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빛

21장 헤롯 앞에서

헤롯은 한 번도 예수님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분을 만나서 그분의 이적의 능력을 보고자 오랫 동안 바랐습니다. 구주께서 헤롯 앞에 나타나자 무리들은 그 주위를 에워싸고 야단을 피웠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하고 다른 사람은 또 다른 말을 하면서 떠들었습니다. 헤롯은 조용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그 죄인에게 질문하기를 원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SJ 129.1

그는 호기심과 동정심이 섞인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창백한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는 그분의 얼굴에서 깊은 지혜와 순결의 증거를 보았습니다. 그는 빌라도처럼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만 적의(敵意)와 시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구주를 송사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SJ 129.2

헤롯은 그리스도에게 그분의 놀라운 이적 중의 하나를 자기 앞에서 행해 보라고 요구하였습니다. 그는 만일 그분께서 그렇게 하기만 하면 석방시켜 주겠노라고 약속하였습니다. 그의 지시에 의하여 절름발이들과 병신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예수님께 그들을 고치도록 명령하였습니다. 그러나 구주께서는 마치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사람처럼 헤롯 앞에 서 계셨습니다. SJ 129.3

하나님의 아들께서는 스스로 인성을 취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사람이 유사한 환경에서 해야 하는 그대로 하셔야합니다. 그러므로 그분께서는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혹은 사람이 유사한 위치에 처했을 때 겪어야 할 그 고통과 굴욕에서 당신 자신을 건져내기 위하여는 이적을 행하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SJ 129.4

그분을 송사하는 자들은 헤롯이 그리스도에게 이적을 요구하였을 때 놀랐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 중에서 그분의 신성의 능력이 나타나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하였습니다. 그와같은 일이 일어나게 되면 그들의 계획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고, 아마도 그들은 생명을 희생당할지도 모를 일이 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예수님께서 마귀들의 왕자인 바알세붑으로부터 받은 능력을 통하여 이적을 행하였노라고 외쳤습니다. SJ 130.1

그 보다 몇 년 전에 헤롯은 침례 요한의 교훈을 들었습니다. 그는 깊은 감명을 받았지마는 자신의 부절제와 죄의 생애를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마음은 점차적으로 굳어졌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술 잔치에서 그는 악한 헤로디아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하여 요한을 죽이도록 명령하였습니다. SJ 130.2

이제 그는 더욱 완고해졌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침묵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화가 나서 굳어졌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노발대발하면서 여전히 확고부동하게 침묵을 지키고 계시는 구주를 위협했습니다. SJ 130.3

그리스도께서는 상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하여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만일 그분께서 죄에 빠진 영혼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하여 어떤 말씀을 하셔야 했다면, 그분께서는 침묵을 지키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다만 부정한 말로써 진리를 짓밟는 자들을 위하여서는 한 말씀도 하실 수 없었습니다. SJ 130.4

구주께서는 마음이 굳어진 왕의 귀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말씀을 하실 수도 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죄악으로 충만한 헤롯의 생애와 그에게 다가오고 있는 무서운 운명을 그의 앞에 제시해 줌으로 공포와 전률에 사로잡히게 해 줄 수도 있으셨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침묵은 그분께서하실 수 있는 가장 가혹한 책망이었습니다. SJ 130.5

불쌍한 인간의 부르짖음에 대하여 언제나 열려 있었던 그 귀는 헤롯의 명령을 들을 여지가 없었습니다. 가장 악한 죄인들의 호소에 언제나 민감하게 반응했던 그 마음은 구주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는 그 교만한 왕에게는 닫혀 있었습니다. SJ 130.6

헤롯은 화를 내어 군중을 향하여 얼굴을 돌리고 예수님을 사기꾼이라고 선언하였습니다. 그러나 구주를 송사하는 자들은 그분께서 사기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분께서 그와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게 해 주는 많은 일들을 행하신 것을 너무도 많이 목격하였습니다. SJ 131.1

그 때에 왕은 하나님의 아들을 심히 모욕하고 조소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헤롯이 그 군병들과 함께 예수를 업신여기며 희롱하고 빛난 옷을” 입혔습니다(눅 23:11). SJ 131.2

그 악한 왕은 예수님께서 그 모든 모욕을 조용히 참고 견디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자기 앞에 있는 분이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데 대하여 갑작스런 공포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 죄수가 하늘에서 이 땅으로 내려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당황하게 되었습니다. SJ 131.3

헤롯은 예수님께 대한 정죄의 선고를 감히 내릴 수 없었습니다. 그는 무서운 책임에서 스스로 벗어나기를 원했으므로 구주를 빌라도에게 다시 돌려 주었습니다. SJ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