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와 선지자

38/74

37장 침을 당한 반석

사막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갈증을 풀어 준 생수는 호렙에서 반석을 쳤을 때 처음으로 흘러나왔다. 여행하던 전 기간 동안 어디든지 필요한 경우에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이적을 통하여 물이 공급되었다. 물이 계속 호렙으로부터 흘러내린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여행 중 물이 필요한 때에는 언제든지 진영 부근에 있는 바위틈들에서 물이 흘러나왔다. PP 411.1

이스라엘 백성을 위하여 말씀의 능력으로 신선한 물이 흐르게 하신 분은 그리스도이셨다. “저희를 따르는 신령한 반석으로부터 마셨으매 그 반석은 곧 그리스도시라”(고전 10:4). 그리스도께서는 영적 축복과 아울러 모든 현세의 축복의 근원이시다. 참된 반석 그리스도께서는 그들의 모든 유랑 생활 동안에 그들과 함께 계셨다. “여호와께서 그들을 사막으로 통과하게 하시던 때에 그들로 목마르지 않게 하시되 그들을 위하여 바위에서 물이 흘러나게 하시며 바위를 쪼개사 물로 솟아나게 하셨느니라”, “마른 땅에 강같이 흘렀”(사 48:21; 시 105:41)다. PP 411.2

모세가 친 반석은 그리스도의 표상이었고 이 상징을 통하여 가장 귀중하고 신령한 진리가 가르쳐졌다. 생명을 주는 물이 모세가 친 반석에서 흘러나온 것처럼 “하나님에게 맞으며” “우리의 허물을 인하여” 찔리시고 “우리의 죄악을 인하여”(사 53:4, 5) 상하신 그리스도께로부터 잃어버린 인류를 위한 구원의 시냇물이 흐른다. 반석이 한 번 침을 당했던 것처럼 그리스도께서도 “많은 사람의 죄를 담당하시려고 단번에 드리신바 되”(히 9:28)실 것이었다. 우리의 구주께서는 두 번 희생당하지 않으실 것이었다. 그리스도의 은혜의 축복을 구하는 자들은 예수의 이름으로 구하고, 회개하는 기도로써 마음의 소망을 토로하기만 하면 된다. 이와 같은 기도는 만군의 여호와 앞에 예수의 상처를 가져갈 것이다. 그리하면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생수의 흐름으로 상징된 생명을 주는 피가 다시 흘러내리게 될 것이다. PP 411.3

사막에서 반석으로부터 물이 흘러나온 사건을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에 정착한 후에도 큰 기쁨으로 경축하였다. 이 축제는 그리스도 당시에 가장 감명적인 의식이었다. 이 축제는 온 나라의 백성들이 예루살렘에 모이는 때인 초막절에 거행되었다. 축제의 7일 동안 날마다 제사장들은 노래를 부르며 레위인들의 합창단과 더불어 실로암으로 나아가 그 곳 샘에서 금그릇으로 물을 길었다. 예배하러 모인 군중들은 제사장들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너희가 기쁨으로 구원의 우물들에서 물을 길으리로다”(사 12:3)라는 환희의 곡조가 터지면서 샘에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자들은 모두 그 물을 마셨다. 그러고 나서 제사장들이 길은 물은 나팔 소리와 “예루살렘아 우리 발이 네 성문 안에 섰도다”라는 엄숙한 찬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성전으로 운반되었다. 찬송의 소리가 고조되고 군중들이 악기와 장중(莊重)한 나팔 소리에 맞추어 의기양양하게 노래부르는 합창단과 연합하여 노래하는 동안 그 물은 번제단 위에 부어졌다. PP 412.1

구주께서는 백성들의 마음을 당신께서 오셔서 주시려고 하는 축복에로 향하도록 하는 데 이 상징적인 의식을 사용하셨다. “명절 끝날 곧 큰 날에”예수께서는 온 성전 마당에 다 들릴 만한 큰 음성으로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고 말씀하셨다. 요한은 “이는 그를 믿는 자의 받을 성령을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요 7:37~39)고 말했다. 정신을 상쾌하게 하는 물 즉, 바싹 마른 불모의 땅에 샘물이 솟아나고 사막이 꽃이 피는 곳이 되게 하고, 멸망당할 자들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 흘러내린 샘물은 그리스도께서만이 주실 수 있는 생수로써, 영혼을 정결케 하고 새롭게 하고 활력을 주는 하나님의 은혜의 상징이다. 그리스도께서 내재하시는 사람은 그 속에 결코 다함이 없는 은혜와 능력의 샘을 가지고 있다. 예수께서는 참으로 당신을 찾는 모든 사람의 생애를 기쁘게 하고 그들의 길을 밝게 하신다. 마음속에 받아들여진 예수의 사랑은 선한 일 속에서 샘처럼 솟아나 영생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사랑이 샘솟는 영혼은 자신이 축복을 받을 뿐 아니라 그의 의로운 말과 행실 가운데서 생수가 흘러나와 주위에 있는 갈급한 자들에게 활력을 주게 될 것이다. PP 412.2

그리스도께서는 야곱의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과 이야기하실 때에 동일한 표상을 사용하셨다. “내가 주는 물을 먹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나의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그리스도께서는 두 상징을 겸하고 계시다. 그 분은 반석이시요 생수이시다. PP 412.3

동일한 아름답고 뜻 깊은 표상들이 성경 도처에 기록되어 있다.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시기 수 세기 전에 모세는 그분을 가리켜 “이스라엘의 구원의 반석”(신 32:15)이라고 하였고, 시인은 “나의 구속자”요, “내 힘의 반석”이요, “나보다 높은 바위”요, “거할 바위”요, “내 마음의 반석”이요, “나의 피할 반석”(시 19:14, 62:7, 61:2, 71:3, 94:22)이라고 노래하였다. 다윗의 노래 가운데에서도 그리스도의 은혜는 역시 하늘의 목자가 당신의 양떼를 인도하고 있는 푸른 목장의 시원하고 “잔잔한 물”(시 23:2)로 묘사되어 있다. 또 그는 “주께서 주의 복락의 강수로 마시우시리이다 대저 생명의 원천이 주께 있”(시 36:8, 9)나이다라고 말했다. 지혜자 솔로몬은 “지혜의 샘은 솟쳐 흐르는 내와 같으니라”(잠 18:4)고 선언하였다. 그리스도께서는 예레미야에게 “생수의 근원”(렘 2:13)이 되시고 스가랴에게는 “죄와 더러움을 씻는 샘”(슥 13:1)이 되셨다. PP 413.1

이사야는 그리스도를 “영원한 반석”이요, “곤비한 땅에 큰 바위 그늘”(사 26:4, 32:2)로 묘사했다. 그리고 그는 이스라엘을 위하여 흘렀던 산시내를 생생하게 회상시키는 귀중한 약속을 기록하였다. “가련하고 빈핍한 자가 물을 구하되 물이 없어서 갈증으로 그들의 혀가 마를 때에 나 여호와가 그들에게 응답하겠고 나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그들을 버리지 아니할 것이라”, “대저 내가 갈한 자에게 물을 주며 마른 땅에 시내가 흐르게 하며”, “광야에서 물이 솟겠고 사막에서 시내가 흐를 것임이라”, “너희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사 41:17, 44:3, 35:6, 55:1)는 초청이 주어졌다. 그리고 거룩한 말씀이 끝나는 페이지에 이 초청이 반복되어 있다.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이 하나님과 어린양의 보좌에서 흘러나오고 “원하는 자는 값없이 생명수를 받으라”(계 22:17)는 은혜로운 초청이 각 시대를 통하여 울려 내려오고 있다. PP 413.2

히브리 대군이 가데스에 도착하기 직전에 그처럼 여러 해 동안 그들의 진영 곁에서 솟아나왔던 산 시냇물이 끊어지고 말았다. 이는 여호와께서 다시 당신의 백성을 시험하시고자 하심이었다. 여호와께서는 그들이 당신의 섭리를 신뢰할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조상들의 불신을 모방할 것인지 시험하실 것이었다. PP 413.3

그들은 이제 가나안의 산들이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며칠만 여행하면 그들은 약속의 땅의 변경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에서의 후손에게 속한 에돔에서 과히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가나안으로 가는 길은 에돔을 통해 나 있었다. 모세에게 다음과 같은 지시가 주어졌다. “돌이켜 북으로 나아가라 너는 또 백성에게 명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세일에 거하는 너희 동족에서의 자손의 지경으로 지날진대 그들이 너희를 두려워하리니…너희는 돈으로 그들에게서 양식을 사서 먹으며 돈으로 그들에게서 물을 사서 마시라”(신 2:3~6). 이 명령은 왜 그들에게 물의 공급이 끊어졌는지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들은 가나안 땅으로 가는 직통로인 물이 풍족하고 비옥한 나라를 통과하려 하였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방해를 받지 않고 에돔을 통과할 수 있으며 또한 대군의 수요에 충족한 음식과 물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약속하셨다. 그런고로 기적적으로 물이 솟아나는 일이 중지된 것은 광야의 유랑 생활이 끝났다는 징조로서 기뻐해야만 하였다. 그들이 불신으로 눈멀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이 일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언약의 성취의 증거가 되었을 바로 그것이 의심과 불평의 원인이 되었다.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그들로 가나안을 소유하게 하시리라는 모든 희망을 포기한 자들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들은 광야에서 그들이 누렸던 축복들을 극성스럽게 요구하였다. PP 413.4

하나님께서 그들을 가나안에 들어가도록 허락하시기 전에 그들은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신앙을 나타내 보여야 하였다. 물은 그들이 에돔에 도달하기 전에 그쳤다. 이곳에서 그들은 얼마 동안 눈에 보이는 것 대신에 믿음으로 행할 기회를 가져야 하였다. 그러나 최초의 시련에 그들은 조상들처럼 광포(狂暴)와 망은의 정신을 발휘하였다. 진영에서 물을 갈망하는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그들은 그처럼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의 필요를 공급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잊고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는 대신에 하나님을 원망하고 자포자기하여 “우리 형제들이 여호와 앞에서 죽을 때에 우리도 죽었더면 좋을 뻔하였도다”고 부르짖었다. 그들은 고라의 반역으로 죽은 자 중에 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PP 414.1

그들은 모세와 아론을 대항하여 부르짖었다. “너희가 어찌하여 여호와의 총회를 이 광야로 인도하여 올려서 우리와 우리 짐승으로 다 여기서 죽게 하느냐 너희가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나오게 하여 이 악한 곳으로 인도하였느냐 이곳에는 파종할 곳이 없고 무화과도 없고 포도도 없고 석류도 없고 마실 물도 없도다.” PP 414.2

모세와 아론은 성막 문으로 가서 땅에 부복하였다. 또다시 “여호와의 영광이…나타”났으며 모세에게 다음과 같은 지시가 주어졌다. “지팡이를 가지고 네 형 아론과 함께 회중을 모으고 그들의 목전에서 너희는 반석에게 명하여 물을 내라 하라 네가 그 반석으로 물을 내게 하”(민 20:8)라. PP 417.1

두 형제는 군중 앞으로 나아갔다. 모세는 손에 하나님의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노인이었다. 그들이 오랫동안 이스라엘의 반역과 고집을 참았으나 마침내 모세는 인내력을 잃었다. 모세는 “패역한 너희여 들으라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고 부르짖었다. 그러고는 하나님이 그에게 명하신 대로 반석에게 명하는 대신에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쳤다. PP 417.2

물은 군중이 넉넉히 마실 만큼 많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모세는 큰 과오를 범했다. 모세는 분노한 감정으로 말했고, 그의 말은 하나님께서 모욕을 당하셨기 때문에 발한 거룩한 의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적 격정의 표출이었다. 그는 “패역한 너희여 들으라”고 말했다. 이 비난은 잘못이 아닌 사실이었으나 사실일지라도 분노하거나 조급하게 말하지 말아야 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명하여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들의 반역을 책하실 때에 그 말은 모세 자신에게도 고통스러웠고 백성들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으나 하나님께서는 모세가 그 기별을 전하는 데 있어서 그를 붙들어 주셨었다. 그러나 모세가 백성들을 비난하기 위하여 스스로 분노할 때에는 하나님의 성령을 슬프게 하고 백성들에게 해를 끼쳤을 뿐이었다. 그는 인내심과 자제력이 부족했음이 분명했다. 그리하여 백성들은 그의 과거의 행로가 하나님의 지도 하에 이루어졌었는지에 대하여 의심을 갖게 되고 그들의 죄를 변명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모세도 백성들과 마찬가지로 하나님께 범죄하였다. 그들은 모세의 행위가 처음부터 비평과 비난을 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제 하나님께서 그의 종을 통해 보내 주신 모든 책망을 거절할 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PP 417.3

모세는 하나님께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그는 마치 여호와께서 약속하신대로 행하지 않으실 것처럼 “우리가 물을 내랴”고 물었다. 여호와께서는 두 형제에게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 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하”였다고 말씀하셨다. 물이 끊어졌을 때에 하나님의 언약의 성취에 대한 그들의 믿음은 백성들의 불평과 반역으로 흔들림을 당했다. 처음 세대는 불신의 연고로 광야에서 멸망당하도록 선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정신이 그들의 자녀들에게 나타났다. 이들도 역시 약속을 받아들이기에 실패할 것인가? 지치고 낙담한 모세와 아론은 일반 백성들의 감정의 흐름을 막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만일 그들이 스스로 하나님께 대한 확고부동한 신앙을 나타내었더라면 백성들이 이 시험을 견딜 수 있게 할 그 같은 빛으로 백성들 앞에 그 문제를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행정 장관으로서 그들에게 부여된 권위를 신속하고도 과단성 있게 행사했더라면 그들은 그 불평을 진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나님께 그들을 위하여 그 일을 해주시도록 요청하기 전에 힘닿는 데까지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였다. 가데스에서의 불평을 신속히 저지했더라면 연달아 일어날 얼마나 많은 죄악이 예방되었을까! PP 417.4

모세는 그의 경솔한 행위로 인하여 하나님께서 가르치시고자 하신 교훈의 효력을 상실시켰다. 그리스도를 상징한 반석은 그분께서 한 번 희생이 되셔야 한 것처럼 한 번 침을 당하였다. 두 번째는 마치 우리가 예수의 이름으로 축복을 간구하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반석에게 명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두 번째도 반석을 침으로 이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표상의 의미가 상실되고 말았다. PP 418.1

이뿐만 아니라 모세와 아론은 하나님께만 속한 권세를 자기들이 취했다. 그 때는 하나님께서 개입하실 필요가 있는 가장 엄숙한 기회였다.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은 이 기회에 백성들이 하나님께 대한 경외심을 갖도록 그들을 감명시키고 하나님의 능력과 선하심에 대한 저들의 믿음을 굳게 해주어야 하였다. 그들이 분노하여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고 부르짖었을 때에 마치 그들은 그 능력이 인간의 약점과 정욕을 소유한 자신들에게 놓여 있는 것처럼 그들 자신을 하나님의 자리에 두었던 것이다. 모세는 백성들의 끊임없는 불평과 반역에 지쳐서 마침내 자기를 돕고 계시는 전능하신 분을 보지 못했다. 그는 하나님의 능력을 구하지 아니하고 인간의 약점을 나타냄으로 인하여 그의 경력에 오점을 남겼다. 그의 사업이 끝날 때까지 순결하고 확고부동하고 무아의 경지를 지속했어야 할 사람이 마침내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하나님께서는 찬양과 높임을 받으셨어야 할 때에 이스라엘의 회중 앞에서 모욕을 당하셨다. PP 418.2

이번에는 하나님께서 모세와 아론을 그처럼 격노케 만든 악한 행위를 저지른 자들에게 형벌을 선언하지 않으셨다. 모든 견책은 지도자들에게 임했다. 하나님의 대표자로 선 자들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지 않았다. 모세와 아론은 백성들의 불평이 자기들을 대적하는 것이 아니요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자기들이 공격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무의식중에 죄에 빠져서 백성들이 하나님 앞에 지은 커다란 죄를 그들 앞에 제시해 주지 못한 것은 자기 자신들을 바라보고 자신들을 동정하였기 때문이다. PP 418.3

몹시 굴욕적이고 쓰라린 형벌이 즉시 선고되었다.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 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 고로 너희는 이 총회를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 그들은 반역한 이스라엘로 더불어 요단강을 건너기 전에 죽어야 했다. 만일 모세와 아론이 하나님의 경고와 견책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을 품고 격정적인 정신을 드러냈더라면 그들의 죄는 훨씬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고의적이거나 계획적인 죄는 범하지 않았다. 그들은 돌연한 시험에 패배했으나 즉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회개를 했다. 여호와께서는 그들의 회개를 가납하셨으나 그들의 죄가 백성들에게 끼칠 해를 염려하시어 그 형벌을 면제해 주실 수 없으셨다. PP 419.1

모세는 자기에게 내린 형벌의 선고를 숨기지 않고 그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에 실패함으로 인하여 그들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백성들에게 말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기에게 내린 가혹한 형벌을 주목하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범죄로 말미암아 자초했었던 형벌을 다만 한 사람의 탓으로 돌리려는 그들의 불평을 하나님께서 얼마나 중대시하시는지를 생각해 보도록 명령했다. 그는 또 이 선고를 면제해 주시도록 몹시 간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그들에게 말했다. 그는 “여호와께서 너희의 연고로 내게 진노하사 내 말을 듣지 아니하”(신 3:26)셨다고 말하였다. PP 419.2

이스라엘 사람들은 고난이나 시련을 당하게 되면 언제나 하나님께서 그 문제에 전혀 관여하시지 않으셨는 양 저들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냈다고 모세를 비난했다. 그들의 모든 여행 기간 동안에 그들이 당하는 어려움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할 때 모세는 그들에게 “너희의 원망은 우리를 향하여 함이 아니요 너희를 구원해 내신 여호와를 향하여 함이로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반석 앞에서 “우리가 물을 내랴”는 조급한 말을 한 것은 백성들의 비난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로 인하여 그들은 자기들의 불신을 굳게 하고 그들의 불평을 정당화할 수 있게 됐다. 그런고로 여호와께서 모세를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심으로써 이 그릇된 인상을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제거하고자 하셨다. 여기에서 백성의 지도자는 모세가 아니고, “내가 사자를 네 앞서 보내어 길에서 너를 보호하여 너로 내가 예비한 곳에 이르게 하리니 너희는 삼가 그 목소리를 청종하고…내 이름이 그에게 있음이니라”(출 23:20, 21)고 말씀하신 능력의 사자인 여호와시라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증거가 드러났다. PP 419.3

“여호와께서 너희의 연고로 내게 진노하”셨다고 모세는 말했다. 온 이스라엘이 모세를 주목하였고 그의 죄는 그를 당신의 백성의 지도자로 삼으신 하나님께 불명예가 되었다. 그 죄는 온 회중에게 알려졌으므로 그것을 가볍게 지나가게 한다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자들의 불신과 조급한 분노의 행위가 용서함을 받을 수 있다는 인상을 줄 것이었다. 이 한 가지 죄로 인하여 모세와 아론이 가나안에 들어갈 수 없다고 선언하셨을 때에,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범죄자는 분명하게 처벌하신다는 사실을 백성들이 깨닫게 되었다. PP 420.1

이스라엘의 역사는 후세대를 교훈하고 경고하기 위하여 기록해 두어야 하였다. 미래에 사는 모든 자들은 하늘의 하나님께서 공평무사하신 통치자로서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죄를 정당화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죄가 얼마나 악한 것임을 깨닫는 자들이 적다. 하나님께서는 범죄자를 형벌하시기엔 너무나 선하시다고 사람들은 은근히 믿고 있다. 그러나 성경 역사에 비추어 볼 때 하나님은 당신의 선하심과 사랑 때문에 죄를 우주의 평화와 행복의 가장 치명적인 악으로 취급하신다는 것이 분명하다. PP 420.2

모세의 성실과 충실을 가지고도 그의 죄과에 대한 보응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백성들의 보다 더 큰 범죄를 용서하셨으나 인도자의 죄를 인도함을 받는 자들의 죄와 똑같이 처리하실 수는 없으셨다. 하나님께서는 지상의 어느 다른 사람보다도 모세를 영화롭게 하셨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당신의 영광을 나타내셨고 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에게 당신의 율법을 전달하셨다. 모세가 그처럼 큰 빛과 지식을 향유했다는 사실이 그의 죄를 한층 더 무겁게 하였다. 과거에 충실히 행한 일이 그 후의 한 번의 부정한 행위를 속하지 못할 것이다. 부여된 빛과 특권이 크면 클수록 그 사람의 책임도 커지고 그의 죄는 한층 더 무거우며 그 형벌 또한 엄해진다. PP 420.3

인간의 입장에서 그 문제를 살펴보면 모세가 커다란 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그의 죄는 보통 사건 중의 하나이었다. 시편 기자는 모세가 그 “입술로 망령되이 말하였음이로다”(시 106:33)고 하였다. 인간적인 판단으로는 그것이 경한 일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나님께서 가장 충실하고 영예를 받은 당신의 종의 이 죄를 그처럼 엄격히 처리하셨을진대 다른 사람에게도 그 같은 죄를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자기를 높이는 정신과 형제들을 비난하는 성벽을 하나님께서는 불쾌히 여기신다. 이런 죄악에 빠진 사람들은 하나님의 사업에 의심을 일으키고 회의론자에게 그들의 불신을 변명할 재료를 준다. 중요한 지위에 있으면 있을수록, 그의 감화력이 크면 클수록 인내와 겸손을 계발할 필요는 더욱더 크다. PP 420.4

만일 하나님의 자녀들, 특히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자들이 하나님께 돌려야 할 영광을 자신이 취하도록 유혹할 수 있을 때 사단은 기뻐 날뛴다. 그렇게 되면 사단은 승리를 얻게 된다. 그가 사단이 된 것도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다른 사람들을 멸망하도록 유혹하는 데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말씀 속에 자기를 높이는 위험에 대하여 그처럼 많은 교훈을 주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사단의 계책에 대하여 경계하도록 하시기 위함이다. 필요되는 것은 우리의 본성적 충동이나 정신적 능력이나 마음의 경향이 아니요 오직 순간마다 하나님의 성령의 지배를 받는 일이다. 만일 우리가 작은 틈이라도 보인다면 사단은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주시는 축복과 인류에게 허락하시는 시련을 이용하여 사람을 유혹하고 영혼을 괴롭혀 멸망을 당하게 할 것이다. 그런고로 아무리 큰 영적 빛을 받았거나 아무리 많은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누리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항상 여호와 앞에 겸손히 행해야 하며 하나님께서 모든 생각을 지도하시고 모든 충동을 제어해 주시도록 믿음으로 간청해야 한다. PP 421.1

경건하다고 공언하는 자들은 모두 마음을 경계하고 아무리 성이 날지라도 자제력을 행사해야 할 가장 엄숙한 의무를 지니고 있다. 모세에게 부과된 짐들은 매우 컸었다. 그가 당한 바와 같은 혹독한 시련을 당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도 모세의 죄에 대한 변명이 되지 못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을 위하여 충분한 준비를 갖추어 놓으셨다. 그러므로 그들이 하나님의 능력에 의지한다면 결코 환경의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시험이 크다 할지라도 죄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아무리 영혼에게 가해지는 압력이 크다 할지라도 범죄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하는 행위이다. 이 세상의 권세나 지옥의 권세라 할지라도 억지로 악을 행하게 할 수 없다. 사단이 우리의 약점을 노리고 우리를 공격한다 할지라도 우리가 넘어질 필요는 없다. 아무리 공격이 맹렬하고 불시에 닥칠지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도우시는 손길을 준비하셨으므로 우리는 하나님을 힘입어 승리를 얻을 수 있다. PP 4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