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와 선지자
19장 가나안으로 돌아옴
요단강을 건너 “야곱이…평안히 가나안 땅 세겜성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야곱이 벧엘에서 드린 기도 곧 하나님께서 그를 다시 고향 땅으로 평안히 돌아오게 해 달라던 기도가 응답되었다. 한동안 그는 세겜 골짜기에 거하였다. 이곳은 약 백 년 전에 아브라함이 약속의 땅에서 처음으로 장막을 치고 첫 제단을 쌓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야곱은 “그 장막 친 밭을 세겜의 아비 하몰의 아들의 손에서 은 일백 개로 사고 거기 단을 쌓고 그 이름을 엘엘로헤이스라엘”(창 33:18~20)-하나님,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라 하였다. 아브라함처럼 야곱도 장막 곁에 여호와의 제단을 쌓고 가족들을 조석으로 희생 제단 주위에 불러 모았다. 17세기가 지난 후에 야곱의 후손이신 구세주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한낮의 더위를 우물곁에 앉아 식히시면서 의아해 하던 청중들에게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요 4:14)에 대하여 말씀하셨던 그 우물은 야곱이 판 것으로 바로 여기에 있었다. PP 204.1
야곱과 그의 아들들은 난폭과 유혈사태로 인해 더 이상 세겜에 머무를 수 없었다. 그의 가족 중 한 딸이 수치와 슬픔을 당했고 두 형제는 살인죄를 범했으며 온 도시는 한 경솔한 청년의 무례한 행위에 대한 보복으로 파멸과 살육에 휩쓸렸다. 이같은 무서운 결과의 발단은 이방인과 교제하기 위하여 “그 땅 여자를 보러 나갔던”(창 34장 참조) 야곱의 딸의 행동이었다.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자들 가운데서 쾌락을 추구하고자 하는 자는 자기 자신을 사단의 지경에 두고 있으며 사단의 유혹을 불러들이게 된다. PP 204.2
시므온과 레위의 무모한 잔학 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세겜 사람들에 대한 그들의 행동으로 인하여 그들은 중대한 죄를 범하였다. 그들은 그들의 의도를 교묘하게 야곱에게 숨겼다. 그들이 복수했다는 소식은 야곱의 마음을 공포로 가득 채웠다. 자기 아들들의 기만과 난폭한 행위로 인해 마음이 상한 야곱은 “너희가 내게 화를 끼쳐 나로 이 땅 사람…에게 냄새를 나게 하였도다 나는 수가 적은즉 그들이 모여 나를 치고 나를 죽이리니 그리하면 나와 내 집이 멸망하리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피비린내 나는 행위에 대한 그의 슬픔과 염오는 거의 50년이 지난 후 그가 애굽 땅에서 침상에 누워 임종할 때 그의 아들들에게 한 말 가운데 나타나 있다. “시므온과 레위는 형제요 그들의 칼은 잔해하는 기계로다 내 혼아 그들의 모의에 상관하지 말지어다 내 영광아 그들의 집회에 참예하지 말지어다…그 노염이 혹독하니 저주를 받을 것이요 분기가 맹렬하니 저주를 받을 것이라”(창 49:5~7). PP 204.3
야곱은 깊이 겸비해야 되겠다고 느꼈다. 잔인성과 거짓이 그의 아들들의 성격에 나타났다. 장막 안에도 거짓 신들이 있었고 우상숭배는 그의 가족 중에서도 어느 정도 발붙일 곳을 얻었다. 여호와께서 그들의 공과(功過)에 따라 그들을 다루신다면 그 이웃 민족들에게 보복을 당하도록 버려두시지 않겠는가? 이같이 야곱이 고통 중에 엎드려 있을 때에 여호와께서 그에게 남쪽으로 여행하여 벧엘로 가라고 지시하셨다. 이곳에 대한 생각은 야곱으로 하여금 천사들과 자비로운 하나님의 약속에 관한 계시뿐 아니라 그 곳에서 한 그의 맹세 곧 여호와께서 자기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라는 맹세도 기억나게 해주었다. 이 거룩한 곳으로 가기 전에 그는 그의 가족들이 우상숭배의 부정에서 벗어나게 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장막에 유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너희 중의 이방 신상을 버리고 자신을 정결케 하고 의복을 바꾸라 우리가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자 나의 환난 날에 내게 응답하시며 나의 가는 길에서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께 내가 거기서 단을 쌓으려 하노라”(창 35:3)고 지시하였다. PP 205.1
야곱은 깊은 감동에 젖어 그가 방랑자로서 자기의 생명을 위하여 아버지의 장막을 떠났을 때에 처음으로 벧엘을 찾게 되었고 그 때 여호와께서 어떻게 밤의 이상 중에 그에게 나타나셨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말했다. 야곱이 하나님께서 자기를 다루신 놀라운 일들을 회고해 볼 때에 그의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그의 자녀들 역시 역사하시는 능력에 감동되었다. 그는 그들이 벧엘에 도착하면 그들 모두가 하나님을 예배하는 데 참여하도록 하기 위하여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그들을 준비시켰다. “그들이 자기 손에 있는 모든 이방 신상과 자기 귀에 있는 고리를 야곱에게 주는지라 야곱이 그것들을 세겜 근처 상수리나무 아래 묻”었다. PP 205.2
하나님께서 그 땅 거민들의 마음에 공포심을 일으키셨으므로 그들은 세겜의 살육에 대한 보복을 감행하지 못했다. PP 206.1
여행자들은 무사히 벧엘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여호와께서 다시 야곱에게 나타나셨고 언약의 약속을 새롭게 하셨다. “야곱이 하나님이 자기와 말씀하시던 곳에 기둥 곧 돌기둥을 세”웠다. PP 206.2
야곱은 벧엘에서 오랫동안 그의 아버지의 집에서 공경 받던 한 식구 즉 그의 여주인과 같이 메소포타미아에서 가나안 땅으로 온 리브가의 유모 드보라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일에 동참하게 되었다. 이 연로한 여인의 존재는 야곱에게 있어서는 그를 그의 유년시절에 연결시켜 주는 귀중한 끈이었고 특별히 그에 대한 사랑이 매우 강하고 부드러웠던 매우 큰 슬픔 가운데서 상수리나무 밑에 장사되었으므로 그 나무는 “곡함의 상수리”라고 불렸다. PP 206.3
드보라의 충실한 봉사의 생애와 그들의 친구에 대한 이 가정의 깊은 애도를 기념한 일이 하나님의 말씀 중에 보존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 사실을 무심히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PP 206.4
벧엘에서 헤브론까지는 이틀 길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곳에 이르기 전에 야곱은 라헬과 사별하는 큰 슬픔을 당하였다. 그는 그 여자를 위하여 7년간의 봉사를 두 번이나 하였으나 그의 사랑이 수고를 가볍게 하였었다. 그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고 영속적인 것이었던가는 오랜 후 야곱이 애굽 땅에서 거의 임종시에 그를 문병하러 온 요셉에게 노령의 야곱이 자기의 생애를 회고하면서 “내게 관하여는 내가 이전에 밧단에서 올 때에 라헬이 나를 따르는 노중 가나안 땅에서 죽었는데 그 곳은 에브랏까지 길이 오히려 격한 곳이라 내가 거기서 그를 에브랏 길에 장사하였느니라”(창 48:7)고 한 말 중에 나타나 있다. 그의 길고 파란 만장한 생애를 통해 일어난 숫한 가정의 일들 중에 오직 라헬을 사별한 일만이 그의 마음에 떠올랐다. PP 206.5
라헬은 죽기 전에 둘째 아들을 낳았다. 숨을 거두면서 그는 아들의 이름을 베노니 곧 “슬픔의 아들”이라 지었다. 그러나 그 아버지는 그를 베냐민 곧 “오른손의 아들” 또는 “나의 힘”이라고 불렀다. 라헬은 죽은 그 곳에 장사되었고 야곱은 그를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하여 그 곳에 비를 세웠다. PP 206.6
에브랏으로 가는 도중에 다른 사악한 범죄가 야곱의 가족을 더럽혔는데 그것으로 인하여 장자 르우벤은 장자의 명분의 특권과 명예를 상실하게 되었다. PP 206.7
마침내 야곱은 여행의 끝에 이르러 “마므레로 가서 그 아비에게 이르렀으니…곧 아브라함과 이삭의 우거하던 헤브론이더라”(창 35:27). 그는 그의 아버지의 생애의 만년에 이 곳에 머물러 있었다. 아내를 사별하고 외롭게 지내는 허약하고 눈먼 이삭에게는 오래 떨어져 있었던 이 아들의 친절한 시중이 큰 위안이 되었다. PP 207.1
야곱과 에서는 그들의 아버지께서 임종하는 병상에서 다시 만났다. 한때 형은 이 때를 복수할 기회로 기다렸던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감정은 그 후에 크게 달라졌다. 야곱은 장자의 명분에 속한 영적 축복에 크게 만족하여 에서가 갈망하고 가치 있게 여긴 유일한 상속물인 아버지의 재산을 형에게 양도하였다. 그들은 더 이상 질투나 증오로 사이가 나빠지지 않았으나 서로 헤어져 에서는 세일산으로 옮겨갔다. 축복을 후히 주시는 하나님께서는 그가 갈망하던 보다 높은 미덕에 첨가하여 야곱에게 세상 재물도 허락하셨다. 두 형제의 재산이 “풍부하여 함께 거할 수 없음이더라 그들의 우거한 땅이 그들의 가축으로 인하여 그들을 용납할 수 없었더라”(창 36:7). 이 분리는 야곱에 대한 하나님의 목적과 일치하였다. 두 형제는 신앙에 있어서 아주 큰 차이가 있었으므로 서로 떨어져 사는 것이 그들에게 더 좋았다. PP 207.2
에서와 야곱은 다 같이 하나님께 대한 지식을 배웠고 둘 다 하나님의 계명을 따라 행함으로 하나님의 총애를 받을 자유를 가졌었다. 그러나 그들 두 사람이 다 이것을 행하고자 선택하지는 않았다. 그 두 형제가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갔고 그들의 길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PP 207.3
에서가 구원의 축복에서 제거된 것은 하나님의 편에서 독단적으로 택정하신 것이 아니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은 만민에게 거저 주시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이 멸망당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지 다른 사람이 선택해 준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영혼이 영생을 얻도록 택하심을 입을 수 있는 조건을 당신의 말씀 가운데 제시하셨는데 그것은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통하여 그분의 계명을 순종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율법에 조화되는 한 인물을 선정해 놓으셨으며 누구든지 그분께서 요구하시는 이 표준에 도달하는 자는 영광의 나라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친히 “아들을 믿는 자는 영생이 있고 아들을 순종치 아니하는 자는 영생을 보지 못하고”,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요 3:36; 마 7:21)고 말씀하셨다. 요한계시록에서 그분은 “그 두루마기를 빠는 자들은 복이 있으니 이는 저희가 생명나무에 나아가며 문들을 통하여 성에 들어갈 권세를 얻으려 함이로다”(계 22:14)고 선언하신다. 인간의 최종적인 구원과 관련하여 이것이 하나님의 말씀에 나타난 유일한 택정이다. PP 207.4
두려움과 떨림으로 자기 자신의 구원을 이루는 영혼은 택함을 받고, 갑옷을 입고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는 사람도 선택함을 받았다. 깨어 기도하며 성경을 연구하고 시험에서 도망치는 사람과 꾸준한 신앙을 가지고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을 순종하는 사람은 다 택함을 받을 것이다. 구속을 위하여 마련된 것들은 모든 사람에게 제한 없이 주어지지만, 구속의 결과는 그 조건들에 응한 자들이 누릴 것이다. PP 208.1
에서는 언약의 축복을 멸시하였다. 그는 영적 이익보다도 현세적 이익을 더 귀중히 여겼다. 그는 바라던 그것을 얻었다. 그가 하나님의 백성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것은 자기 자신의 계획적인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야곱은 신앙의 유업을 선택하였다. 그는 그것을 술책과 배반과 허위로써 얻고자 노력하였으나 하나님께서는 그의 죄를 고치기 위하여 그 죄가 범해지는 것을 내버려 두셨다. 그러나 만년에 온갖 쓰라린 경험을 당하면서도 야곱은 결코 그의 목적에서 벗어나거나 그의 선택을 포기하지 않았다. 인간의 기교와 책략에 의지하여 축복을 얻고자 함으로 그는 하나님과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얍복강가에서 씨름하던 그날 밤부터 야곱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자기 과신은 뿌리째 뽑혀 버렸다. 그 때 이후로 어릴 때의 교활함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술책과 기만 대신에 그의 생애는 단순함과 진리로 특징지워졌다. 그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팔에 단순한 믿음으로 의지하는 공과를 배웠고 시련과 고난 중에서도 하나님의 뜻에 겸손히 복종하였다. 품성의 비열한 요소는 풀무불에서 타 없어지고 마침내 정금처럼 정련(精鍊)되어 아브라함과 이삭의 믿음이 야곱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PP 208.2
야곱의 죄와 그것이 가져온 일련의 사건들은 악한 영향 곧 그의 아들들의 품성과 생애에 쓰라린 결과를 가져온 나쁜 영향을 끼쳤다. 그의 아들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에 그들에게서 심각한 결점들이 나타났다. 일부다처의 결과가 그의 가족들 중에 나타났다. 이 무서운 악은 사랑의 샘을 고갈시키고 그 영향은 가장 신성한 관계를 약하게 한다. 어머니들의 질투는 가족 관계를 고통스럽게 만들었고 아이들은 툭하면 싸우는 성질과 제재를 받을 때 참지 못하는 성질을 가지고 자라났으므로 그들의 아버지의 생애는 근심과 슬픔으로 어두워졌다. PP 208.3
그러나 그들 중에 전혀 다른 성품을 가진 한 사람 곧 라헬의 맏아들 요셉이 있었다. 그의 드문 아름다운 인품이 그의 마음속에 있는 내적 미를 반영하는 것 같았다. 순결하고 활동적이고 기쁨이 충만한 이 젊은이는 또한 도덕적으로도 성실하고 확고한 증거를 나타내었다. 그는 아버지의 교훈에 귀를 기울이고 하나님께 순종하기를 좋아하였다. 후에 애굽에서 그를 유명하게 만든 자질들 곧 온유, 성실, 진실은 일찍부터 그의 일상생활에 나타났었다. 그의 어머니가 죽은 후에 그의 애정은 아버지에게 더욱 밀착되었고 야곱의 마음도 그의 노령에 이 아이에게 집중되었다. 그는 “여러 아들보다 요셉을 깊이 사랑하”(창 37장 참조)였다. PP 209.1
그러나 이러한 애정이 걱정과 슬픔의 원인이 되었다. 어리석게도 야곱은 요셉에게 편애를 나타냈고 이것이 그의 다른 아들들의 질투심을 자극하였다. 요셉이 형제들의 악한 행동을 목격했을 때에 그는 매우 괴로워하면서 용기를 내어 부드러운 말로 그들을 충고하였으나 더욱 그들의 증오와 원한을 살 뿐이었다. 그는 그들이 하나님께 범죄하는 것을 보고 견딜 수 없어서 그의 아버지의 권위로 그들을 개심시키고자 하여 그 문제를 아버지에게 알렸다. PP 209.2
야곱은 가혹하게 하거나 엄격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분노를 격발시키는 일을 조심스럽게 피했다. 그는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자녀들에 대한 자기의 염려를 말해 주고 그들에게 자기의 백발을 존중하여 자기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도록 애원했으며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법을 무시함으로 그분을 욕되게 하지 않도록 그들에게 간청하였다. 그들의 악행이 알려진 것을 부끄럽게 여긴 야곱의 아들들은 회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진정한 감정을 감추었을 뿐 이었다. 실제로는 이 같은 폭로로 인하여 그들의 감정은 더욱 날카롭게 되었다. PP 209.3
일반적으로 고귀한 사람들이 입는 그런 값진 겉옷 곧 무릎까지 내려오는 외투를 요셉에게 준 아버지의 무분별한 선물은 그들에게 그의 편애에 대한 또 하나의 증거가 되었고 그것은 야곱이 장자를 제쳐놓고 장자의 상속권을 라헬의 아들에게 주려고 한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어느 날 그 소년이 자기가 꾼 꿈을 형들에게 말했을 때에 그들의 적의는 더 커졌다. 그가 말하기를 “청컨대 나의 꾼 꿈을 들으시오 우리가 밭에서 곡식을 묶더니 내 단은 일어서고 당신들의 단은 내 단을 둘러서서 절하더이다”(창 37:6, 7) 하였다. PP 209.4
“네가 참으로 우리의 왕이 되겠느냐 참으로 우리를 다스리겠느냐” 하고 그의 형제들은 질투에 찬 분노로 소리 질렀다. PP 210.1
얼마 후에 그는 이와 비슷한 또 하나의 꿈을 꾸고 “해와 달과 열 한 별이 내게 절하더이다”고 말했다. 이 꿈도 처음 꿈과 같이 쉽게 해몽되었다. 함께 있던 아버지는 “너의 꾼 꿈이 무엇이냐 나와 네 모와 네 형제들이 참으로 가서 땅에 엎드려 네게 절하겠느냐”고 꾸짖었다. 표면상으로는 그의 말이 엄한 책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야곱은 주께서 요셉에게 장래를 계시하시고 계시다는 것을 믿었다. PP 210.2
요셉이 형제들 앞에 섰을 때에 그의 아름다운 용모는 주의 영의 임재로 말미암아 환하게 빛났으므로 그들은 요셉을 찬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악한 길을 단념하지 않고 그들의 죄를 책망한 요셉의 결백을 미워하였다. 그들의 마음속에 가인을 움직인 동일한 정신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PP 210.3
요셉의 형제들은 양떼들이 먹을 목초를 얻기 위하여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지 않을 수 없었으며 때때로 그들은 여러 달 동안 집을 떠나 있어야 했다. 앞에 말한 그런 사정으로 인하여 그들은 그들의 아버지가 일찍이 세겜에 사 놓은 땅으로 갔다. 여러 날이 지났으나 그들로부터 아무 소식이 없자 그들이 전에 세겜 사람들에게 행한 잔인한 짓으로 인하여 야곱은 저들의 안전에 대하여 염려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므로 야곱은 요셉을 보내어 그들을 찾아보고 묻게 하였다. 만일 야곱이 요셉에 대한 자기 아들들의 진정한 감정을 알았더라면 그를 홀로 그들에게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것을 조심스럽게 감추어 왔었다. PP 210.4
요셉은 즐거운 마음으로 아버지를 떠나갔다. 그들이 다시 만나기까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늙은 아버지도 젊은 아들도 다 같이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외롭고 긴 여행 끝에 요셉은 세겜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그 때 그의 형제들과 양떼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행방을 물어서 그는 도단으로 향하였다. 그는 이미 200리 이상 여행하였으나 아직도 60리는 더 가야 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의 근심을 덜어 드리려는 생각과 불친절하기는 하나 사랑하는 형제들을 만날 생각으로 자기의 피로도 잊고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PP 210.5
형제들은 그가 가까이 오는 것을 보았다. 그가 그들을 만나기 위해 오랫동안 여행했으리라는 생각도, 그가 몹시 피곤하고 무척 배가 고프리라는 생각도, 그들의 따뜻한 환영과 형제 우애를 그가 무척 갈망하리라는 생각도 그들의 증오심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아버지의 사랑의 증거인 겉옷을 보자 그들은 미칠 지경이었다. 그들은 조롱하는 말로 “꿈꾸는 자가 오는도다” 하고 소리쳤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몰래 품어 왔던 질투와 보복의 정신이 이제 그들을 지배하였다. 그들은 “자, 그를 죽여 한 구덩이에 던지고 우리가 말하기를 악한 짐승이 그를 잡아먹었다 하자 그 꿈이 어떻게 되는 것을 우리가 볼 것이니라”(창 37:20)고 말하였다. PP 210.6
르우벤이 아니었더라면 그들은 그들의 의도를 실행에 옮겼을 것이다. 르우벤은 아우를 죽이는 일에 가담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그를 구원하여 아버지께로 돌려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요셉을 산 채로 구덩이에 던지고 거기서 죽게 버려두자고 제의하였다. 그리고는 모두가 이 계획에 동의하도록 설득시킨 후에 르우벤은 자기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거나, 자기의 진정한 의도가 발각될 것이 두려워 그 무리를 떠났다. PP 211.1
요셉은 위험을 알지 못하고 오랫동안 찾던 목적이 이루어진 것을 기뻐하며 그들에게 가까이 갔다. 그러나 기대하였던 환영의 인사 대신 그는 그들의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는 눈초리를 보고 떨었다. 그는 붙잡히게 되었고 그의 겉옷은 벗겨졌다. 그들의 욕설과 위협은 그의 생명을 빼앗을 것 같은 기세를 보였다. 그의 애걸은 무시되었다. 그는 성난 사람들의 수중에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저들은 난폭하게 그를 깊은 구덩이로 끌고 가서 그를 그 속에 던져 넣고 그가 도망할 가망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 후에 거기서 굶어 죽게 내버려 두고 “앉아 음식을 먹”었다. PP 211.2
그러나 그들 중 몇 사람들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들은 복수에서 기대했던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얼마 후 한 떼의 여행자들이 가까이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무리는 향료와 다른 상품들을 가지고 요단 저편에서부터 애굽으로 가는 이스마엘 족속의 대상(隊商)이었다. 그 때에 유다는 아우를 죽게 내버려 두지 말고 그대신 그를 이방 상인들에게 팔자고 제의하였다. 그렇게 한다면 그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동시에 그들은 그의 피를 흘리는 죄에서 결백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유다는 “그는 우리의 동생이요 우리의 골육이니라”고 역설했다. 이 제안에 모두가 찬성하여 요셉을 급히 구덩이에서 끌어올렸다. 요셉이 상인들을 보았을 때에 무서운 미래가 번개처럼 그를 스쳐갔다. 노예가 되는 것은 죽음보다 더 무서운 운명이었다. 그는 무서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그의 형들을 차례로 붙잡고 애원하여 보았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어떤 형제들은 불쌍한 마음이 들었으나 다른 사람의 조소를 무서워하여 침묵을 지켰다. 그들 모두가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였다. 만일 요셉을 그대로 둔다면 그는 틀림없이 그들의 소행을 아버지께 고해 바칠 것이며 아버지는 총애하는 아들에게 행한 그들의 잔인한 행위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애걸에 마음을 굳게 닫고 그들은 그를 이방 상인의 손에 넘겨주었다. 그 대상의 무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 마침내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PP 211.3
르우벤이 구덩이로 돌아왔으나 요셉은 거기에 없었다. 놀라움과 자책으로 그는 옷을 찢고 그의 형제들을 찾아가 “아이가 없도다 나는 나는 어디로 갈까” 하고 외쳤다. 요셉이 당할 운명과 그를 다시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르우벤은 남은 사람들과 연합하여 그들의 죄를 감추기로 하였다. 염소 새끼를 죽여 그 피에 요셉의 채색 옷을 적셔서 그것을 그들의 아버지에게 가져가 말하기를 우리가 들에서 그것을 주웠는데 이것이 우리 동생의 옷인지 염려한다고 하였다. 그들은 “아버지의 아들의 옷인가 아닌가 보소서” 하고 말하였다. 그들이 두려움 가운데 이 광경을 예상은 했었지만 이제 목격하지 않을 수 없는, 아버지의 가슴이 메어지는 듯한 고통과 비통함을 대처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었다. 야곱은 “내 아들의 옷이라 악한 짐승이 그를 먹었도다 요셉이 정녕 찢겼도다.”고 말하였다. 그의 아들과 딸들이 그를 위로하고자 하였으나 헛된 일이었다. 그는 “자기 옷을 찢고 굵은 베로 허리를 묶고 오래도록 그 아들을 위하여 애통하”였다. 시간도 그의 슬픔을 경감시키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내가 슬퍼하며 음부에 내려 아들에게로 가리라.”라는 말로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젊은이들은 그들이 행한 일을 인하여 떨었으나 아버지의 책망이 무서워 그들의 악행을 마음속에 감추어 두었다. 이 일은 그들 자신에게도 매우 큰 죄로 느껴졌다. PP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