 조약을 체결한 후에도 여전히 필요되는 대장간 일을 위해서는 블레셋 사람의 주둔지로 가곤 했다. 안일을 사랑하는 마음과 오랜 압박으로 비굴해진 정신의 지배를 받아 이스라엘 사람들은 대부분 전쟁에 필요한 무기 준비를 게을리했다. 전쟁에는 활과 물매(投石器)가 쓰였는데 이것들은 이스라엘 사람들도 가질 수 있었으나 창과 칼은 사울과 요나단 외에는 아무도 가진 이가 없었다. PP 616.2
사울의 치세 제2년에 비로소 블레셋 사람들을 정복하기 위한 공격을 가했다. 최초의 공격은 왕의 아들 요나단이 시작하였는데 그는 게바에 있는 블레셋 수비대를 쳐서 함락시켰다. 이 패배로 격분한 블레셋 사람들은 즉시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할 준비를 했다. 이에 응해 사울도 나팔을 불어 각처에 전쟁이 일어났음을 알리고, 요단 건너편 지파들을 포함해서 모든 지파의 군사들을 길갈에 모이도록 했다. 모두가 이 소집에 응했다. PP 616.3
블레셋 사람들도 믹마스에 거대한 군사들을 모았는데 “병거가 삼만이요 마병이 육천이요 백성은 해변의 모래같이 많”(삼상 13:5)았다. 이 소식이 길갈에 있는 사울과 그 군사들에게 전달되었을 때, 백성들은 저희가 대항해서 싸워야 할 그 강력한 군대들을 생각하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들은 원수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은 너무나 두려워한 나머지 전투 준비 검열에도 나오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요단강을 건너서 도망했고 다른 사람들은 굴과 웅덩이와 그 지역에 흔한 바위틈에 숨었다. 싸울 시간이 가까워지자 탈주자들의 수효는 급격히 늘어났고 대오를 벗어나지 않은 자들도 불길한 예감과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PP 617.1
사울이 맨 처음에 이스라엘의 왕으로 기름부음을 받았을 때에 사무엘로부터 이때에 행하여야 할 방법에 대하여 분명한 지시를 받았다. 선지자는 “너는 나보다 앞서 길갈로 내려가라 내가 네게로 내려가서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리니 내가 네게 가서 너의 행할 것을 가르칠 때까지 칠일을 기다리”(삼상 10:8)라고 말하였다. PP 617.2
백성들을 격려하고 하나님을 신뢰하도록 고취시키는 결정적 노력을 하지 아니하고 사울은 날마다 기다리기만 하였다. 선지자가 정한 기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는 그 지체에 조바심을 느끼고 그를 에워싸고 있는 괴로운 환경에 스스로 낙담하였다. 사울은 사무엘이 와서 거행할 그 예배에 대하여 백성들이 준비하도록 충실히 노력하는 대신에 불신과 불길한 예감에 빠졌다. 제사로 하나님을 찾는 일은 매우 엄숙하고 중대한 사업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제물이 당신 앞에 가납되고, 원수를 정복하려는 저들의 노력에 당신의 축복이 같이할 수 있도록, 당신의 백성이 저희 마음을 살피고 죄를 회개하기를 요구하셨다. 그러나 사울은 참을성이 없었고, 백성들도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지하는 대신에 저희를 인도하고 지도하도록 선택한 왕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PP 617.3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여전히 그들을 보호하셨고, 만일 연약한 인간의 힘만 의지했더라면 그들에게 닥쳐왔을 그런 재난에 빠지도록 그들을 버려두지 않으셨다. 여호와께서는 그들을 아슬아슬한 곳으로 인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인간을 의지하는 어리석음을 깨닫고 그들의 유일의 조력자이신 당신께로 나올 수 있게 하셨다. 사울을 시험하는 시간이 당도하였다. 이제 사울은 그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당신의 명령을 따라 인내로 기다리는 사람인가? 또 힘드는 곳에서도 하나님의 백성의 지도자로서 하나님께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우유부단하여 자기에게 맡겨진 신성한 책임을 감당할 자격이 없는 사람인가를 스스로 나타내야 하였다. 이스라엘이 선택한 왕이 만왕의 통치자에게 귀를 기울일 것인가? 또 그가 겁이 많은 그의 군사들로 하여금 영원한 힘과 구원의 근원이신 하나님께 주목하도록 할 것인가? 사울은 조바심을 가지고 사무엘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그의 군사의 혼란과 낙담과 이탈을 선지자가 빨리 오지 않는 탓으로 돌렸다. 정한 시간이 되었으나 하나님의 사람은 즉시 나타나지 않았다. 하나님의 섭리는 당신의 종을 지체하게 하였다. 그러나 사울의 침착하지 못하고 충동적인 정신은 더 이상 억제될 수 없었다. 백성들의 공포심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무엇인가 해야 된다고 느낀 사울은 종교 집회를 열어 제사로써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기로 작정했다. 하나님께서는 그 직무를 위하여 성별된 자만이 당신 앞에 제사를 드리도록 명하셨다. 그러나 사울은 “번제…물을 이리로 가져오라” 하고 갑옷을 입고 무기를 가진채 제단에 나아가 하나님 앞에 제물을 드렸다. PP 618.1
“번제 드리기를 필하자 사무엘이 온지라 사울이 나가 맞으며 문안하”였다. 사무엘은 곧 사울이 그에게 주어진 명백한 명령을 어긴 것을 알았다. 여호와께서는 그의 선지자를 통하여 이스라엘이 이런 위기를 당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를 나타내시겠다고 말씀하셨었다. 만일 사울이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을 수 있는 조건들을 성취했더라면 여호와께서는 왕에게 충성하는 적은 군사들을 가지고도 이스라엘을 위하여 경이로운 구원을 이룩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사울은 자기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매우 만족하게 여겼으므로 책망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칭찬을 받아야 할 사람처럼 선지자를 만나러 나아갔다. PP 618.2
사무엘의 얼굴은 근심과 번민으로 가득 찼다. “왕의 행한 것이 무엇이뇨”라는 사무엘의 질문에 사울은 자신의 외람된 행위에 대하여 변명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백성은 나에게서 흩어지고 당신은 정한 날 안에 오지 아니하고 블레셋 사람은 믹마스에 모였음을 내가 보았으므로 이에 내가 이르기를 블레셋 사람은 나를 치러 길갈로 내려오겠거늘 내가 여호와께 은혜를 간구치 못하였다 하고 부득이하여 번제를 드렸나이다.” PP 621.1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르되 왕이 망령되이 행하였도다 왕이 왕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왕에게 명하신 명령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 그리하였더면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위에 왕의 나라를 영원히 세우셨을 것이어늘 지금은 왕의 나라가 길지 못할 것이라…여호와께서 그 마음에 맞는 사람을 구하여 그 백성의 지도자를 삼으셨느니라 하고 사무엘이 일어나 길갈에서 떠나 베냐민 기브아로 올라가니라.” PP 621.2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이 되기를 단념하든지 군주 정치의 기초가 되는 원칙들을 유지하고 온 민족이 하나님의 능력의 지배를 받든지 해야 하였다. 만일 이스라엘이 완전히 여호와의 소유가 되었다면, 만일 인간의 세속적 의지가 하나님의 뜻에 복종했다면 하나님께서는 계속 이스라엘의 통치자가 되셨을 것이다. 왕과 백성들이 하나님께 복종하는 한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방벽이 되실 수 있었다. 그러나 범사에 하나님의 최상권을 인정하지 않고는 이스라엘 나라에서 군주 정치가 번성할 수 없었다. PP 621.3
만일 사울이 이 시련의 때에 하나님의 요구를 존중하였더라면 하나님께서는 사울을 통하여 당신의 뜻을 이룰 수 있으셨을 것이다. 이제 그의 실수는 그가 하나님의 백성에게 그분의 대리자가 되기에 부적당하다는 것을 증거하였다. 그는 이스라엘을 그릇된 길로 인도할 것이다. 하나님의 뜻보다는 오히려 자기의 의지가 지배적인 능력이 될 것이다. 만일 사울이 충실했더라면 그의 나라가 영원히 섰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실패한 이상 하나님의 목적하신 바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성취되어야 하였다. 이스라엘의 정치는 하늘의 뜻을 따라 백성을 다스릴 자에게 위임되어야 하였다. PP 621.4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시련이 어떤 큰 이익과 연계(連繫)가 되어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순종하는 길 외에는 안전이 없다. 하나님의 모든 약속들은 믿음과 순종을 조건으로 주어져 있으며, 하나님의 명령에 순응하지 않으면 우리에게는 성경에 제시된 수많은 약속들이 성취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일시적 감정을 따르거나 사람들의 판단을 의지하지 말고 계시된 하나님의 뜻을 바라보고, 우리 주위의 환경이 어떠하든 상관하지 말고 하나님의 명확한 계명을 따라 행할 것이다. 그 결과는 하나님께서 책임지실 것이다. 우리는 시련의 때에 하나님의 말씀을 충실히 순종함으로 어떠한 어려운 사태에서도 우리가 그분의 뜻을 수행하고, 그분의 성호를 영화롭게 하며 그분의 백성들을 복되게 하도록 하나님께서 우리를 믿으실 수 있음을 사람들과 천사들 앞에서 증거할 수 있다. PP 621.5
사울은 하나님의 불쾌히 여기심을 입었으나 회개를 통해 그의 마음을 겸비하게 하고자 하지 않았다. 사울은 참된 경건의 부족을 종교적 형식에 대한 열심으로 메우고자 하였다. 하나님의 법궤를 홉니와 비느하스가 진영으로 가져왔을 때에 이스라엘이 패배한 사실을 사울이 모르는 바가 아니었으나,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는 거룩한 궤와 수행하는 제사장을 데려 오기로 결심하였다. 이러한 방법으로 백성들에게 신뢰심을 고취시켜서 흩어진 군대를 다시 모아 블레셋 사람들과 전쟁을 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사울은 사무엘이 와서 그를 후원해 줄 때까지 기다리지 아니하고 자기가 모든 것을 실행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선지자의 반갑지 않은 비난과 책망을 듣지 않으려 하였다. PP 622.1
사울의 이해력을 계발하고 그 마음을 부드럽게 하려고 그에게 성령이 허락되었다. 사울은 하나님의 선지자로부터 충실한 교훈과 책망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얼마나 완고했는가! 이스라엘의 초대 왕의 생애는 유년 시절의 나쁜 습관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 주는 슬픈 실례가 된다. 사울은 젊어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경외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복종하도록 교육받지 못하고 자란 그의 성급한 정신이 계속 하나님의 권위에 반역하게 된 원인이었다. 청년 시절에 하나님의 뜻을 거룩히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을 품고 맡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자들은 후세에 보다 높은 봉사를 위한 준비를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러 해 동안 하나님의 주신 능력을 악용한다면 나중에 갑자기 그것을 고칠 수는 없을 것이다. PP 622.2
백성들을 분기시키고자 한 사울의 노력이 헛수고였음이 판명되었다. 사울은 그의 군대가 6백 명으로 줄어든 것을 보고 길갈을 떠나 최근 블레셋 사람에게서 취한 게바에 있는 요새로 물러갔다. 이 요새는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수 마일 떨어진 깊고도 험준한 계곡의 남쪽에 있었다. 같은 계곡 북쪽 믹마스에는 블레셋 군대가 진을 치고 있었는데 그들의 분견대(分遣隊)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마을을 약탈하였다. PP 622.3
하나님께서는 사울의 완고함을 꾸짖으시고 당신의 백성에게 겸손과 신앙의 공과를 가르치고자 사태가 이처럼 위기에 빠지는 것을 허락하셨다. 외람되이 제물을 드린 사울의 죄로 인하여 여호와께서는 블레셋 사람을 정복하는 명예를 사울에게 주지 않기로 하셨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왕의 아들 요나단이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도구로 선택되었다. 요나단은 하나님의 성령의 감동을 받아 그의 병기 든 자에게 원수의 진을 은밀히 공격하자고 제의하였다. 그는 강권하여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일하실까 하노라 여호와의 구원은 사람의 많고 적음에 달리지 아니하였느니라”고 하였다. PP 623.1
역시 신앙과 기도의 사람인 병기 든 자도 그 계획을 격려하였고, 그들은 함께 저희 계획이 반대를 당하지 않도록 비밀리에 진영을 빠져 나갔다. 그들은 저희 조상의 인도자 하나님께 열렬히 기도함으로써 저희가 어떻게 진격해 나가야 할지를 결정케 해주는 표징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 후에 두 군대를 가로막은 계곡으로 내려가 절벽의 그늘과 골짜기의 언덕과 꼭대기로 일부분이 가려져 있는 길을 조용히 이리저리 헤치며 나아갔다. 블레셋 인의 요새에 접근하여 저희 원수들의 앞에 모습을 나타냈을 때에, 원수들은 비웃으면서 “보라 히브리 사람이 그 숨었던 구멍에서 나온다”고 말하면서 “우리에게로 올라오라 너희에게 한 일을 보”여 주겠다며 그들에게 도전하였다. 이 말은 그들이 겁 없이 접근한 두 이스라엘 사람을 처형하겠다는 뜻이었다. 이 도전은 요나단과 그의 동료가 여호와께서 그들의 계획을 성공시키시리라는 증거로서 받아들이기로 합의한 표징이었다. 이 용사들은 이제 블레셋 사람이 보이는 곳을 지나 은밀하고 어려운 길을 택하여, 그들이 올라오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수비를 소홀히 하고 있는 낭떠러지의 꼭대기로 향하여 나아갔다. 그리하여 그들은 원수들의 진영에 침투하여 파수병들을 죽였는데 이 파수병들은 너무나 놀라고 무서워서 아무 저항도 하지 못했다. PP 623.2
하늘의 천사들은 요나단과 그 수행원을 보호하고 그들 곁에서 싸웠으므로 블레셋 사람들은 그들 앞에 엎드러졌다. 마치 기병과 병거와 함께 대군중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처럼 땅이 진동하였다. 요나단은 하나님께서 도우시는 표적들을 인정하였고, 블레셋 사람들까지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하여 역사하고 계심을 알았다. 들에 있는 자나 진영에 있는 자가 모두 큰 공포에 사로잡혔다. 블레셋 사람은 혼란 중에 아군을 원수로 착각하고 서로 살육하였다. PP 623.3
곧 이스라엘 진에 전쟁의 소음이 들렸다. 왕의 파수꾼들은 블레셋 중에 큰 혼란이 있고 그들의 수효가 줄어들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아직 어떤 부분의 히브리 군대가 진을 떠났는지 알지 못했다. 조사해 보니 요나단과 그 병기 든 자 외에는 아무도 떠난 자가 없음이 판명되었다. 그러나 블레셋 사람이 격퇴당하는 것을 보고 사울은 군대를 인솔하여 공격에 가담하였다. 전에 원수에게로 도망하였던 히브리 사람들이 돌이켜 원수를 대항하고 큰 무리가 숨었던 곳에서 나왔으며 블레셋인이 패주할 때 사울의 군사는 도주자들에게 무서운 살육을 가했다. PP 623.4
기회를 가장 잘 이용하기로 결심한 왕은 온 종일 음식을 먹지 않도록 분별없이 그의 병사들에게 금령을 내렸다. “내가 내 원수에게 보수하는 때까지 아무 식물이든지 먹는 사람은 저주를 받을지어다”라는 엄숙한 저주로써 그의 명령을 강행하였다. 사울에게 알리거나 그의 협력을 얻지 않고도 승리는 이미 얻어진 것이었으나 사울은 정복된 원수의 군대를 완전히 멸망시킴으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음식을 먹지 말라고 금한 명령은 이기적 야심에서 나왔으며, 이 명령은 백성의 필요가 자신을 높이려는 욕망과 저촉될 때에 왕은 백성의 필요에 대하여 무관심함을 나타내었다. 엄숙한 맹세로 이 금령을 굳게 한 것은 사울의 성급하고 야비함을 나타내 보였다. 바로 그 저주의 말은 사울의 열심이 자신을 위함이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함이 아님을 증거하였다. 사울은 그의 목적이 “여호와께서 당신의 원수에게 보수하시는 것”이라 하지 않고 “내가 내 원수에게 보수하는”것이라고 선언하였다. PP 624.1
이 금령은 백성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명령을 범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백성들은 하루 종일 전쟁에 참가했기 때문에 배가 고프고 힘이 없었으므로, 금지했던 시간이 지나자마자 탈취한 짐승을 잡아 그 고기를 피 채 먹었다. 그리하여 백성들은 피를 먹지 못하게 금한 법을 범하였다. PP 624.2
그날의 전쟁 동안에 왕의 명령을 듣지 못한 요나단은 수풀을 지나다가 꿀을 조금 먹음으로 무의식적으로 그 명령을 범하였다. 사울은 저녁에 그것을 알았다. 왕은 그 칙령을 범하는 자는 사형에 처할 것이라고 선언하였었다. 요나단이 짐짓 죄를 짓지 아니하였고, 하나님께서 기적적으로 그의 생명을 보호하시고 그를 통하여 큰 구원을 이룩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왕은 형이 집행되어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아들의 생명을 살려 둔다는 것은 그가 그처럼 조급히 맹세함으로 범죄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된다. 이것은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었으므로 “요나단아 네가 반드시 죽으리라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이 내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시기 원하노라”는 무서운 선고를 내렸다. PP 624.3
사울은 승리의 명예를 자기에게 돌릴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맹세의 신성성을 지키려는 그의 열심으로 존경을 받고자 하였다. 사울은 자기의 아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신하들에게 왕의 권위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시키고자 하였다. 얼마 전에 사울은 길갈에서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제사장처럼 제물을 드리는 일을 감행하였다. 사무엘이 책망할 때에 그는 완고하게 자신의 행위를 변명하였다. 그러나 이제 자기의 명령을 불순종했을 때, 비록 그 명령이 비합리적이며 또 알지 못하고 범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버지인 왕은 그의 아들에게 사형을 선고하였다. PP 625.1
백성들은 형의 집행을 거절하였다. 그들은 왕의 분노를 무시하고 “이스라엘에 이 큰 구원을 이룬 요나단을 죽이겠나이까 결단코 그렇지 아니하리이다 여호와의 사심으로 맹세하옵나니 그의 머리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할 것은 그가 오늘 하나님과 동사하였음이니이다”고 말하였다. 거만한 군주도 감히 이같은 백성들의 판단을 무시할 수 없었으므로 요나단은 생명을 건졌다. PP 625.2
사울은 그의 아들이 자기보다 백성들과 여호와께 더 호감을 사고 있다고 느꼈다. 요나단의 구원은 왕의 조급함에 대한 신랄한 책망이었다. 사울은 그의 저주가 자신의 머리로 돌아오리라는 예감을 느꼈다. 그는 블레셋 사람과의 전쟁을 중단하고 침울하고 불만스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PP 625.3
자신의 죄된 행위를 변명하거나 핑계하기를 몹시 좋아하는 자들은 흔히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데 가장 신랄한 자들이다. 사울처럼 하나님의 불쾌히 여기심을 자초해 놓고도 권고를 거절하고 책망을 경멸하는 자들이 많다. 그들은 여호와께서 저희와 함께 계시지 않음을 확실히 알면서도 고통의 원인을 자신들에게서 찾기를 거절한다. 그들은 교만하고 자랑하는 정신을 품는 한편 저희보다 나은 자들을 잔인하게 판단하고 맹렬하게 비판한다. 비판하는 성정을 가진 자들은 다음과 같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깊이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마 7:2). PP 625.4
흔히 자신을 높이려고 애쓰는 자들은 그들의 숨은 성격이 나타나는 그런 처지에 서게 된다. 사울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사울은 자기의 행위로써 그에게는 왕의 명예와 권위가 공의와 은혜와 자비보다 더 귀중하다는 것을 백성들에게 분명하게 인식시켰다. 그리하여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정치를 거역한 과오가 어떤 것인가를 보게 되었다. 그들은 기도로써 그들에게 축복을 가져다주었던 경건한 선지자를 그들에게 저주가 내리도록 도모한 왕과 바꾸었다. PP 625.5
만일 이스라엘 사람들이 요나단의 생명을 구원하기 위하여 중재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구원자 요나단은 왕의 명령으로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백성들은 그 후 얼마나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사울의 지도를 따랐겠는가! 저희 자신들의 행위로 사울을 보좌에 앉힌 것을 생각하고 얼마나 비통함을 느꼈겠는가! 여호와께서는 사람들의 불순종을 오래 참으시고 모든 사람에게 저희 죄를 알고 회개할 기회를 허락하신다. 여호와께서 당신의 뜻을 무시하고 그의 경고를 멸시하는 자들을 번영하도록 놔두시는 것처럼 보이나 당신께서 정하신 시간이 되면 분명히 그들의 어리석음을 나타내실 것이다. PP 6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