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와 선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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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장 압살롬의 반란

다윗은 선지자 나단의 비유를 듣다가 “저가…사배나 갚아 주어야 하리라”고 무의식중에 자기 자신에게 선고를 내렸다. 그는 자신의 선고에 따라 심판을 받아야 했다. 그의 아들 중 넷은 죽을 수밖에 없었고 그 각인의 상실은 아비의 죄악의 결과이었다. PP 727.1

다윗은 장자 암논의 치욕적인 죄를 형벌하지도 않고 책망하지도 않은 채 지나가게 놔뒀다. 율법은 간음한 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인도에 어긋난 암논의 범죄는 그로 이중으로 유죄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자신의 죄에 대한 자책을 받은 다윗은 범죄자를 형벌할 수 없었다. 그처럼 더럽게 수치를 당한 누이의 당연한 보호자인 압살롬은 최후에 더욱 실수 없이 처치하기 위하여 만 2년 동안 자기의 복수심을 감추어 왔다. 왕의 아들들의 잔치에서 거나하게 취한, 근친상간의 죄를 저지른 암논은 그의 아우의 명령에 따라 살해되었다. PP 727.2

이중의 형벌이 다윗에게 주어졌다. “압살롬이 왕의 모든 아들을 죽이고 하나도 남기지 아니하였다는” 무서운 기별이 그에게 전달되었고 “왕은 곧 일어나서 그 옷을 찢고 땅에 엎드려지고 그 신복들도 다 옷을 찢고 모셔 선지라.” 허겁지겁 예루살렘에 돌아온 왕의 아들들은 저희 아비에게 사실을 밝혀 암논만이 죽임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대성 통곡하니 왕과 그 모든 신복도 심히 통곡하니라.” 그러나 압살롬은 그의 외할아버지 그술 왕 달매에게로 도망하였다. PP 727.3

다윗의 다른 아들들처럼 암논은 이기적 방종에 몰두하였다. 암논은 하나님의 요구를 돌아보지 아니하고 그의 마음의 모든 욕망을 만족시키고자 노력하였다. 그가 크게 범죄하였음에도 하나님께서는 그에 대하여 오랫동안 참으셨다. 2 년간 그에게 회개할 기회가 허락되었다. 그러나 그는 범죄하기를 계속했다. 무서운 형벌의 심판을 기다리다가 자신의 죄로 인하여 죽음에 넘어지고 말았다. PP 727.4

다윗은 암논의 범죄를 처벌하기를 게을리했다. 왕이요 아버지인 그의 불충실과 그 아들이 회개치 않은 까닭에 여호와께서는 사건들이 그 당연한 진로를 따르도록 허락하시고 압살롬을 제지하지 않으셨다. 부모나 통치자가 죄악을 처벌할 의무를 게을리할 때에 하나님께서 친히 그 일을 처리하실 것이다. 당신의 제지하시는 능력이 악의 대리자들로부터 조금만 거두어져도 악이 악으로 처벌되는 일련의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PP 728.1

다윗이 암논의 죄를 묵인한 죄의 결과가 이것으로 다 끝나지 않았다. 이 때부터 압살롬은 그의 아버지와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그가 그술로 도망한 후 다윗은 그의 아들이 범한 죄는 어떠한 처벌이 요구된다는 것을 느끼고 그가 돌아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일은 왕도 포함되어 있는 뒤얽힌 죄악을 감소하기보다는 오히려 증가시키는 경향으로 나아갔다. 정력과 야망은 있으나 절조가 없는 압살롬은 추방으로 인해 국사에 관여하지 못했으며 얼마 후에 위험스러운 음모에 몰두하게 되었다. PP 728.2

2년 끝에 요압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화해를 이루게 하기로 결심하였다. 이 목적을 고려하던 중 그는 지혜롭다는 평판이 있는 드고아 여인의 도움을 얻었다. 요압의 시킴을 받고 이 여인은 다윗에게 자기는 두 아들만을 유일의 위로와 의지로 삼아 오던 과부라고 말했다. 그런데 두 아들이 싸워 그 중 하나가 다른 자를 죽였으며 이제 모든 가족과 친척들이 살아 남은 자를 죽여 죽은 자를 위해 보복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말하기를 “그러한즉 저희가 내게 남아 있는 숯불을 꺼서 내 남편의 이름과 씨를 세상에 끼쳐 두지 아니하겠나이다”고 하였다. 왕의 마음은 이 탄원에 감동되었고 그는 그녀의 아들을 왕이 보호할 것을 그 여인에게 보증하였다. PP 728.3

여인은 그로부터 젊은이의 안전에 대한 거듭된 약속을 얻어낸 후, 왕이 추방한 아들을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아니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선언하고 왕의 관용을 간청하였다. 그는 “우리는 필경 죽으리니 땅에 쏟아진 물을 다시 모으지 못함 같을 것이오나 하나님은 생명을 빼앗지 아니하시고 방책을 세우사 내쫓긴 자로 하나님께 버린 자가 되지 않게 하시나이다” 라고 말했다. 거칠은 무사인 요압에게서 나온 죄인을 향한 이처럼 부드럽고 감명적인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묘사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구속의 대진리를 익숙히 알고 있다는 현저한 증거였다. 하나님의 자비에 대한 자신의 필요를 느낀 왕은 이 호소를 거절할 수 없었다. 요압에게 “가서 소년 압살롬을 데려오라”고 명령하였다. PP 728.4

압살롬은 예루살렘에 돌아올 허락을 받았으나 궁전에 나타나거나 그의 아버지를 만날 수는 없었다. 다윗은 자녀들에 대하여 방종한 악한 결과를 보기 시작하였고 이 아름답고 타고난 재능을 가진 아들을 매우 사랑하는 까닭에 압살롬과 백성들 양편 모두에게 이와 같은 범죄를 미워해야 한다는 교훈을 줄 필요를 느꼈다. 압살롬은 2 년간 자기의 집에 살았으나 궁전에서는 추방되었다. 그의 누이가 그와 함께 살고 있었으며 그것은 그녀가 당한 회복할 수 없는 수치를 생생하게 기억나게 하였다. 백성들의 판단으로는 왕자가 범죄자라기보다 차라리 영웅이었다. 이런 이점을 가지고 그는 백성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하였다. 그의 외모는 바라보는 모든 사람의 찬탄을 얻을 만했다. “온 이스라엘 가운데 압살롬같이 아름다움으로 크게 칭찬받는 자가 없었으니 저는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흠이 없음이라.” 왕이 야망적이요 충동적이요 급한 성격의 소유자로 하여금 2년 동안이나 소문이 파다한 불평의 씨를 품고 있도록 방임해 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었다. 그리고 다윗이 압살롬을 예루살렘에 돌아오도록 허락하였으나 자기 앞에 나오지 못하게 한 처사는 압살롬에게 백성의 동정을 사게 하였다. PP 729.1

하나님의 율법을 범한 자기의 범죄에 대한 기억이 항상 그의 앞에 있어서 다윗은 도덕적으로 마비된 것처럼 보였다. 범죄하기 전에는 용기 있고 단호한 사람이었으나 이제 그는 연약하고 우유부단하였다. 백성들에 대한 그의 감화력은 약화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천리(天理)를 어긴 아들의 음모를 유리하게 하였다. PP 729.2

요압의 영향으로 압살롬이 다시 그의 아버지 앞에 나아갈 수 있게 되어 표면적으로는 화해가 이루어졌을지라도 그는 야망적 음모를 계속하였다. 압살롬은 이제 거의 왕자다운 위엄을 갖추어 병거와 말들과 그의 앞에 달리는 자 50명을 가졌다. 한편 왕은 더욱 은퇴하여 한거하려는 소망으로 기울어지고 압살롬은 부지런히 백성들의 총애를 구하였다. PP 729.3

다윗의 귀찮아하고 우유부단하게 하는 영향이 그의 신하들에게까지 확대되어서 재판 업무에도 태만과 지체하는 일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압살롬은 교활하게 모든 불만의 원인을 자신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였다. 풍채가 늠름한 이 사람은 날마다 성문에 나타났는데 그 곳에는 저희 억울함을 시정해 주기를 기다리는 간청자들의 무리가 있었다. 압살롬은 그 무리와 섞여 그들의 불평의 호소를 듣고 그들의 고통에 동정을 표시하고 정부의 무능을 한탄하였다. 이와 같이 이스라엘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왕자는 “네 일이 옳고 바르다마는 네 송사를 들을 사람을 왕께서 세우지 아니하셨다”고 대답하고 덧붙여 말하기를 “내가 이 땅에서 재판관이 되고 누구든지 송사나 재판할 일이 있어 내게로 오는 자에게 내가 공의를 베풀기를 원하노라 하고 사람이 가까이 와서 절하려 하면 압살롬이 손을 펴서 그 사람을 붙들고 입을 맞추”었다. PP 729.4

왕자의 교활한 암시에 선동을 받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빨리 유포되었다. 모든 사람의 입술에는 압살롬을 칭찬하는 말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그를 나라의 후사로 알고 있었으며 백성들은 그가 이 높은 신분에 처할 만하다고 자랑스럽게 그를 바라보았고 그를 보좌에 앉히려는 열망이 불타올랐다. “압살롬이…이스라엘의 마음을 도적하니라.” 그러나 아들에 대한 애정에 눈먼 왕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압살롬이 받은 왕자다운 위엄을 다윗은 그의 궁정의 명예 즉 화해에 대한 기쁨의 표시가 된다고 생각하였다. PP 730.1

백성의 마음이 앞으로 올 일에 대하여 준비가 된 것을 보고 압살롬은 각 지파에게 모두 선정한 사람들을 은밀히 보내어 반역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였다. 그리고 이제 종교적 예배란 구실로 그의 반역적 음모를 은닉하고자 하였다. 오래 전 그가 유랑하던 때에 한 서원을 헤브론에서 이루어야 한다고 하였다. 압살롬은 왕에게 말하기를 “내가 여호와께 서원한 것이 있사오니 청컨대 나로 헤브론에 가서 그 서원을 이루게 하소서 종이 아람 그술에 있을 때에 서원하기를 만일 여호와께서 나를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게 하시면 내가 여호와를 섬기리이다 하였나이다”고 했다. 사랑하는 아버지는 아들의 이런 경건에 위안을 받으며 축복을 베풀어 돌려보냈다. 음모는 이제 완전히 성숙되었다. 압살롬의 더할 나위 없는 위선적인 행위는 왕을 눈멀게 할 뿐 아니라 백성의 신임을 얻기 위해 고안되었고 그리하여 그들은 하나님께서 택하신 왕에 대하여 반역하게 되었다. PP 730.2

압살롬이 헤브론으로 출발하고 “청함을 받은 이백 명이 그 사기를 알지 못하고 아무 뜻 없이 예루살렘에서 저와 함께 갔”었다. 이 사람들은 그 아들에 대한 저들의 사랑이 그들을 그의 아버지께 대한 반역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을 조금도 알지 못하고 압살롬과 함께 갔다. 헤브론에 도착하자 압살롬은 즉시 아히도벨을 소환하였다. 그는 다윗의 모사의 두목 중에 한 사람이었으며 지혜로 평판이 나 있는 좋은 사람이었고 그의 의견은 신의 명령처럼 안전하고 지혜롭다고 생각되었다. 아히도벨은 반역자들에게 가담했고 그의 가담은 압살롬의 사업이 분명히 성공할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리하여 그의 깃발 아래 전국 각 곳으로부터 많은 유력한 자들을 끌어들였다. 반역의 나팔이 울릴 때에 왕자의 정탐꾼들은 온 나라에 퍼져 압살롬이 왕이 되고 많은 백성들이 그의 주위에 모여들었다는 기별을 전하였다. PP 730.3

그동안에 경보는 예루살렘에 전달되어 왕에게 알려졌다. 다윗은 정신이 번쩍 들어 자기의 보좌 곁 가까이에서 일어난 반역을 보게 되었다. 그의 친 아들, 그가 사랑하고 믿던 아들이 그의 왕관을 빼앗고 의심 없이 그의 생명을 취하려고 음모하고 있었다. 다윗은 그의 큰 위기에 그처럼 오랫동안 그를 누르던 억압을 떨쳐 버리고 그의 소년 시절의 정신을 가지고 이 무서운 급변을 대처하기 위해 준비하였다. 압살롬은 20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헤브론에서 그의 군대를 소집하고 있었다. 반역자들은 곧 예루살렘 성문에 당도할 것이다. PP 731.1

다윗은 궁정에서 “터가…아름”답고 “온 세계가 즐거워”하고 “큰 왕의 성”(시 48:2)인 수도를 내다보았다. 그는 수도가 살육과 참화를 입을 것을 생각하고 떨었다. 그는 여전히 그의 왕위에 충성을 다하는 신하들에게 도움을 구하여 그의 수도를 보존하도록 저항하게 할 것인가? 그는 예루살렘이 피로 범람하게 할 것인가? 그는 전쟁의 공포가 택하신 성읍에 내리지 않게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예루살렘을 떠나 백성들에게 그를 지지하기 위해 다시 모일 기회를 주어 그의 백성의 충성심을 시험해 보기로 하였다. 이 큰 위기에 하나님께서 그에게 부여하신 권위를 유지하는 것이 하나님과 그의 백성에 대한 그의 의무이었다. 싸움의 결과를 그는 하나님께 맡기기로 하였다. PP 731.2

다윗은 겸비하고 슬퍼하면서 그의 사랑하는 아들의 반란으로 자기의 왕좌와 궁전과 하나님의 법궤를 버리고 예루살렘 성문을 나섰다. 백성들은 마치 긴 장례 행렬처럼 비탄에 젖어 그의 뒤를 따랐다. 다윗의 호위병 그렛 사람과 블렛 사람, 그리고 잇대의 휘하에 있는 가드 사람 6백 명이 왕과 동행하였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이타심이 강한 다윗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온 이 이국 사람들을 자기의 재난에 함께 휩쓸리게 할 수 없었다. 다윗은 저희가 자기를 위하여 이처럼 희생하려는 데 대하여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리하여 왕은 가드 사람 잇대에게 말하기를 “어찌하여 너도 우리와 함께 가느냐 너는 쫓겨난 나그네니 돌아가서 왕과 함께 있으라 너는 어제 왔고 나는 정처 없이 가니 오늘날 어찌 너로 우리와 함께 유리하게 하리요 너도 돌아가고 네 동포들도 데려가라 은혜와 진리가 너와 함께 있기를 원하노라”고 하였다. PP 731.3

잇대는 “여호와의 사심과 우리 주 왕의 사심으로 맹세하옵나니 진실로 주 왕께서 어느 곳에 계시든지 무론 생사하고 종도 그 곳에 있겠나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이 사람들은 이교 신앙에서 여호와를 섬기는 신앙으로 개종한 이들로서 그들은 이제 저희 하나님과 저희 왕에게 대한 그들의 충성을 훌륭하게 증거하였다. 다윗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겉보기에 기울어져가는 그의 사업에 대한 그들의 헌신을 받아들이고 함께 기드론 시내를 건너 광야 길로 향하였다. PP 732.1

행렬은 다시 멈추었다. 거룩한 제복(祭服)을 입은 한 무리가 가까이 나아오고 있었다. “사독과 그와 함께 한 모든 레위 사람이 하나님의 언약궤를 메”고 왔다. 다윗의 추종자들은 이것을 좋은 징조라고 바라보았다. 이 거룩한 분의 상징의 출현이 그들에게 구원과 최후의 승리의 보증이었다. 이 일은 백성을 감동시켜 그들로 용감하게 왕에게 다시 모이도록 할 것이다. 법궤가 예루살렘에 없는 것은 압살롬의 지지자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것이다. PP 732.2

법궤를 보자 잠시 동안 기쁨과 희망이 다윗의 마음을 전율케 하였다. 그러나 곧 다른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쳐갔다. 하나님의 유업을 다스리도록 임명된 통치자로서 그는 엄숙한 책임을 지고 있었다. 이스라엘 왕은 마음에는 개인적 이익이 아니요 하나님의 영광과 당신의 백성의 행복을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하였다. 그룹들 사이에 거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대하여 “이는 나의 영원히 쉴 곳이라”(시 132:14)고 말씀하셨고 하나님의 권위 없이는 제사장이나 왕이라도 당신의 임재의 상징을 거기에서 옮길 권리가 없었다. 다윗은 그의 마음과 생애가 하나님의 계명과 일치하지 않으면 법궤가 성공보다는 차라리 재난의 방편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큰 죄는 항상 그의 앞에 있었다. 그는 이 반역이 공의로운 하나님의 형벌임을 깨달았다. 그의 집을 떠나지 아니하리라는 칼이 이제 뽑혀진 것이었다. 그는 이 싸움의 결과가 어찌 되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들의 거룩하신 주권자의 뜻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었고, 나라의 헌법이요 나라의 번영의 기초인 거룩한 율법을 나라의 수도에서 옮기는 것은 그를 위하는 일이 아니었다. PP 732.3

다윗은 사독에게 명하였다. “하나님의 궤를 성으로 도로 메어 가라 만일 내가 여호와 앞에서 은혜를 얻으면 도로 나를 인도하사 내게 그 궤와 그 계신 데를 보이시리라 그러나 저가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를 기뻐하지 아니한다 하시면 종이 여기 있사오니 선히 여기시는 대로 내게 행하시옵소서 하리라.” PP 735.1

다윗이 덧붙여 말하기를 하나님께서 백성을 가르치도록 지명하신 자 즉 “네가 선견자가 아니냐 너는 너희의 두 아들 곧 네 아들 아히마아스와 아비아달의 아들 요나단을 데리고 평안히 성으로 돌아가라 너희에게서 내게 고하는 기별이 올 때까지 내가 광야 나룻터에서 기다리리라”고 하였다. 성읍에서 제사장들은 반역자들의 움직임과 의도를 알아 가지고 그것들을 그들의 아들 아히마아스와 요나단을 통하여 은밀히 왕에게 전달하므로 왕에게 좋은 봉사를 할 수 있었다. PP 735.2

제사장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때에 떠나는 무리에게 깊은 그늘이 덮혔다. 저희 왕은 도망하는 자가 되고, 저희 자신들은 추방당하고, 하나님의 법궤에까지 버림을 받을지 모르는 공포와 불길한 예감으로 캄캄하였다. “다윗이 감람산 길로 올라갈 때에 머리를 가리우고 맨발로 울며 행하고 저와 함께 가는 백성들도 각각 그 머리를 가리우고 울며 올라가니라 혹이 다윗에게 고하되 압살롬과 함께 모반한 자들 가운데 아히도벨이 있나이다 하”였다. 다시 다윗은 그의 재난이 자신의 범죄의 결과임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유능하고 가장 꾀많은 정치적 지도자인 아히도벨의 반역은 그의 손녀 밧세바가 입은 치욕과 그에 따른 가문의 수치를 보복하고자 한 것이었다. PP 735.3

“다윗이 가로되 여호와여 원컨대 아히도벨의 모략을 어리석게 하옵소서 하니라.” 산꼭대기에 도착하자 왕은 엎드려 기도하고 하나님께 그의 영혼의 괴로움을 맡기고 겸손히 하나님의 자비를 간청하였다. 그의 기도는 즉시 응답을 받는 것처럼 보였다. 현명하고 유능한 모사이며 다윗의 충실한 친구 아렉 사람 후새가 이제 스스로 옷을 찢고 티끌을 머리에 쓰고, 왕권을 빼앗기고 망명자가 된 다윗과 운명을 같이 하기 위하여 그에게 나아왔다. 다윗은 하나님의 깨우치심을 받아 충실하고 마음이 참된 이 사람이 수도에서 개최되는 회의에 참석한다면 크게 유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후새는 다윗의 요구를 듣고 압살롬을 섬기면서 아히도벨의 교묘한 모략을 꺾기 위하여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PP 735.4

왕과 그의 추종자들은 어두운 중에서 희미한 빛의 섬광으로 감람산 동쪽 비탈길을 내려와 바위 많고 황량한 광야와 거친 계곡을 지났다. 다시 그들은 돌이 많고 험한 길을 따라 요단강을 향하여 나아갔다. “다윗왕이 바후림에 이르매 거기서 사울의 집 족속 하나가 나오니 게라의 아들이요 이름은 시므이라 저가 나오면서 연하여 저주하고 또 다윗과 다윗왕의 모든 신복을 향하여 돌을 던지니 그 때에 모든 백성과 용사들은 다 왕의 좌우에 있었더라 시므이가 저주하는 가운데 이와 같이 말하니라 피를 흘린 자여 비루한 자여 가거라 가거라 사울의 족속의 모든 피를 여호와께서 네게로 돌리셨도다 그 대신에 네가 왕이 되었으나 여호와께서 나라를 네 아들 압살롬의 손에 붙이셨도다 보라 너는 피를 흘린 자인고로 화를 자취하였나니라.” PP 736.1

다윗이 번영 중에 있을 때에 시므이는 말로나 행실로 그가 왕의 충실한 신하가 아님을 나타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왕이 고통 가운데 있을 때에 이 베냐민 사람은 그의 참 성격을 나타내었다. 그는 다윗이 왕위에 있을 때에는 그를 존경하였으나 그가 굴욕을 당하고 있을 때에 그를 저주하였다. 비열하고 이기적인 그는 다른 사람들을 자신과 동일한 성격을 가진 자들처럼 여겼으며 사단의 충동을 받고 하나님께서 징계하신 자에게 자기의 증오심을 나타내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고통 중에 있는 자를 치게 하고 그를 욕하고 괴롭히게 하는 정신은 사단의 정신이다. PP 736.2

다윗에 대한 시므이의 비난은 전적으로 거짓말이었으며 근거 없고 악의에 찬 중상이었다. 다윗은 사울이나 그의 집에 대하여 악을 행하는 죄를 범하지 아니하였다. 사울이 완전히 그의 세력 아래 들어와 그를 죽일 수 있는 때에라도 사울의 겉옷 자락만을 베었던 다윗은 이제 시므이가 여호와의 기름부음을 받은 자에게 이런 불경을 나타내는 것을 보고도 오히려 자기 자신을 책망할 뿐이었다. PP 736.3

다윗이 인간의 생명을 존중히 여긴 현저한 증거가 자신이 짐승처럼 쫓겨 다니는 동안에까지도 나타났다. 하루는 그가 아둘람 굴에 숨어 있을 때에 그의 소년 시절에 누리던 자유를 회상하고 망명자 다윗은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물을 누가 나로 마시게 할꼬”(삼하 23:13, 17)라고 부르짖었다. 그 때에 베들레헴은 블레셋 사람의 수중에 있었다. 그러나 다윗의 무리 중 세 용사가 경계선을 뚫고 들어가 베들레헴의 물을 길어 그들의 군주에게 가져왔다. 다윗은 이 물을 마실 수 없었다. 그는 “내가 결단코 이런 일을 하지 아니하리이다 이는 생명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갔던 사람들의 피니이다”고 부르짖었다. 그리고 그는 그 물을 부어 경건하게 하나님께 제물로 드렸다. 다윗은 전쟁의 사람이었고 그의 생애의 대부분을 사나운 장면 중에서 보냈다. 이와 같은 엄한 시련을 통과한 사람으로서 마음을 강퍅하게 하고 타락시키는 감화를 다윗처럼 받지 않은 자는 거의 없었다. PP 736.4

다윗의 조카요 그의 가장 용감한 군장 중에 한 사람인 아비새는 시므이의 모독하는 말을 참고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이 죽은 개가 어찌 내 주 왕을 저주하리이까 청컨대 나로 건너가서 저의 머리를 베게 하소서”라고 부르짖었다. 그러나 왕은 그를 금하여 “내 몸에서 난 아들도 내 생명을 해하려 하거든 하물며 이 베냐민 사람이랴 여호와께서 저에게 명하신 것이니 저로 저주하게 버려 두라 혹시 여호와께서 나의 원통함을 감찰하시리니 오늘날 그 저주 까닭에 선으로 내게 갚아 주시리라”고 말했다. PP 737.1

양심은 다윗에게 쓰리고 굴욕적인 사실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의 충실한 신하들은 돌연한 그의 불운을 보고 이상히 여겼지만 왕에게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가끔 이와 같은 일에 대한 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하나님께서 자기의 죄를 그처럼 오래 참으시고 마땅히 받아야 할 보응을 내리시지 않고 지체하시는 데 대해 이상히 여겼었다. 그러나 이제 급하고도 슬픈 도망으로 그의 발은 맨발이었고, 그의 왕복은 베옷으로 바뀌어졌으며, 그의 추종자들의 애곡은 이산 저산에 메아리쳤다. 그러나 그런 중에서도 그는 그의 사랑하는 수도-그의 범죄 장면이 벌어졌던 곳-를 생각하면서 하나님의 선하심과 오래 참으심을 기억하였다. 그에게서 희망이 사라진 것은 결단코 아니었다. 그는 여호와께서 여전히 그를 은혜로 다루시리라는 것을 느꼈다. PP 737.2

많은 범죄자들은 다윗의 타락을 지적하면서 저들의 죄를 핑계하지만 다윗의 회개와 겸비를 나타내는 자는 얼마나 적은가! 다윗이 나타낸 인내와 불요불굴의 정신을 가지고 책망과 보응을 견디는 자가 얼마나 적은가! 다윗은 그의 죄를 자복하였고 여러 해 동안 충실한 하나님의 종으로서 그의 의무를 수행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나라를 창립하는 일을 위하여 노력하였고 그의 치세 아래서 나라는, 전에 없이 강성해지고 번영을 누리게 되었다. 그는 하나님의 집을 건축할 값진 재료를 모아 저장하여 두었는데 이제 그의 생애의 모든 수고가 일소되고 말 것인가? 여러 해 동안 헌신적으로 수고한 결과와 온갖 재능과 헌신과 정치적 수완을 다해 이룬 사업이 하나님의 영광도 이스라엘의 번영도 안중에 없는 그의 무모하고 반역적인 아들의 수중에 들어가야 한단 말인가? 이 같이 큰 고통 중에서 다윗이 하나님께 불평한다 해도 그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다윗은 자신의 죄에서 그가 고통당하는 원인을 찾았다. 선지자 미가의 말은 다윗의 마음을 감명시킨 그 정신을 풍기고 있다. “어두운 데 앉을지라도 여호와께서 나의 빛이 되실 것임이로다 내가 여호와께 범죄하였으니 주께서 나를 위하여 심판하사 신원하시기까지는 그의 노를 당할”(미 7:8, 9) 것이다. 여호와께서는 다윗을 버리지 않으셨다. 가장 쓰라린 학대와 모독 중에서도 겸손과 무아의 정신과 관대함과 유순함을 나타낸 그의 이 같은 경험의 이야기는 그의 온 생애의 경험 중에 가장 고상한 사건 중에 하나이다. 이스라엘의 통치자 다윗이 가장 처절한 외적 굴욕을 당하던 이 시간보다 하나님 보시기에 참으로 더 위대한 때는 결코 없었다. PP 737.3

만일 하나님께서 다윗이 범죄하기를 계속하여도 견책하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계명을 범하면서도 왕위에서 평화와 번영을 누리게 하셨더라면 회의론자와 이교도들은 다윗의 역사를 인용하여 성경의 신앙을 비난하는 어떤 핑계를 삼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윗으로 하여금 겪게 하신 그 경험을 통하여 여호와께서는 당신께서 죄를 허용하시거나 묵인하실 수 없으심을 나타내셨다. 그리고 다윗의 역사는 또한 하나님께서 죄를 처리하시는 크신 목적을 우리로 알 수 있게 하며, 비록 가장 침울한 형벌을 통하여서도 당신의 은혜와 자비의 목적을 성취하신다는 것을 우리로 알 수 있게 하신다. 하나님께서는 다윗을 회초리 아래로 지나가게 하셨으나 그를 멸하시지 않으셨다. 풀무는 정결하게 하기 위함이지 태워 없애 버리기 위함이 아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내 율례를 파하며 내 계명을 지키지 아니하면 내가 지팡이로 저희 범과를 다스리며 채찍으로 저희 죄악을 징책하리로다 그러나 나의 인자함을 그에게서 다 거두지 아니하며 나의 성실함도 폐하지 아니하”(시 89:31~33)리라 하셨다. PP 738.1

다윗이 예루살렘을 떠난 직후 압살롬과 그의 군대가 입성하여 싸움도 없이 이스라엘의 요새를 점령하였다. 후새가 새로 왕위에 오른 군주를 환영하는 첫 무리 중에 있었고 압살롬은 그의 아버지의 옛 친구요 모사인 후새가 나온 것을 보고 놀라고 만족히 여겼다. 압살롬은 성공을 확신하였다. 이와같이 그의 음모가 멀리까지 성공하자 그의 왕위를 굳게 하고 민족의 신임을 얻고 싶은 생각으로 압살롬은 후새를 궁전으로 영접해 들였다. PP 738.2

압살롬은 이제 큰 군대에 호위되어 있었으나 그들은 대부분 전쟁에 단련되지 않은 자들로 구성되었다. 아직 그들은 전쟁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히도벨은 다윗의 입장이 절망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아직도 국민의 대부분이 다윗에게 충성하고 있으며, 그는 저희 왕에게 충성을 바치는 연단을 받은 전사들의 호위를 받고 있으며 그의 군대는 유능하고 노련한 장수들의 지휘를 받고 있었다. 아히도벨은 새 왕을 찬성하는 처음 열광이 지나가면 반발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일 반란이 실패하면 압살롬은 그의 아버지와 화해할 수 있을 것이나 그 때에 아히도벨은 그의 모사의 두목으로서 반란에 대한 가장 중한 죄를 지게 되고 그에게 가장 무거운 형벌이 내릴 것이다. 압살롬으로 하여금 그의 내디딘 발걸음을 돌이키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아히도벨은 그에게 온 국민의 목전에서 화해를 불가능하게 할 행위를 하도록 권고하였다. 이 교활하고 파렴치한 정치가는 흉악한 간지(奸智)로 압살롬에게 반역의 죄에 근친상간의 죄를 더하도록 간청하였다. 압살롬에게 온 이스라엘의 목전에서 동방 민족들의 풍속을 따라 그의 아버지의 후궁들을 취하고 그가 그의 아버지의 왕위를 계승한 것을 선포하라는 것이었다. 압살롬은 이 비루한 제의를 수행하였다. 그리하여 “내가 네 집에서 재화를 일으키고 내가 네 처들을 가져 네 눈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주리니…너는 은밀히 행하였으나 나는 이스라엘 무리 앞 백주에 이 일을 행하리라”(삼하 12:11, 12)고 선지자를 통하여 다윗에게 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성취되었다. 하나님께서 이 악한 행위를 하도록 하심이 아니요 다만 다윗의 죄의 까닭에 그것을 막기 위해 당신의 권능을 행사하지 않으신 것뿐이었다. PP 738.3

아히도벨은 그의 지혜의 까닭에 큰 존경을 받았으나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지혜는 부족하였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잠 9:10)라. 아히도벨은 이 지혜를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반역을 성공시키기 위해 근친상간이라는 죄악을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이 부패한 사람들은 마치 그들의 계획을 좌절시키실 능력을 가지신 하나님이 안 계시는 것처럼 악을 꾸미나 “하늘에 계신 자가 웃으심이여 주께서 저희를 비웃으”(시 2:4)신다. 여호와께서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신다. “나의 교훈을 받지 아니하고 나의 모든 책망을 업신여겼음이라 그러므로 자기 행위의 열매를 먹으며 자기 꾀에 배부르리라 어리석은 자의 퇴보는 자기를 죽이며 미련한 자의 안일은 자기를 멸망시킬”(잠 1:30~32) 것이다. PP 739.1

자신의 안전을 얻기 위한 계획에 성공한 아히도벨은 다윗을 대항하여 즉시 행동을 개시해야 할 필요성을 압살롬에게 간청하였다. 그는 말하기를 “이제 나로 하여금 사람 일만 이천을 택하게 하소서 오늘 밤에 내가 일어나서 다윗의 뒤를 따라 저가 곤하고 약할 때에 엄습하여 저를 무섭게 하면 저와 함께 있는 모든 백성이 도망하리니 내가 다윗왕만 쳐 죽이고 모든 백성으로 왕께 돌아오게 하리”라고 하였다. 왕의 모사들이 이 계획에 찬성하였다. 만일 이 계획에 따라 행하였더라면 여호와께서 직접 개입하셔서 그를 구원하시지 않는 한 다윗은 분명히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명한 아히도벨의 지혜보다 더 높은 지혜를 가지신 하나님께서 사건을 지배하고 계셨다. “여호와께서 압살롬에게 화를 내리려 하사 아히도벨의 좋은 모략을 파하기로 작정하셨음이더라.” PP 739.2

후새는 그 회의에 초청을 받지 않았지만 억지로 참석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는 자기가 정탐꾼으로 의심을 받을까 해서였다. 폐회 후 그의 아버지의 모사의 판단을 크게 존중한 압살롬은 아히도벨의 계획을 후새에게 제시하였다. 후새는 고안된 계획을 따르게 되면 다윗이 죽임을 당할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후새는 “이 때에는 아히도벨의 베푼 모략이 선치 아니하니이다 하고 또 말하되 왕도 아시거니와 왕의 부친과 그 종자들은 용사라 저희는 들에 있는 곰이 새끼를 빼앗긴 것같이 격분하였고 왕의 부친은 병법에 익은 사람인즉 백성과 함께 자지 아니하고 이제 어느 굴에나 어느 곳에 숨어 있으리”이다 하고 말하면서 만일 압살롬의 군대가 다윗을 추격할지라도 그들은 왕을 사로잡을 수 없고 패배를 당할 것이며 이는 그들을 낙담하게 하고 압살롬의 사업에 큰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계속해서 그는 “이는 이스라엘 무리가 왕의 부친은 영웅이요 그 종자들도 용사인 줄 앎이니이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는 저 잘난 체하고 이기적 성질과 권력을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자의 마음을 끄는 계획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나의 모략은 이러하니이다 온 이스라엘을 단부터 브엘세바까지 바닷가의 많은 모래같이 왕께로 모으고 친히 전장에 나가시고 우리가 그 만날 만한 곳에서 저를 엄습하기를 이슬이 땅에 내림같이 저희 위에 덮어 저와 그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을 하나도 남겨 두지 아니할 것이요 또 만일 저가 어느 성에 들었으면 온 이스라엘이 줄을 가져다가 그 성을 강으로 끌어들여서 그 곳에 한 작은 돌도 보이지 않게 할 것이니이다.” PP 740.1

“압살롬과 온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르되 아렉 사람 후새의 모략은 아히도벨의 모략보다 낫다 하니”라. 그러나 이 모략에 속임을 당하지 않은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아히도벨이었다. 그는 이 압살롬의 치명적인 과오의 결과를 분명히 내다보았고 반역자들의 사업이 실패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는 왕자의 운명이야 어찌되든 왕자의 최대의 범죄를 충동한 모사에게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히도벨은 압살롬을 반역하도록 격려했고 가장 끔찍한 악을 행하여 그의 아버지께 욕을 돌리도록 그를 권고했으며 또 그는 다윗을 살해하도록 조언하는 동시에 그 일을 성취시킬 계획을 세우고 그 자신이 왕과 화해할 마지막 가능성을 끊어버렸는데 이제 와서 압살롬은 그의 앞에서 다른 사람을 등용했다. 질투와 분노와 절망 중에 아히도벨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기 집에 이르러 집을 정리하고 스스로 목매어 죽”었다. 탁월한 재능을 구비했으나 하나님을 그의 고문으로 삼지 아니한 자의 지혜의 결과는 이와 같았다. 사단은 유망해 보이는 약속들을 가지고 사람들을 유혹하나 결국 “죄의 삯은 사망”(롬 6:23)이란 사실을 모든 영혼들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PP 741.1

변덕스러운 왕이 자기의 권고를 꼭 따라 주리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어 후새는 때를 놓치지 않고 다윗에게 지체 말고 요단 건너편으로 도망하도록 경고하였다. 저희 아들들을 통하여 후새는 제사장들에게 다음과 같은 기별을 보냈다. “아히도벨이 압살롬과 이스라엘 장로들에게 여차여차히 모략을 베풀었고 나도 여차여차히 모략을 베풀었으니…오늘 밤에 광야 나룻터에서 자지 마시고 아무쪼록 건너가소서 하라 혹시 왕과 그 좇는 자들이 몰사할까 하노라.” PP 741.2

젊은이들은 의심과 추격을 받았으나 그들의 위험한 사명을 수행하기에 성공하였다. 도망하던 첫날부터 수고와 슬픔으로 세월을 보낸 다윗은 그의 아들이 자기의 생명을 찾고 있으므로 그 밤에 요단을 건너야 한다는 기별을 받았다. PP 741.3

이처럼 무참하게 욕을 당한 아버지요 왕인 다윗의 감정은 이 무서운 위험 중에 어떠했을까? “호기”와 무용의 사람이요, 그의 말이 곧 법이었던 왕이 이제 그가 사랑해 왔고 맹목적으로 지혜롭지 못하게 믿었던 아들에게 배반당하고 명예와 신의라는 가장 강한 유대로 결속되어 있던 그의 신하들로부터 모욕과 버림을 당한 다윗은 무슨 말로 그의 영혼의 감정을 토로하였을까? 가장 어두운 시련의 시간에도 다윗의 마음은 하나님께 머물러 있었고 그는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PP 741.4

“여호와여 나의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일어나 나를 치는 자가 많소이다
많은 사람이 있어 나를 가리켜 말하기를
저는 하나님께 도움을 얻지 못한다 하나이다
여호와여 주는 나의 방패시요
나의 영광이시요 나의 머리를 드시는 자니이다
내가 나의 목소리로 여호와께 부르짖으니
그 성산에서 응답하시는도다
내가 누워 자고 깨었으니
여호와께서 나를 붙드심이로다
천만인이 나를 둘러치려 하여도
나는 두려워 아니하리이다…
구원은 여호와께 있사오니
주의 복을 주의 백성에게 내리소서”. 시 3:1~8
PP 742.1

다윗과 그와 함께 한 모든 무리들 곧 무사와 정치가들, 노인과 청년들, 여인과 작은 아이들이 밤의 어둠을 타서 깊고 빨리 흐르는 강을 건넜다. “새벽에 미쳐서 한 사람도 요단을 건너지 못한 자가 없었더라.” PP 742.2

다윗과 그의 군사들은 마하나임으로 후퇴하였는데 그 곳은 이스보셋의 왕좌가 있었던 곳이었다. 이 곳은 견고하게 축성된 성읍으로 전쟁 때에 퇴각하기 좋은 산지로 에워싸여 있었다. 이 나라는 식량이 잘 공급되어 있었고 백성들은 다윗의 일에 호의를 나타냈다. 여기서 많은 지지자들이 다윗의 편에 가담하였고 한편 같은 족속의 부자들은 풍부한 양식을 선물로 가져왔고 다른 이들은 필요되는 물품들을 공급하였다. PP 742.3

후새의 모략은 그 목적을 성취하여 다윗에게 도망할 기회를 주었으나 조급하고 성급한 왕자는 오래 참고 있을 수 없어 그는 곧 그의 아버지를 추격하였다. “압살롬은 모든 이스라엘 사람과 함께 요단을 건너니라.” 압살롬은 다윗의 누이 아비갈의 아들 아마사를 그의 군대의 총사령관으로 삼았다. 압살롬의 군사는 대군이었으나 훈련되지 아니하였으므로 그의 아버지의 노련한 병사들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PP 742.4

다윗은 그의 군대를 3개 대(隊)로 나누어 요압과 아비새와 가드 사람 잇대의 수하에 두었다. 그리고 그가 친히 전장에 나아가 그의 군대를 지휘하려 하였으나 이 일을 군장들과 모사들과 백성들이 격렬히 반대하였다. 그들은 말하기를 “왕은 나가지 마소서 우리가 도망할지라도 저희는 우리에게 주의하지 아니할 터이요 우리가 절반이나 죽을지라도 우리에게 주의하지 아니할 터이라 왕은 우리 만 명보다 중하시오니 왕은 성에 계시다가 우리를 도우심이 좋으니이다 왕이 저희에게 이르되 너희가 선히 여기는 대로 행하리라” 하였다. PP 742.5

성벽에서 볼 때 반역군의 긴 행렬이 다 시야에 들어왔다. 왕위의 찬탈자는 대군을 수행하고 있었고 그의 대군에 비하면 다윗의 군대는 소수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왕이 적군을 바라볼 때에 그의 마음에 맨 먼저 떠오른 생각은 왕위도, 나라도, 전쟁에 걸린 자신의 생명도 아니었다. 아버지의 마음은 그의 반역한 아들에 대한 사랑과 동정으로 충만하였다. 군대가 성문에서부터 줄을 지어 행진할 때에 다윗은 충성스러운 병사들을 격려하고 그들에게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승리를 주시리라는 것을 믿고 나아가도록 명하였다. 그러나 이 마당에서도 다윗은 압살롬에 대한 그의 사랑을 억누를 수 없었다. 첫 대를 인솔하는 요압은 수백 번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정복자였다. 그가 그의 군주의 마지막 기별을 듣기 위하여 거만스러운 그의 머리를 숙였을 때에 왕은 떨리는 음성으로 “나를 위하여 소년 압살롬을 너그러이 대접하라”고 말했다. 아비새와 잇대도 동일한 명령 곧 “나를 위하여 소년 압살롬을 너그러이 대접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압살롬이 그에게는 그의 나라보다 소중하고 그의 왕위에 충성을 다하는 신하들보다 귀중하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들리는 왕의 호소는 인륜에 어긋나는 아들에 대한 군사들의 분개심을 증가시킬 뿐이었다. PP 743.1

싸움이 벌어진 장소는 요단강 근처에 있는 숲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압살롬의 군대의 수효가 많은 것이 그에게 불리할 뿐이었다. 삼림의 잡목 숲과 늪 가운데서 이 훈련받지 못한 군대는 혼란하게 되고 지휘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무리가 다윗의 신복들에게 패하매 그날 그 곳에서 살육이 커서 이만에 이르렀다.” 싸움에 진 것을 보고 압살롬이 돌아서 도망하려 할 때에 그의 머리가 뻗어 있는 나뭇가지 사이에 걸렸고 그의 노새는 그 아래로 빠져나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매달려 원수의 밥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 병사가 이런 형편 중에 있는 그를 보았으나 왕의 불쾌히 여기심을 두려워하여 압살롬을 살려 두고 그가 본 것을 요압에게 보고하였다. 요압은 주저하지 아니하였다. 요압은 압살롬의 편이 되어 두번이나 그로 다윗과 화해하도록 했으나 그 신임은 수치스럽게도 배반당했다. 그리고 요압의 중재를 통하여 압살롬이 유리한 지위를 얻지 않았던들 이 반역과 거기 따른 모든 무서운 일들은 결코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이 모든 악의 선동자를 일격에 멸할 권세가 요압에게 있었다. 그가 “손에 작은 창 셋을 가지고 가서…압살롬의 심장을 찌르니…무리가 압살롬을 옮겨다가 수풀 가운데 큰 구덩에 던지고 그 위에 심히 큰 돌무더기를 쌓으니라.” PP 743.2

그리하여 이스라엘 중에 반역을 선동한 자들이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아히도벨은 자신의 손으로 자기의 목숨을 끊었다. 그의 뛰어난 아름다움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자랑이었던 고귀한 압살롬은 혈기 왕성한 청춘 시절에 죽임을 당했고 그의 시체는 구덩이에 던진 바 되어 영원한 질책의 표로 돌무더기에 덮였다. 압살롬은 생시에 자신을 위하여 왕의 골짜기에 값진 비석을 세웠으나 이제 그의 무덤을 표하는 기념비는 다만 광야에 있는 그 돌무더기였다. PP 744.1

반역의 두목이 살해되자 요압은 나팔을 불어 도망하는 적군을 추격하는 그의 군대를 소환하고 곧 사자들을 급파하여 왕에게 기별을 전하게 하였다. PP 744.2

성벽에서 전쟁 마당 쪽을 감시하던 파수꾼은 한 사람이 혼자 달려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얼마 후에 또 한 사람이 보였다. 처음 사람이 가까이 이를 때에 파수꾼은 성문 곁에서 기다리고 있는 왕에게 말하기를 “나 보기에는 앞선 사람의 달음질이 사독의 아들 아히마아스의 달음질과 같으니이다 왕이 가로되 저는 좋은 사람이니 좋은 소식을 가져오느니라 아히마아스가 외쳐 왕께 말씀하되 평강하옵소서 하고 왕의 앞에 얼굴을 땅에 대고 절하여 가로되 왕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양하리로소이다 그 손을 들어내 주왕을 대적하는 자들을 붙여 주셨나이다”고 하였다. “소년 압살롬이 잘 있느냐”란 왕의 애절한 질문에 아히마아스는 회피하는 대답을 하였다. PP 744.3

둘째 사자가 와서 “내 주 왕께 고할 소식이 있나이다 여호와께서 오늘날 왕을 대적하던 모든 원수를 갚으셨나이다”고 부르짖었다. 다시 아버지 왕의 입술에서 “소년 압살롬이 잘 있느냐”라는 애절한 질문이 흘러나왔다. 슬픈 소식을 감출 수 없어 사자는 “내주 왕의 원수와 일어나서 왕을 대적하는 자들은 다 그 소년과 같이 되기를 원하나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이것으로 넉넉하였다. 다윗은 그 이상 더 묻지 아니하였고 머리를 숙이고 “문루로 올라가서 우니라 저가 올라갈 때에 말하기를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면,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였더라.” PP 744.4

전쟁 마당에서 돌아오는 승리의 군대가 성읍에 가까이 이를 때에 그들의 승리의 함성은 산들의 메아리를 일깨웠다. 그러나 그들이 성문에 들어설 때에 그 함성은 사라지고 그들의 깃발은 저희 손에서 수그러지고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그들은 정복자라기보다 오히려 패배를 당한 자들처럼 행진하였다. 그 까닭은 왕이 그들을 환영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지 아니하고 문루에서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면,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하고 통곡하고 부르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PP 745.1

“왕이 그 아들을 위하여 슬퍼한다 함이 그날에 백성들에게 들리매 그날의 이김이 모든 백성에게 슬픔이 된지라 그날에 백성들이 싸움에 쫓겨 부끄러워 도망함같이 가만히 성으로 들어가니라.” PP 745.2

요압은 매우 분개하였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의기양양하고 기뻐할 이유를 주시고 일찍이 이스라엘 중에서 알려진 반역 중 최대의 반역을 파쇄하게 하셨으나 이 큰 승리는 그의 범죄로 무수한 용사들의 피를 흘리게 한 압살롬을 위한 애도로 변하게 되었다. 사납고 솔직한 대장 요압은 왕의 앞으로 달려가 담대히 말하기를 “왕께서 오늘 왕의 생명과 왕의 자녀의 생명…을 구원한 모든 신복의 얼굴을 부끄럽게 하시니 이는 왕께서 미워하는 자는 사랑하시며 사랑하는 자는 미워하시고 오늘 장관들과 신복들을 멸시하심을 나타내심이라 오늘 내가 깨달으니 만일 압살롬이 살고 오늘 우리가 다 죽었더면 왕이 마땅히 여기실 뻔 하였나이다 이제 곧 일어나 나가서 왕의 신복들의 마음을 위로하여 말씀하옵소서 내가 여호와를 가리켜 맹세하옵나니 왕이 만일 나가지 아니하시면 오늘 밤에 한 사람도 왕과 함께 머물지 아니할지라 그리하면 그 화가 왕이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당하신 모든 화보다 더욱 심하리이다”고 하였다. PP 745.3

비탄에 빠진 왕에게 가혹하고도 잔인하기까지 한 책망이었으나 다윗은 그것에 분개하지 않았다. 그의 장수가 옮음을 알고 다윗은 문으로 내려가 그의 용감한 병사들이 그의 옆을 행진할 때에 용기와 칭찬의 말로 그들을 환영하였다. PP 7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