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와 선지자

39/74

38장 에돔을 돌아서

이스라엘이 진을 친 가데스는 에돔 국경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으므로 모세와 백성들은 모두 이 나라를 통과하여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를 몹시 열망했다. 따라서 그들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명하신 대로 에돔 왕에게 기별을 보냈다. PP 422.1

“당신의 형제 이스라엘의 말에 우리의 당한 모든 고난을 당신도 아시거니와 우리 열조가 애굽으로 내려갔으므로 우리가 애굽에 오래 거하였더니 애굽인이 우리 열조와 우리를 학대하였므로 우리가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우리 소리를 들으시고 천사를 보내사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나이다 이제 우리가 당신의 변방 모퉁이 한 성읍 가데스에 있사오니 청컨대 우리로 당신의 땅을 통과하게 하소서 우리가 밭으로나 포도원으로나 통과하지 아니하고 우물물도 공히 마시지 아니하고 우리가 왕의 대로로만 통과하고 당신의 지경에서 나가기까지 좌편으로나 우편으로나 치우치지 아니하리이다”(민 20:14~20). PP 422.2

정중한 요청에 대해 이를 거절하는 위협적인 회답이 왔다. “너는 우리 가운데로 통과하지 못하리라 내가 나가서 칼로 너를 맞을까 염려하라.” PP 422.3

이 거절에 놀란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들은 “우리가 대로로 통과하겠고 우리나 우리 짐승이 당신의 물을 마시면 그 값을 줄 것이라 우리가 도보로 통과할 뿐인즉 아무 일도 없으리이다” 하는 약속과 더불어 왕에게 두 번째 간청을 보냈다. PP 422.4

대답은 “너는 지나가지 못하리라”였다. 벌써 무장을 갖춘 에돔의 군대들이 험한 길목에 배치되어 있어서 평화적으로 그 방면으로 전진하는 일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또한 히브리인들에게는 무력에 호소하는 일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들은 에돔 땅을 돌아서 긴 여행을 해야만 하였다. PP 422.5

만일 백성들이 시련을 당했을 때에 하나님을 신뢰했더라면 여호와의 군대장관이 그들을 인도하여 에돔을 통과하게 하였을 것이며 그 땅의 거민들은 그들에 대한 공포심을 품고 적의를 나타내는 대신에 그들에게 호의를 나타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신속히 행동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불평과 수군거리는 일로 황금처럼 귀중한 기회를 놓쳤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들이 에돔 왕에게 그들의 요구를 할 준비가 갖추어졌을 때 그 요구는 거절을 당했다. 그들이 애굽을 떠난 이래로 사단은 꾸준히 그들의 길에 장애물과 시험을 던져 그들이 가나안을 유업으로 얻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도 그들의 불신으로 여러 번 사단에게 문을 열어 줌으로 그로 하여금 하나님의 목적을 방해하게 하였다. PP 422.6

하나님의 천사들이 우리를 위하여 일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신속히 행동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악한 천사들은 전진하는 발걸음마다 싸우려 하고 있다. 하나님의 섭리가 당신의 자녀들에게 앞으로 나아가도록 명령하고 하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큰일을 하시려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계실 때에 사단은 그들로 하여금 주저하고 지체하게 함으로 여호와를 불쾌하게 하도록 유혹한다. 사단은 투쟁의 정신을 불타게 하거나 불평과 불신을 일으켜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주시려는 축복을 그들로부터 빼앗아 간다. 하나님의 종들은 민첩한 의용병이 되어 하나님의 섭리가 길을 열어 주실 때에 항상 재빨리 움직일 준비를 하여야 한다. PP 423.1

그들 편의 지체는 사단에게 그들을 패배시키기 위해 일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에돔인들이 이스라엘을 두려워하리라고 선포하신 후에 저희들이 에돔을 통과하는 일에 대해 맨 처음에 모세에게 주신 명령 가운데서 여호와께서는 당신의 백성에게 이 편의를 에돔인들을 대적하는 데 이용하지 못하도록 금하셨다. 이는 하나님의 능력이 이스라엘을 위하여 역사하시는 까닭에 에돔인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고 그래서 쉽게 약탈될 수 있었다. 그러나 히브리인들은 그들을 약탈하지 말아야 하였다. 히브리인들은 “너희는 깊이 스스로 삼가고 그들과 다투지 말라 그들의 땅은 한 발자국도 너희에게 주지 아니하리니 이는 내가 세일산을 에서에게 기업으로 주었음이로라”(신 2:4, 5)라는 명령을 받았다. 에돔인들은 아브라함과 이삭의 후손이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과 이삭을 생각하시고, 에서의 자손에게 은혜를 베푸셨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세일산을 기업으로 주셨다. 그들은 그들의 죄로 말미암아 당신의 은혜 밖으로 스스로 나아가지 않는 한 침해를 받아서는 안 될 것이었다. 가나안 거민들은 이미 죄악의 잔을 채웠으므로 그 소유를 박탈하고 그들을 완전히 멸하라고 하셨으나 에돔인들은 아직 유예 중에 있었으므로 자비로운 대우를 받아야 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자비를 기뻐하시므로 형벌을 내리시기 전에 동정심을 나타내신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주민들을 멸하도록 요구하시기 전에 그들에게 에돔 백성을 살려주도록 가르치신다. PP 423.2

에돔과 이스라엘의 조상은 형제간이었다. 그러므로 상호간에 형제다운 친절과 예절이 있어야 하였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땅을 통과하려는 일이 거절당함으로 모욕을 받았지만 그 일에 대하여 그 때에든지 장래의 어느 때에라도 복수하는 일이 금지되었다. 그들은 에돔 땅의 어느 부분이라도 점령하려는 기대를 품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선민이요 은총 받은 백성이지만 그들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가하신 제한에 대하여 유의하여야 하였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아름다운 유업을 약속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만 세상에서 모든 권리를 가졌다고 생각하고 모든 다른 민족들을 밀어내려고 하지 말아야 하였다. 그들은 에돔인들과 더불어 나누는 모든 교제에 있어서 그들에게 불의를 행치 않도록 주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들은 그들로 더불어 통상하고 필요되는 물품을 사고 그들이 산 모든 물품에 대하여 신속히 돈을 지불해야 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을 신뢰하고 당신의 말씀에 순종하도록 격려하는 다음의 말씀으로 깨우침을 받았다.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하는 모든 일에 네게 복을 주고…네게 부족함이 없었느니라”(신 2:7). 그들은 에돔인들을 의지하지 않았으니 이는 그들이 자원이 풍부하신 하나님을 모신 까닭이었다. 이스라엘인들은 에돔인에게 속한 것은 무엇이든지 폭력이나 기만으로 얻으려고 하지 말아야 했다. 오히려 에돔인과의 모든 교제에 있어서 이스라엘인들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율법의 원칙을 수범해야 했다. PP 424.1

만일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이런 방법으로 에돔을 통과했더라면 그들의 통과가 자신들에게뿐 아니라 그 땅의 거민에게도 축복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했더라면 이 일은 에돔인들에게 하나님의 백성과 사귀고 하나님을 경배하는 법을 배우는 기회가 되고, 야곱의 하나님께서 당신을 사랑하고 경외하는 자들을 어떻게 번영케 하셨는지를 목격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불신은 이 모든 것을 막았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요구에 응하여 백성들에게 물은 주셨으나 그들의 불신이 형벌을 받도록 허락하셨다. 그들은 다시 광야로 여행하여 그들이 하나님을 신뢰했더라면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았을 그 기적의 샘에서 갈증을 풀어야 했다. PP 424.2

따라서 이스라엘 대군은 다시 남쪽으로 향하여 불모의 황무지로 나아갔으며 이 여행은 에돔의 산과 골짜기의 푸른 지대를 바라본 이후이므로 한층 더 침울한 것처럼 보였다. 이 침울한 사막에서 바라보이는 산맥 중에 호르산이 우뚝 솟아 있었는데 그 산꼭대기는 아론이 죽어 장사될 곳이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 산에 왔을 때 하나님의 명령이 모세에게 전달되었다. PP 424.3

“너는 아론과 그 아들 엘르아살을 데리고 호르산에 올라 아론의 옷을 벗겨 그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히라 아론은 거기서 죽어 그 열조에게로 돌아가리라”(민 20:25, 26). PP 425.1

이 두 노인과 젊은이는 함께 땀을 흘리며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모세와 아론의 머리카락은 백이십년의 풍상을 겪어 눈과 같이 희었다. 그들의 길고 다사다난한 생애는 보통 사람이 당해 보지 않은 가장 심한 시련과 또한 가장 큰 영예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들은 타고난 위대한 재능을 가진 자들이었고 그들의 모든 능력은 전능하신 분과 교통함으로 계발되고 향상되고 위엄을 가졌다. 그들은 하나님과 그들의 동포를 위한 이기심 없는 사업으로 평생을 보냈다. 그들의 용모는 위대한 지적 능력과 확고하고 고상한 목적과 강한 애정의 증거를 나타냈다. PP 425.2

모세와 아론은 여러 해 동안 서로 노고와 염려를 나누었다. 그들은 무수한 위험을 함께 직면하였고 또한 하나님의 현저한 은혜를 함께 나누었다. 그러나 그들이 작별해야 할 시간이 임박했다. 그들은 상호간의 친교의 매 순간이 귀중하기에 매우 천천히 움직였다.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고 힘이 들었다. 그리고 쉬려고 멈추었을 때에 그들은 과거와 미래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하였다. 그들의 앞에는 시야가 미치는 한도 안에 그들이 방황하던 광야의 광경이 전개되었다. 아래 평야에는 이스라엘 대군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택함을 입은 모세와 아론은 이들을 위하여 그들의 생애의 가장 좋은 부분을 소비하였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행복을 위하여 그처럼 깊은 관심을 가졌었고 그처럼 큰 희생을 치렀다. 에돔의 산들 너머 어딘가에 약속된 땅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땅의 축복을 모세와 아론은 누릴 수 없었다. 그들의 마음에는 반항적인 감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한 마디의 불평도 그들의 입술에서 튀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왜 조상들의 유업에서 제외되었는지를 생각할 때에 그들의 얼굴에는 엄숙한 비애가 깃들었다. PP 425.3

이스라엘에 대한 아론의 사업은 이제 종언을 고하였다. 하나님께서는 40년 전 그가 83세 때에 그를 부르셔서 당신의 크고 중대한 사명을 모세와 함께 수행하게 하셨다. 아론은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는 일에 그의 아우와 더불어 협력하였다. 아론은 히브리 대군이 아말렉으로 더불어 교전할 때에 위대한 지도자 모세의 손을 위로 쳐들고 있었다. 그는 시내산에 올라갈 허락을 받아 하나님의 존전에 가까이 나아가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았다. 여호와께서는 제사장 직분을 아론의 가계에 수여하시고 또 아론에게는 대제사장의 성스러운 직분을 맡을 수 있는 영광을 주셨다. 하나님께서는 고라와 그 무리들을 멸하시는 당신의 무서운 형벌을 나타내실 때에도 성직에 있는 아론을 붙들어 주셨다. 그 재앙이 멎은 것은 아론의 중재의 결과이었다. 그의 두 아들이 하나님의 명백한 명령을 무시했기 때문에 죽임을 당했을 때에 아론은 반역하지도 않았고 불평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의 고상한 생애의 기록에는 오점을 남겼다. 아론은 백성들의 요구에 굴복하여 시내산 기슭에서 금송아지를 만들었기 때문에 매우 무서운 죄를 범했고 다시 그는 미리암과 연합하여 모세를 시기하고 불평하였다. 그리고 그는 모세와 같이 가데스에서 반석에게 명하여 물을 내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불순종함으로 여호와께 범죄하였다. PP 425.4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의 지도자들이 그리스도의 대표자들이 되기를 의도하셨다. 아론은 가슴에 이스라엘의 이름들을 달고 있었다. 그는 하나님의 뜻을 백성에게 전달하였다. 그는 대속죄일에 온 이스라엘의 중보자로서 지성소에 피 없이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마치 그리스도께서 그들을 위한 속죄 사업이 끝나게 될 때에 기다리는 당신의 백성에게 나아와 축복하실 것처럼 지성소에서 나와 이스라엘 회중에게 축복하였다. 우리의 크신 대제사장을 대표하는 그의 성스러운 직분이 매우 높은 성질의 직분이기에 가데스에서 범한 아론의 죄는 그처럼 큰 것이었다. PP 426.1

모세는 커다란 슬픔을 안고 아론에게서 성의(聖衣)를 벗겨 엘르아살에게 입혔다. 그렇게 해서 그는 하나님의 임명을 받아 아론의 후계자가 되었다. 가데스에서 범한 죄로 인하여 아론은 가나안에서 하나님의 대제사장으로 시무할 특권 곧 아름다운 땅에서 첫 희생 제물을 드려 이스라엘의 유업을 성별할 특권을 상실하였다. 모세는 바로 가나안 접경까지 백성들을 인도할 임무를 계속 수행해야 했다. 그는 약속의 땅이 보이는 곳까지 갈 것이지만 그 곳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만일 이 하나님의 종들이 가데스의 반석 앞에 섰을 때에 그들 앞에 다가온 시험을 불평 없이 견디었더라면 그들의 장래는 얼마나 달라졌을 것인가! 단 한 번의 그릇된 행위도 결코 원상대로 회복될 수 없다. 한 순간의 유혹이나 부주의로 잃어버린 것은 일생의 사업으로도 회복시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PP 426.2

두 큰 지도자가 진영에서 사라졌고 아론의 후계자로서 성직에 임할 것으로 일반에게 알려진 엘르아살이 그들과 함께 갔다는 사실이 백성들에게 불안감을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돌아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백성들이 주위의 대 군중을 살펴볼 때에 애굽을 떠나온 어른들은 거의 다 광야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세와 아론에게 선언된 형벌을 기억하고 그들은 모두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호르산 꼭대기로 가는 그 신비스러운 여행의 목적을 아는 어떤 이들은 쓰라린 추억들과 양심의 가책으로 저들의 지도자들에 대해 몹시 염려하였다. PP 426.3

마침내 모세와 엘르아살이 산을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으나 아론은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 또 엘르아살이 사제복을 입고 있는 것은 그가 아버지를 대신하여 성직을 계승한 사실을 나타내 주었다. 백성들이 무거운 마음으로 지도자의 주위에 모였을 때에 모세는 그들에게 아론이 호르산 위에서 그의 팔에 의지하여 죽었다는 사실과 그 곳에 장사지냈다는 사실을 말했다. 온 회중은 슬퍼하고 통곡했다. 비록 그들이 그처럼 자주 그를 슬프게 했지만 그들이 모두 아론을 사랑한 까닭이었다. “온 회중 곧 이스라엘 온 족속이 아론의 죽은 것을 보고 위하여 삼십일을 애곡하였더라”(민 20:29). PP 427.1

이스라엘의 대제사장의 장사에 관하여 성경에는 “아론이 거기서 죽고 거기 장사되었”(신 10:6)다는 짤막한 기록밖에 없다. 오늘날의 관습과는 현저히 대조되는 이 장례는 하나님의 분명한 명령에 따라 거행되었다. 현대의 높은 지위를 누렸던 자의 장례식은 때때로 허식과 낭비를 과시하는 기회가 된다. 이 세상에 산 가장 저명한 자 중에 한 사람인 아론이 죽었을 때에 그의 가장 가까운 근친 두 사람만이 그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의 장사에 참례하였다. 그리고 호르산 위에 있는 그 외로운 무덤은 이스라엘의 눈앞에서 영원히 감추어졌다. 죽은 자에게 흔히들 너무나 큰 허식을 나타내고 그들의 몸이 흙으로 돌아가는 일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데 그것은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못한다. PP 427.2

온 회중이 아론을 위하여 슬퍼했으나 그들은 모세만큼 그런 절통한 손실을 느낄 수 없었다. 아론의 죽음은 모세에게 자신의 종말이 가까움을 통절히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가 이 세상에 머물러 있을 시간이 짧음을 알수록 그처럼 장구한 세월 동안 기쁨과 슬픔, 희망과 공포를 같이 겪은 충실한 친구 아론을 잃은 것을 슬퍼하였다. 그 사업을 모세는 이제 홀로 계속해야 했으나 그는 하나님께서 그의 친구이심을 알고 더 열렬히 하나님을 의지하였다. PP 427.3

호르산을 떠난 지 얼마 후 이스라엘 사람들은 가나안의 한 왕 아랏으로 더불어 교전하여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나님의 도우심을 열렬히 간구했을 때에 하나님의 도우심이 그들에게 임하여 원수들은 대패하였다. 이 승리는 감사의 마음을 고취시키고 하나님을 의지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하는 대신에 그들을 자만스럽고 자부심이 강하게 만들었다. 곧 그들은 불평하던 옛 습관에 빠지고 말았다. 근 40년 전에 정탐꾼의 보고를 듣고 반역한 후에 즉시 이스라엘 군대가 가나안으로 진군하도록 허락을 얻지 못한 일을 그들은 지금 불만스럽게 생각하였다. 그들은 광야에서 오랫동안 체류한 것은 지체라고 말하면서 그들이 그 때에도 지금처럼 원수들을 쉽게 정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PP 427.4

그들이 남쪽으로 여행을 계속할 때에 그들의 길은 수목의 그늘이 없는 무더운 사막의 골짜기를 통해 뻗어 있었다. 그 길은 멀고 어려운 것처럼 보였으며 그들은 피곤과 갈증으로 심히 고통을 받았다. 또다시 그들은 믿음과 인내의 시험을 견디지 못했다. 그들은 계속적으로 저희가 경험한 어두운 면에 집착함으로 점점 하나님과 멀어지고 말았다. 가데스에서 물이 그쳤을 때에 불평하지 않았더라면 에돔을 돌아가는 여행을 하지 않을 수 있었으리라는 사실을 그들은 잊어버렸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보다 나은 일을 경영하셨었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죄를 그처럼 경하게 처벌하신 데 대해 그들의 마음에는 하나님께 대한 감사가 충만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대신에 그들은 속으로 만일 하나님과 모세가 간섭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약속된 땅을 점령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려움을 자초하고 그들의 운명을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것보다 더욱 어렵게 만들고도 그들은 모든 불행의 책임을 하나님께 돌렸다. 그리하여 그들에 대한 하나님의 처사에 대하여 반감을 품고 마침내 만사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리하여 애굽은 그들에게 노예로부터의 자유보다 더 좋게 보이고 하나님께서 그들을 그 곳으로 인도하고 계시는 땅보다 더욱 좋게 보였다. PP 428.1

이스라엘 백성들은 불만의 정신에 빠져서 축복에서까지도 결점을 찾으려고 하였다. “백성이 하나님과 모세를 향하여 원망하되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올려서 이 광야에서 죽게 하는고 이곳에는 식물도 없고 물도 없도다 우리 마음이 이 박한 식물을 싫어하노라”(민 21:5). PP 428.2

모세는 백성들 앞에서 그들의 죄를 충실히 제시하였다. “그 광대하고 위험한 광야, 곧 불뱀과 전갈이 있고 물이 없는 간조한 땅”(신 8:15)에서 그들을 보호한 것은 오직 하나님의 능력이었다. 그들이 여행하는 동안 하루도 하나님의 은혜로운 이적으로 보호함을 받지 않은 날이 없었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모든 길에서 그들은 갈증을 풀어 주는 물을 발견하였다. 하늘에서 내린 떡은 배고플 때에 그들의 허기를 채워 주었고 낮에는 구름기둥의 그늘과 밤에는 불기둥 아래서 평화와 안전을 얻었다. 그들이 암석의 험준한 산길을 오를 때나 광야의 울퉁불퉁한 길을 헤치고 나아갈 때에 천사들은 그들을 위해 봉사하였다. 그들이 고난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온 대열 중에 약한 자가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의 오랜 여행에서도 그들의 발이 부르트지 않았고 옷이 해어지지도 않았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앞길에 삼림과 사막에 있는 맹수와 독사류를 제거하셨다. 그분의 이 모든 사랑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이 계속 불평한다면 여호와께서는 그들이 당신의 은혜스러운 보호를 감사하고 회개하고 겸손히 당신께로 돌아올 때까지 당신의 보호를 거두실 것이었다. PP 428.3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능력으로 보호함을 받아 왔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들을 둘러싼 무수한 위험을 깨닫지 못하였다. 그들은 망언과 불신에 빠진 나머지 죽게 되었다고 생각했으며 여호와께서는 이제 그들에게 죽음이 오도록 허락하셨다. 광야에 불뱀이라 불리는 독사가 있었는데 이 독사에게 물리면 극렬한 염증을 일으켜 신속하게 죽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하나님의 보호하시는 손길이 이스라엘을 떠났을 때에 수많은 백성들이 이 독사에게 물렸다. PP 429.1

그리하여 온 진영에 공포와 혼란이 일어났다. 거의 모든 장막에 죽어가는 자와 죽은 자들이 있었다. 때때로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밤의 적막을 깨뜨렸는데 이는 새로 뱀에게 물린 자가 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고통을 당하고 있는 자들을 도와주거나, 아직 물리지 않는 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고통스러운 염려와 노력으로 모두 분주하였다. 이제는 한 마디의 불평도 그들의 입술에서 흘러나오지 않았다. 현재의 고통에 비교하면 전에 당한 어려움과 시련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PP 429.2

백성들은 이제 하나님 앞에 스스로 겸비하였다. 그들은 모세에게 나아와 죄를 고백하고 탄원하였다. 저들은 “우리가 여호와와 당신을 향하여 원망하므로 범죄하였”(민 21:7)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모세를 그들의 가장 큰 원수이며 그들의 모든 고통과 재난의 원인이라고 비난하였었다. 그러나 그런 비난을 말할 때에라도 그들은 그 비난이 잘못임을 알았다. 그리고 참으로 어려움이 닥쳐오자마자 그들은 그들을 위하여 하나님께 중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모세에게 달려갔다.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 뱀들을 우리에게서 떠나게 하소서”(민 21:7)라고 그들은 부르짖었다. PP 429.3

모세는 하나님께로부터 산 뱀과 비슷하게 구리로 뱀을 만들어 백성 중에 높이 세워 두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리고 물린 자들이 그것을 바라보면 구원을 받을 것이었다. 모세는 그렇게 했고 물린 자들은 누구나 다 구리뱀을 쳐다보면 살리라는 기쁜 소식이 온 진영에 전해졌다. 이때에 많은 사람이 이미 죽었다. 모세가 장대에 구리뱀을 달아 올렸을 때에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바라보기만 하면 낫는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그같은 불신으로 말미암아 멸망을 당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만드신 구원의 길에 대한 믿음을 가진 자들도 많이 있었다. 부모와 형제와 자매들은 고통 가운데서 죽어가는 친지들의 희미한 눈망울들을 구리뱀에게로 향하도록 도와주려고 몹시 노력하였다. 비록 힘없이 죽어가는 자들일지라도 한번 쳐다보기만 하면 완전히 회복되었다. PP 430.1

백성들은 구리로 만든 뱀에게는 그것을 쳐다보는 자들을 그처럼 변화시킬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치료하는 능력은 하나님께로부터만 오는 것이다. 이 단순한 방법으로 백성들은 그같은 고통이 그들의 죄로 인하여 이르러 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그들은 하나님을 순종하는 동안에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보증을 받았다. 이는 하나님께서 그들을 보호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PP 430.2

구리뱀을 든 것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중대한 교훈을 가르치시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치명적인 독소의 영향으로부터 자신들을 구원할 수 없었다. 하나님만이 그들을 치유하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구원의 길에 대한 그들의 믿음을 나타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 그들은 살기 위하여 바라보아야 했다. 이는 하나님께 가납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믿음이었고, 그 뱀을 바라봄으로 그들의 믿음을 나타냈다. 그들은 뱀 그 자체에 무슨 효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그리스도의 상징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공로를 믿어야 할 필요성이 그들의 마음에 깨우쳐졌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제물을 가져왔고 그렇게 함으로 그들의 죄를 위한 충분한 속죄가 이루어진 줄 알았다. 그들은 이 제물들이 예표하는 장차 오실 구속주를 의지하지 않았다. 여호와께서는 이제 그들이 드리는 희생 제물 자체는 구리뱀처럼 아무 능력도 없고 효력도 없지만 구리뱀과 같이 그것은 그들의 마음을 크신 속죄 제물이신 그리스도께로 인도해야 할 것임을 그들에게 가르치고자 하셨다. PP 430.3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 3:14, 15). 일찍이 이 세상에 살았던 자들은 모두 다 “옛 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단이라고도 하는”(계 12:9) 자의 치명적인 독아(毒牙)에 물렸다. 죄의 치명적인 결과는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방책에 의해서만 제거될 수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높이 쳐들린 뱀을 쳐다봄으로 저들의 생명을 구원했다. 쳐다보는 것은 믿는다는 의미였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그들의 회복을 위하여 준비된 방법을 의지하여 생명을 구원했다. 그처럼 오늘날의 죄인들도 그리스도를 쳐다봄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다. 즉 죄인들은 속죄의 희생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용서를 받는다. 활력이 없고 생명이 없는 상징물과는 달리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회개하는 죄인을 고칠 수 있는 능력과 효능을 가지고 계신다. PP 431.1

비록 죄인들은 자기 스스로 구원함을 받을 수 없지만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내게 오는 자는 내가 결코 내어 쫓지 아니하리라”(요 6:37)고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께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죄를 회개할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받아 주시고 용서해 주실 것을 믿어야 한다. 믿음은 하나님의 선물이나 믿음을 행사하는 능력은 우리의 것이다. 믿음은 영혼이 하나님께서 제공하시는 은혜와 자비를 붙잡는 손이다. PP 431.2

그리스도의 의밖에는 아무것도 우리에게 은혜스러운 언약의 축복 중 단 한 가지도 받을 권리를 주지 못한다. 이 축복을 얻으려고 오랫동안 갈망하고 노력한 자들이 많으나 받지 못함은 그들이 스스로 이 축복을 받기에 합당한 무슨 일을 해보려는 생각을 품은 까닭이었다. 그들은 시선을 자신에게서 돌리고 예수를 모든 것을 충족시키시는 구주로 믿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의 공로가 우리를 구원하리라고 생각지 말아야 한다. 그리스도께서만이 우리의 유일한 구원의 소망이시다. “천하 인간에 구원을 얻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니라”(행 4:12). PP 431.3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죄를 용서하시는 구주로써 예수의 공로를 의지할 때에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모든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아무도 마치 자기 자신을 구원할 능력을 가진 것처럼, 자기 자신을 바라보지 말라. 예수께서는 우리가 이 일을 하기에 무력하기 때문에 우리를 위하여 죽으셨다. 예수 안에는 우리의 소망과 우리의 칭의와 우리의 의가 있다. 우리에게 죄가 많음을 알게 될 때에 낙심하거나 우리에게 구주가 없는 것처럼 두려워하거나 구주께서 우리에게 은혜 베푸실 생각이 없는 것처럼 여기지 말 것이다. 예수께서는 무력한 우리에게 당신께 나아와 구원함을 얻도록 초청하고 계신 것이다. PP 431.4

이스라엘 사람들 중에는 하늘이 제정한 구제책에서 도움을 발견하지 못한 자들이 많았다.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자들이 그들의 주위에 널려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도움이 없이는 죽음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으나 계속하여 그들의 상처와 고통과 죽음이 확실함을 슬퍼하다가 마침내 그들이 즉시 나음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기력은 쇠하고 그들의 눈은 흐려지게 되었다. 우리가 우리의 필요를 인식한다면 우리의 모든 힘을 우리의 행위를 슬퍼하는 일에 바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그리스도 없이는 우리의 상태가 무력함을 깨달아야 하는 동시에 결코 실망하지 말고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부활하신 구주의 공로를 의지하여야 한다. 바라보고 살라. 예수께서는 당신께 나오는 자는 모두 구원하시겠다는 보증을 주셨다. 비록 기별을 받아야 할 무수한 사람들이 당신께서 제공하신 은혜를 거절할지라도 당신의 공로를 의지하는 자는 한 사람도 멸망하도록 버려둔 바 되지 않을 것이다. PP 432.1

많은 사람들이 구속의 경륜의 신비가 그들에게 분명해질 때까지는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무수한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그 효과를 체험한 사실을 알면서도 믿음으로 바라보기를 거절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이유와 증거를 찾아내기 위하여 철학의 미로에서 방황하면서도 하나님께서 주시기를 기뻐하시는 증거는 거절한다. 그들은 의의 태양이 빛을 발하는 이유를 깨달을 때까지 그 빛 가운데서 행하기를 거절한다. 이런 노선을 고집하는 자들은 아무도 진리의 지식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의심할 여지를 모두 제거하지는 않으실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신앙의 기초를 놓을 수 있는 충분한 증거를 주신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에 마음은 흑암 중에 처하게 된다. 만일 뱀에게 물린 자들이 쳐다보기를 동의하기 전에 멈추어 서서 의심과 의문을 일으켰더라면 그들은 멸망을 당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쳐다보는 일이 우리의 의무이며 믿음으로 쳐다봄으로 우리는 생명을 얻을 것이다. PP 4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