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와 선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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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장 삼 손

널리 퍼진 배도의 와중에서도 충실히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하여 하나님께 탄원하였다. 겉보기에는 아무 응답이 없고 해마다 그 땅에 대한 압박자의 권세가 더욱 가혹해 갔으나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섭리로 이스라엘을 위하여 도움을 준비하고 계셨다. 블레셋인의 압정의 초기에 한 어린이가 태어났는데 하나님께서는 그를 통하여 이 강대한 원수의 권세를 꺾고자 하셨다. PP 560.1

블레셋 평야가 내려다보이는 산지의 변경에 소라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이곳에 단 지파에 속한 마노아의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보편적인 배도 중에서도 여호와께 충실한 몇 안 되는 가정 중에 하나였다. 아이가 없는 마노아의 아내에게 여호와의 사자가 나타나 그가 아들을 낳을 것이며 그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기 시작하시리라는 기별을 전했다. 이것과 관련하여 그 사자는 그 여자에게 어떻게 처신할 것과 또 그 아이를 어떻게 기를 것에 대하여 지시를 주었다. “그러므로 너는 삼가서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지 말지며 무릇 부정한 것을 먹지 말지니라”(사사기 13장 참조). 그리고 처음부터 그에게 금지된 것들이 그 아이에게도 똑같이 금지되었다. 이에 추가해서 그 아이의 머리를 깎지 말라고 하였다. 이는 그 아이가 날 때부터 나실인으로서 하나님께 바쳐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PP 560.2

그 여인은 남편을 찾아가 천사가 나타난 사실에 대하여 말하고 아울러 천사가 전해준 기별을 이야기했다. 그 때에 그의 남편은 그들에게 위임된 중대한 사업을 수행하는 일에 어떤 과오를 범하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주의 보내셨던 하나님의 사람을 우리에게 다시 임하게 하사 그로 우리가 그 낳을 아이에게 어떻게 행할 것을 우리에게 가르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였다. PP 560.3

천사가 다시 나타났을 때에 마노아는 근심스럽게 “이 아이를 어떻게 기르오며 우리가 그에게 어떻게 행하오리까”라고 질문하였다. 지난번에 준 지시가 다시 반복되어 주어졌다. “내가 여인에게 말한 것들을 그가 다 삼가서 포도나무의 소산을 먹지 말며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지 말며 무릇 부정한 것을 먹지 말아서 내가 그에게 명한 것은 다 지킬 것이니라.” PP 560.4

하나님께서 마노아에게 약속하신 아이는 해야 할 중대한 과업이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이 모두 습관을 주의 깊이 규제해야 했는데 이는 그 아이가 이 사업에 필요한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천사가 마노아의 아내에게 준 교훈은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지 말며 무릇 부정한 것을 먹지 말아서 내가 그에게 명한 것은 다 지킬 것이니라”는 것이었다. 아이는 어머니의 습관으로 선악간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어머니가 아이의 행복을 바란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원칙의 지배 아래 두어야 하며 절제와 극기를 실천해야 한다. 미련한 충고자들은 어머니의 모든 욕망과 충동을 만족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할지 모르나 그와 같은 가르침은 거짓이요 해로운 것이다. 어머니는 하나님께서 친히 하신 명령에 따라 극기를 실천해야 할 가장 엄숙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 PP 561.1

아버지도 어머니처럼 이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 부모들은 양쪽 다 자신들의 지적 · 육체적 특징과 성질과 기호(嗜好)를 자녀들에게 유전시킨다. 부모의 부절제의 결과로 인하여 때때로 자녀들의 체력과 지적 · 도덕적 능력에 결함이 생긴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그들의 탐욕스러운 욕망과 격정적인 피와 흥분하기 쉬운 체질을 유전시킨다. 흔히 음탕한 자들은 그들의 사악한 욕망과 몸서리치는 질병까지도 저희 자녀들에게 유산으로 전한다. 그리고 유혹을 저항하는 힘이 부모들에게서보다 자녀들에게서 더 약화되며 그 경향은 후세로 갈수록 점점 더 낮아진다. 부모들은 저희 자녀들의 난폭한 성질과 그릇된 식욕뿐 아니라 귀머거리와 소경과 백치와 병약한 체질로 태어나게 된 무수한 결점에 대하여 큰 책임이 있다. PP 561.2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는 “우리에게 태어날 아이에게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태아기의 영향의 결과를 경히 여기나 하늘에서 이 히브리인 부모에게 보낸 지시와 그것을 가장 분명하고 엄숙한 방법으로 두 번이나 반복하심은 우리의 창조주께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시는지를 나타낸다. PP 561.3

그 약속된 아이가 부모에게 좋은 유전을 받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거기에 주의 깊은 훈련과 바른 습관의 형성이 뒤따라야 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장래의 사사요 이스라엘의 구원자가 될 그 아기에게 어릴 때부터 엄격한 절제의 훈련을 시키도록 지시하셨다. 그는 날 때부터 나실인이 되어야 했으므로 영원히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지 말아야 하였다. 자녀들에게 절제와 극기와 자제에 대한 교훈을 갓난아이 시절부터 가르쳐야 한다. PP 561.4

천사가 금지한 것에는 “부정한 것”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정하고 부정한 식품을 구별하는 것은 단순히 의식적(儀式的)인 것에 불과하거나 독단적인 규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위생의 원칙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 수천 년 동안 유대 백성들을 특출하게 만들어 왔던 경이로운 생명력의 비결은 이러한 구별을 엄수한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절제의 원칙들은 주정음료의 사용을 금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이상 훨씬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극성 식물과 소화하기 어려운 음식을 사용하는 것은 흔히 주정음료와 똑같이 건강에 해롭고 많은 경우에 있어서 술 취함의 씨앗을 심는다. 참된 절제는 해로운 것은 모두 완전히 버리고 건강에 이로운 것을 현명하게 사용하도록 우리에게 가르친다. 식사의 습관이 그들의 건강과 그들의 품성과 이 세상에서의 유용성과 그들의 영원한 운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 깨달아야 할 만큼 깨닫는 자가 거의 없다. 식욕은 항상 도덕적·지적 능력의 지배 아래 있어야 한다. 육체는 마음의 종이 되어야 하며 마음이 육체의 종이 되어서는 안 된다. PP 562.1

마노아에게 하신 하나님의 약속은 정한 때에 성취되어서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삼손이라 불렀다. 그 소년이 성장할 때에 그는 비상한 체력을 가졌음이 판명되었다. 그러나 이 체력은 삼손과 그 부모가 잘 아는 바와 같이 그의 튼튼한 근육에 의한 것이 아니요 그의 깎지 않은 머리가 상징하는 바와 같이 나실인으로서의 조건에 의한 것이었다. 만일 삼손이 그의 부모처럼 하나님의 명령을 충실히 순종하였더라면 그의 운명은 보다 더 고상하고 행복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상 숭배자들과 교제함으로 그는 타락하였다. 소알촌이 블레셋 나라에 가까이 있었으므로 삼손은 그들과 다정하게 어울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젊은 시절에 정교(情交)의 싹이 터서 그 영향은 그의 전 생애를 어둡게 하였다. 딤나라고 불리는 블레셋인의 마을에 사는 한 젊은 여인이 삼손의 애정을 사로잡았다. 그리하여 삼손은 그 여자를 아내로 삼고자 하였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그의 부모가 삼손의 목적을 단념시키려고 노력하자 삼손은 부모에게 다만 “내가 그 여자를 좋아한”(삿 14~16장을 보라)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 부모는 마침내 그 소원을 허락하여 결혼식을 거행하였다. PP 562.2

삼손은 성년이 된 바로 그 때 곧 하나님께서 주신 그의 사명을 수행해야 할 때, 다시 말하면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그가 하나님께 충실해야 할 그 때에 이스라엘의 원수들과 결합하였다. 삼손은 자기가 선택한 상대와 결합함으로 하나님을 보다 더 영화롭게 할 수 있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의 생애를 통해 성취해야 할 목적을 이룰 수 없는 처지에 자신을 두게 되는 것이 아닌지를 물어 보지 않았다. 먼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 지혜를 약속하셨으나 자신을 기쁘게 하려 하는 자들에게는 아무런 약속이 없다. PP 563.1

삼손과 같은 길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남편이나 아내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기호의 지배를 받아 신자와 불신자 사이에 얼마나 자주 결혼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상대방들은 하나님의 권고를 듣지 않을 뿐더러 하나님께 영광 돌릴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그리스도교는 결혼 관계에 지배적인 감화를 끼쳐야 한다. 그러나 결합을 주도하는 결혼의 동기가 그리스도인 원칙들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너무나 많다. 사단은 하나님의 백성을 유혹하여 자신의 부하들과 연합하게 함으로 그들에 대한 자기의 세력을 강화시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 일을 성취하기 위하여 심중에 성화되지 않은 정욕을 일으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여호와께서 당신의 백성으로 하여금 당신의 사랑을 알지 못하는 자로 더불어 연합하지 않도록 분명한 교훈을 주셨다. “그리스도와 벨리알이 어찌 조화되며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가 어찌 상관하며 하나님의 성전과 우상이 어찌 일치가 되리요”(고후 6:15, 16). PP 563.2

삼손은 그의 결혼 잔치에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미워하는 자들로 더불어 친밀히 교제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교제에 스스로 들어가는 자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 그 동료들의 습관과 풍습을 따라 행해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이와 같이 소비된 시간은 낭비라고 하기보다는 악용이라고 할 수 있다. 원칙의 성채를 무너뜨리고 영혼의 요새를 약하게 하는 사상이 받아들여지고 그런 대화가 교환된다. PP 563.3

삼손이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얻으려고 했던 아내는 결혼 잔치가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남편을 배반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 여자의 불성실을 보고 분노한 삼손은 당분간 그 여자를 버리고 홀로 소라에 있는 그의 집으로 돌아갔다. 얼마 후 마음이 누그러진 삼손은 그의 신부를 위하여 다시 돌아왔으나 그 여자는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블레셋 사람들의 모든 들과 포도원을 황폐시킨 삼손의 복수는 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비록 그 여자가 그들의 위협 때문에 속임수를 쓴 데서 소동이 일어났으나 그들은 그 여자를 살해하였다. 삼손은 이미 한 손으로 어린 사자를 죽이고 아스글론 사람 삼십 인을 살해함으로 그가 놀랄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를 나타내 보였다. 이제 삼손은 그의 아내를 잔인하게 죽인 사실에 격분하여 블레셋 사람을 공격하여 그들을 “크게 도륙하고” 진멸하였다. 그 후에 그는 원수들을 피하여 유다 지파에 속한 “에담 바위 틈”으로 물러갔다. PP 563.4

강한 군대가 이곳까지 삼손을 추격해 왔다. 몹시 놀란 주민들은 비굴하게도 삼손을 원수들의 손에 넘겨주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유다 사람 3천 명이 그에게로 올라갔다. 그러나 그처럼 큰 무리였을지라도 삼손이 자기 동족은 자기를 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그들에게 없었더라면 그들은 감히 그에게 접근하지 못했을 것이다. 삼손은 결박되어 블레셋 사람들에게 넘겨지는 데 동의했으나 먼저 유다 사람들에게 저희가 친히 그를 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를 요구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그들을 죽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삼손은 그들에게 새 밧줄 둘로 자기를 결박하도록 허락하였다. 그리고 그는 큰 기쁨의 시위를 하고 있는 원수의 진영으로 이끌러 갔다. 그러나 그들의 환호성이 산골짜기에 메아리치고 있는 동안 “여호와의 신의 권능이 삼손에게 임하”였다. 삼손은 강한 새 줄을 마치 불탄 삼처럼 산산이 끊었다. 그리고 맨 처음에 손에 잡은 무기는 나귀의 턱뼈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것을 칼이나 창보다 더 유효하게 사용하여 블레셋인들을 진멸하였다. 마침내 그들은 들에 1천명의 시체를 남긴 채 공포에 질려 도망하고 말았다. PP 564.1

만일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꺼이 삼손과 연합하여 승리할 때까지 그들을 추격했더라면 그 때에 압박자들의 권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풀이 죽고 겁에 질려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이방인을 쫓아내도록 명하신 사업을 등한히 하였으며 그들의 부패한 행위에 가담하고 그들의 잔인성을 용납하였고 그들 자신들에게 직접 해가 오지 않는 한 그들의 비행을 옹호하기까지 하였다. 그들은 압박자의 권세 아래 들어갔을 때에 저희가 하나님께만 순종했더라면 능히 피할 수 있었을 타락에 나약하게 굴복하였다. 여호와께서 구원자를 일으키셨을 때에도 그들은 가끔 그들의 구원자를 버리고 원수들과 연합하려 하였다. PP 564.2

이스라엘 사람들은 삼손이 승리를 얻은 후에 그를 사사로 삼았고, 그는 20년 동안 이스라엘을 통치하였다. 그러나 한 번의 그릇된 발걸음은 또 다른 그릇된 길을 준비하였다. 삼손은 블레셋 사람 중에서 아내를 취함으로 하나님의 명령을 범했고 그는 또다시 철천지원수들 중에서 불법적인 정욕의 방종을 감행하였다. 블레셋인들에게 그와 같은 공포심을 일으킨 자기의 큰 힘을 의지하고 삼손은 담대히 가사로 가서 그 곳의 한 기녀를 찾았다. 그 성읍 거민들은 그가 온 줄을 알고 어떻게든지 복수를 하고자 하였다. 그들의 원수 삼손은 그들의 모든 성읍 중에서 가장 견고한 성벽 안에 갇혀 있으므로 그들은 틀림없이 그를 사로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승리가 확정될 아침을 기다릴 뿐이었다. 밤중에 삼손은 깨었다. 그는 나실인의 서약을 깨뜨린 것을 상기하고 양심의 가책으로 심히 후회하였다. 그러나 그의 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그를 버리지 않으셨다. 그의 놀라운 힘이 다시 그를 구원하였다. 삼손은 성문으로 가서 성문을 잡아떼었다. 그는 그것과 설주와 빗장을 헤브론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한 산꼭대기로 운반하였다. PP 564.3

그러나 이번에 그가 간신히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악한 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또다시 블레셋인 중에서는 그같은 일을 감행하지 않았으나 계속하여 그를 멸망으로 끌고 가는 육욕적 향락을 추구하였다. 삼손이 자기의 출생지에서 멀지 않은 소렉 골짜기의 한 “여인을 사랑하”였다. 그의 이름은 들릴라이었는데 “소비자”란 뜻이었다. 소렉 골짜기는 포도원으로 유명하였는데 이것 역시 이미 술에 방종한 흔들리는 나실인을 유혹하였다. 그리하여 삼손은 자신의 순결을 파괴하고 하나님과 결속한 다른 줄을 끊었다. 온 블레셋인들은 그들의 원수 삼손의 행동을 방심치 않고 경계했고 그가 이 새 애정에 빠졌을 때에 들릴라를 통하여 그를 멸하고자 결심하였다. PP 565.1

블레셋 각 지방의 지도자 한 사람씩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소렉 골짜기로 파송되었다. 삼손이 큰 힘을 가지고 있는 동안 감히 그를 포박할 수 없었으므로 가능한 한 그 힘의 비결을 알아내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 그런고로 그들은 그것을 발견하여 알려 주도록 들릴라를 매수하였다. PP 565.2

배반자 들릴라가 성가시게 질문을 퍼붓자 삼손은 여차 여차히 행하면 자기가 다른 사람들처럼 약하게 되리라고 말하여 그 여자를 속였다. 들릴라는 그렇게 해보고 그것이 거짓임을 발견하였다. 그 때에 들릴라는 거짓에 대하여 삼손을 비난하면서 “당신이 어찌 나를 사랑한다 하느뇨 당신이 세 번 나를 희롱하고 당신의 큰 힘이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을 내게 말하지 아니하였도다”라고 말하였다. 삼손은 세 번이나 블레셋인들이 그의 애인과 결탁해서 그를 멸하고자 하는 가장 분명한 증거를 보았다. 자기의 목적이 실패할 때마다 들릴라는 그 일을 장난이라 하였고 삼손은 맹목적으로 공포심을 떨어 버렸다. PP 565.3

날마다 들릴라가 조르니 마침내 “삼손의 마음이 번민하여 죽을 지경이”었으나 여인은 이상한 매력으로 그를 자기의 곁에 있게 하였다. 마침내 삼손은 굴복당하여 비밀을 알려 주었다. “내 머리에는 삭도를 대지 아니하였나니 이는 내가 모태에서 하나님의 나실인이 되었음이라 만일 내 머리가 밀리우면 내 힘이 내게서 떠나고 나는 약하여져 다른 사람과 같으리라.” 즉시 블레셋 방백들에게 사자를 파송하여 그들로 지체 없이 자기에게 오도록 간청하였다. 삼손이 자는 동안 다량의 머리털이 깎였다. 그 후에 들릴라는 전에 세 번 행한 것처럼 “삼손이여 블레셋 사람이 당신에게 미쳤느니라”고 말하였다. 삼손은 돌연히 일어나 전처럼 힘을 써서 그들을 멸하려고 생각하였으나 무력한 팔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여호와께서 이미 자기를 떠나신 줄을” 깨달았다. 삼손의 머리를 깎은 후에 들릴라는 그를 괴롭히고 그에게 고통을 가하여 그의 힘을 시험해 보았었다. 왜냐하면 블레셋인들은 그의 힘이 없어진 것을 분명히 알게 되기까지는 감히 삼손에게 접근하지 못하는 까닭이었다. 그 다음에 블레셋인들은 삼손을 잡아 두 눈을 뽑고 가사로 데려갔다. 여기서 삼손은 족쇄에 채여 감옥에 갇혀 고역에 종사하였다. PP 566.1

이스라엘의 사사요 전사였던 그에게 이 얼마나 큰 변화인가? 그가 이처럼 약해지고 눈멀고 감옥에 갇혀서 가장 천한 일에 종사하고 있다니! 삼손은 거룩한 부르심의 조건을 조금씩 깨뜨려 갔다. 하나님께서는 오랫동안 참으셨으나 삼손이 그의 비밀을 누설할 만큼 죄악의 세력에 자신을 굴복하였을 때에 여호와께서는 그를 떠나셨다. 그의 긴 머리에 효능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만 하나님께 대한 그의 충성의 증거일 뿐이었다. 그리고 정욕의 방종으로 그 상징을 잃었을 때에 그것이 나타내는 축복도 역시 상실되었다. PP 566.2

고통과 굴욕과 블레셋인의 희롱을 받는 가운데 삼손은 이제까지 그가 알고 있던 것보다도 자신의 연약함을 더욱 많이 알게 되었고 그의 고통은 그를 회개의 길로 인도하였다. 머리가 자람에 따라 그의 힘은 서서히 되돌아왔으나 그가 족쇄에 차인 가망 없는 죄인이라고 생각한 그의 원수들은 아무 염려를 하지 않았다. PP 566.3

블레셋인들은 승리를 저희 신들에게 돌리고 미친 듯이 기뻐하면서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도전하였다. “바다의 보호자”란 어신(魚神) 다곤을 위하는 잔칫날이 정해졌다. 온 블레셋 평원의 성읍과 촌락에서 백성들과 방백들이 모여왔다. 예배자의 무리들은 광대한 신전을 메우고 그 지붕 주위에 있는 회랑에도 운집하였다. 그것은 환락과 축제의 장면이었다. 성대한 제사를 드린 뒤에는 음악과 잔치를 벌였다. 그 후에 다곤의 힘을 과시하는 최고의 전리품으로서 삼손을 끌어내 왔다. 삼손이 나타나자 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백성들과 방백들은 그의 비참함을 보고 조롱하고 “우리 토지를 헌”자를 넘어뜨린 그들의 신을 숭배하였다. 얼마 후에 삼손은 마치 피로한 것처럼 그 신전 지붕을 버티고 있는 중앙에 있는 두 기둥에 기대게 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 후에 삼손은 “주 여호와여 구하옵나니 나를 생각하옵소서 하나님이여 구하옵나니 이번만 나로 강하게 하사…원수를 단번에 갚게 하소서”라고 조용히 기도를 드렸다. 이와 같은 기도를 드리고 삼손은 강한 팔로 두 기둥을 껴안고 “블레셋 사람과 함께 죽기를 원하노라”고 부르짖으면서 몸을 굽히니 지붕이 무너져 와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많은 군중을 모두 멸하였다. “삼손이 죽을 때에 죽인 자가 살았을 때에 죽인 자보다 더욱 많았더라.” PP 566.4

우상과 그의 예배자들, 사제와 농민들, 무사와 귀족들이 모두 다곤의 신전의 폐허 아래 매장되었다. 그 중에는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의 구원자가 되도록 택하셨던 거인의 시체도 있었다. 그처럼 신전이 무섭게 무너져 내렸다는 소식이 이스라엘 땅에 전달되어 삼손의 친족들이 저희 산지에서 내려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죽은 영웅의 시체를 꺼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시체를 취하여 가지고 올라와서 소라와 에스다올 사이 그 아비 마노아의 장지에 장사하니라.” PP 567.1

삼손을 통하여 당신께서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하기 시작하”시리라는 하나님의 약속은 성취되었으나 하나님께 찬양이 되고 민족의 영광이 되었을 삼손의 생애의 기록은 얼마나 어둡고 무서운가! 만일 삼손이 거룩한 부르심에 충실했더라면 그가 명예를 얻고 높임을 받는 가운데서 하나님의 목적이 성취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유혹에 굴복하고 그의 임무에 불충실하였기 때문에 그의 사명은 패배와 속박과 죽음에서 성취되었다. PP 567.2

삼손은 육체적으로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으나 자제와 성실과 확고부동함에 있어서는 가장 약한 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강한 정욕의 소유자를 강한 인물로 오해하는 자들이 많으나 사실은 정욕의 지배를 받는 자는 약한 사람이다. 인간의 참 위대함은 그가 감정을 지배한 힘으로 측정되는 것이지 그를 지배하는 감정의 힘으로 측정되는 것은 아니다. PP 567.3

하나님의 섭리의 보호가 삼손에게 임하여 그로 하여금 맡겨진 사업을 성취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였었다. 삼손의 생애는 바로 시초부터 체력과 지력과 도덕적 순결을 위한 좋은 조건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악한 동무들의 감화로 인하여 삼손은 인간의 유일한 안전한 방벽이 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일을 버리고 악의 조수에 휩쓸려 버렸다. 의무의 길을 따르는 자들이 시련을 당하면 하나님께서 그들을 보호하실 것이나 만일 사람들이 고의로 자신들을 유혹의 세력 하에 두면 그들은 조만간에 넘어질 것이다. PP 568.1

하나님께서 특별한 사업을 위하여 당신의 도구로 사용하시려고 하는 자들을 사단은 전력을 다하여 타락시키려 한다. 사단은 우리의 약점을 이용하여 우리를 공격하고 품성의 결점들을 통하여 우리의 심신을 모두 지배하려 하고 있으며, 우리가 이 결점들을 계속 품고 있다면 그가 성공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패배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자신의 연약한 노력으로 악의 세력을 정복하도록 홀로 버려둔 바 되지 않았다. 도움은 가까이 있으며 참으로 도움을 갈망하는 모든 영혼에게 도움이 주어질 것이다. 야곱이 계시 가운데 본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던 하나님의 천사가 원하는 모든 영혼을 도와 가장 높은 하늘에까지 오르게 할 것이다. PP 56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