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와 선지자
28장 시내에서의 우상숭배
모세가 없는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은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백성들은 그가 여호수아와 함께 산으로 올라가 아래 평야에서 볼 수 있는 빽빽한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 구름은 산꼭대기에 걸쳐 있었으며 때때로 하나님의 임재의 빛으로 환하게 밝아지곤 했다. 그들은 그가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애굽에 있을 때 물질로 표현된 신들에 익숙해 있었으므로 눈으로 볼 수 없는 존재를 신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신앙을 유지하기 위하여 모세를 의지하여 왔다. 그러나 이제 그는 저들과 떨어져 있었다. 여러 날이 지나고 여러 주가 지나도 그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구름이 여전히 그들에게 보이는데도 진영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지도자가 그들을 버렸거나 맹렬한 불에 소멸되어 버린 것처럼 보였다. PP 315.1
이 기다리는 기간은 그들이 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명상하고 그분께서 그들에게 더 주실지도 모를 계시를 받을 마음의 준비를 갖춰야 할 시간이었다. 이 일을 위하여 그 시간은 너무 긴 시간은 아니었다. 그들이 만일 그렇게 하면서 하나님의 요구를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분 앞에 그들의 마음을 겸비하게 했더라면 그들은 유혹에서 보호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며, 곧 부주의하고 게으르고 무법하게 되었다. 특별히 섞인 무리가 그러했다. 그들은 약속의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가고 싶어 못견뎌 했다. 그들에게 순종하는 조건으로 좋은 땅이 약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잊어버렸다. 더러는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백성들은 가나안으로 나아가든지 아니면 애굽으로 돌아가든지 간에 더 이상 모세를 기다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PP 315.2
그들의 지도자의 부재로 인하여 그들의 상태가 속절없다고 느낀 그들은 옛날의 미신으로 되돌아갔다. “잡족”들이 제일 먼저 불평과 초조에 빠졌으며 그들은 뒤따라 일어난 배도의 선봉이 되었다. 애굽 사람들이 신의 상징으로 존경했던 대상물 중에 황소나 송아지가 있었다. 애굽에서 이런 형태의 우상을 숭배하던 사람들이 송아지를 만들어 경배하자고 제안했다. 백성들은 하나님을 나타내는 표상 곧 모세를 대신하여 그들을 인도할 어떤 형상을 갈망하였다. 하나님께서는 그분 자신과 비슷한 모양을 주시지 않으셨고 그같은 목적으로 어떠한 물질적인 조상(彫像)을 만드는 것을 금하셨다. 애굽과 홍해에서 행하신 큰 표적들은 여호와를 눈에 보이지 않는 전능하신 이스라엘의 조력자와 유일하신 참 하나님으로 믿도록 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임재를 눈으로 보고자 하는 그들이 갈망을 해소시키기 위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한 구름기둥과 불기둥 그리고 시내산에서의 당신의 영광의 현현이 주어진 바 되었다. 그들 앞에는 아직도 하나님의 임재를 나타내는 구름이 있었지만 저들의 마음이 애굽의 우상숭배로 되돌아가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영광을 “소의 형상으로” 나타냈다(출 32장 참조). PP 315.3
모세가 없는 동안에 사법권이 아론에게 위임되어 있었다. 많은 군중들이 아론의 장막에 모여 “우리를 인도할 신을 우리를 위하여 만들라 이 모세 곧 우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사람은 어찌되었는지 알지 못함이라”고 요구하였다. 그들은 지금까지 그들을 인도하여 왔던 구름은 이제 산 위에 영구히 머물러 있어서 더 이상 그들의 여행을 인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구름기둥을 대신할 한 우상을 가져야만 했다. 그리고 전에 제의한 대로 애굽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면 이 우상을 그들의 신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앞세우고 가는 것이 애굽 사람들의 호감을 살 것이라 했다. PP 316.1
그런 위기는 확고부동하고 결단성이 있고 불굴의 용기를 가진 사람 곧 민중의 인기나, 개인적 안전이나, 생명 그 자체보다도 하나님의 영예를 더 높이는 사람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의 이스라엘의 지도자는 이런 성격의 인물이 아니었다. 아론은 무기력하게 백성들에게 항의했다. 그러나 이 중대한 시점에서 그가 보인 동요와 소심한 태도는 더욱 그들을 단호하게 만들 뿐이었다. 소요는 점점 확대되었다. 맹목적이요 이론에 닿지 않는 광란이 군중을 지배하는 것 같았다. 하나님과 세운 언약에 충실한 사람이 더러 있었으나 대부분의 백성들이 이 반역에 가담했다. 우상을 만들자는 제의를 우상숭배라고 용감하게 지적한 소수의 무리는 공격을 당하고 거친 취급을 받았으며, 혼란과 흥분 속에서 마침내 그들의 생명을 잃고 말았다. PP 316.2
아론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염려하였다. 그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당당히 일어서지 못하고 군중의 요구에 굴복하였다. 백성들의 교만한 탐심이 그런 희생을 거절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그는 우선 모든 백성들에게 금 귀걸이를 모아 오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원하여 그들의 장식품을 내놓았고 그는 이것들을 가지고 애굽의 신들을 모방하여 송아지 형상을 부어 만들었다. 백성들은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 신이로다”하고 선언했다. 그리고 비열하게도 아론은 여호와께 그같은 모욕적인 행위를 하도록 내버려 두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일을 했다. 그는 금신상을 백성들이 만족히 여기고 환대하는 것을 보고 그 앞에 제단을 쌓고 “내일은 여호와의 절일이니라”고 선포하였다. 나팔수들은 이 포고를 이 집단에서 저 집단으로 온 진영에 전달했다. “이튿날에 그들이 일찍이 일어나 번제를 드리며 화목제를 드리고 앉아서 먹고 마시며 일어나서 뛰놀더라.” “여호와의 절일”이라는 구실 하에 그들은 폭식과 경박한 주연에 스스로 빠져들어 갔다. PP 317.1
오늘날에도 향락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자주 “경건의 모양”으로 분장되는가! 한편으로 사람들에게 예배의 의식을 거행하도록 하면서 이기적이거나 육욕적 만족에 탐닉하게 버려두는 종교는 지금도 이스라엘 시대처럼 군중의 환심을 사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교회에서 권위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헌신하지 않은 사람들의 욕망에 굴복하여 그들이 범죄하도록 놔두는 우유부단한 아론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 PP 317.2
히브리 사람들이 하나님과 더불어 그분의 음성을 청종하겠다고 엄숙한 언약을 세운 지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산 앞에서 공포에 질려 떨면서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있게 말지니라”고 하시는 여호와의 말씀을 들었었다. 아직도 하나님의 영광은 회중이 볼 수 있는 시내산 꼭대기에 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님께로부터 돌아서서 다른 신들을 구했다. “저희가 호렙에서 송아지를 만들고 부어 만든 우상을 숭배하여 자기 영광을…소의 형상으로 바꾸었도다”(시 106:19, 20). 자기 자신을 친절하신 아버지와 전능하신 왕으로 나타내신 그분께 대하여 어떻게 이보다 더 큰 배은망덕을 보일 수 있겠으며 이보다 더 대담한 모독을 돌릴 수 있겠는가! PP 317.3
산에 있던 모세는 진영에서 일어난 배도에 관한 경고와 지체 없이 하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나님께서는 “너는 내려가라 네가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네 백성이 부패하였도다 그들이 내가 그들에게 명한 길을 속히 떠나 자기를 위하여 송아지를 부어 만들고 그것을 숭배하”였다고 말씀하셨다. 그분께서는 초기에 그러한 움직임을 제지하실 수 있으셨다. 그러나 그 일이 최고 절정에 달하도록 묵인하신 이유는 반역과 배도로 받게 될 형벌 가운데서 한 가지 교훈을 만민에게 가르치시기 위함이었다. PP 317.4
하나님의 백성과 더불어 세우신 그분의 언약이 무효가 되었으므로 그분은 모세에게 “나대로 하게 하라 내가 그들에게 진노하여 그들을 진멸하고 너로 큰 나라가 되게 하리라”고 말씀하셨다. 이스라엘 백성 중에 특별히 섞인 무리가 걸핏하면 하나님께 대해 반역하였다. 그들은 또한 그들의 지도자에 대하여 불평하고 그들의 불신과 고집으로 그를 슬프게 하기 일쑤였다. 그들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는 것은 몹시 힘이 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었다. 그들의 죄는 이미 하나님의 은총을 빼앗아 갔으며 공의는 그들의 멸망을 요구하였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들을 멸망시키고 그 대신 모세로 하여금 큰 나라가 되게 하시겠다고 제의하셨다. PP 318.1
“나대로 하게 하라 내가 그들을 진멸하”리라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멸하시기로 뜻을 정하셨다면 누가 그들을 위하여 간구할 수 있겠는가? 죄인들로 하여금 그들이 당할 운명에 빠지도록 버려두지 않을 자들은 얼마나 적은가! 하나님께서 친히 자기만을 구원해 주시겠다고 제안하실 때, 안락하고 명예로운 지위를, 망은과 불평만을 보답으로 받게 될 많은 수고와 부담과 희생의 운명과 기꺼이 맞바꾸려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PP 318.2
그러나 모세는 좌절과 진노밖에는 나타나지 않은 곳에서 희망의 근거를 찾아냈다. 그는 “나대로 하게 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금지하는 뜻이 아니요 중재하도록 격려하는 말이며 자기의 기도밖에는 아무것도 이스라엘을 구원할 수 없다는 암시로서, 만일 그와 같이 간구하면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용서하시리라는 뜻으로 이해하였다. 그는 “그 하나님 여호와께 구하여 가로되 여호와여 어찌하여 그 큰 권능과 강한 손으로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신 주의 백성에게 진노하시나이까” 하였다. PP 318.3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을 버리셨다는 것을 알려 주셨다. 하나님께서 그들에 대하여 모세에게 말씀하실 때에 “네가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네 백성”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모세는 겸손히 이스라엘에 대한 자기의 지도권을 부인하였다. 그들은 “그의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것”이라고 그는 주장하였다. “큰 권능과 강한 손으로…인도하여 내신 주의 백성에게…어찌하여 애굽 사람으로 이르기를 여호와가 화를 내려 그 백성을 산에서 죽이고 지면에서 진멸하려고 인도하여 내었다 하게 하려 하시나이까.” PP 318.4
이스라엘이 애굽을 떠난 지 몇 달이 못 되어 그들의 놀라운 해방에 대한 소식이 인근의 모든 민족들에게 퍼졌다. 공포와 무서운 예감이 이방인들에게 임했다. 모든 사람이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위하여 행하실 일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이 지금 멸망을 당한다면 그들의 원수들은 승리의 개가를 부를 것이며 하나님께서는 수치를 당하실 것이었다. 애굽 사람들은 하나님이 당신의 백성으로 희생을 드리도록 하기 위하여 광야로 인도해 낸 것이 아니라 그들을 죽이시려고 불러내셨다고 한 그들의 비난이 사실이었다고 주장할 것이었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지은 죄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고, 하나님께서 그처럼 영화롭게 하셨던 백성들의 파멸로 인해 그분의 이름을 비난할 것이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이름이 찬양을 받도록 하기 위하여 그분께서 매우 영화롭게 하신 사람들에게 놓인 책임이 얼마나 큰가! 그분의 재앙을 불러들이고 불경건한 사람들이 그분의 이름을 욕되게 만드는 죄를 범하지 않도록 얼마나 조심해야 하겠는가! PP 319.1
이스라엘 백성을 위하여 중재할 때에 모세는 이제까지 하나님의 인도 하에서 그가 여러모로 정력을 쏟아 온 이스라엘 백성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 때문에 그의 소심함은 없어졌다. 여호와께서는 모세의 간청을 들으시고 그의 이기심 없는 기도를 응답해 주셨다.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종을 시험하셨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성실성과 범죄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백성들에 대한 그의 사랑을 시험하셨다. 그러나 모세는 이 시련을 고상하게 잘 견디어 냈다. 이스라엘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이기적인 동기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선민의 번영은 자기 개인의 명예나 큰 나라의 조상되는 특권보다도 더 귀중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성실함과 단순한 마음과 그의 진실함을 기뻐하시고 그에게 신실한 목자로서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할 중대한 책임을 맡기셨다. PP 319.2
모세는 “증거의…판”을 들고 여호수아와 함께 산에서 내려올 때 몹시 소란한 상태에 있는 것이 분명한, 흥분된, 군중들의 외치는 소리와 고함소리를 들었다. 군인인 여호수아는 처음에는 원수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여호수아는 “진중에서 싸우는 소리가 나나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세는 그 소요의 성질을 보다 올바르게 판단했다. 그 소리는 싸우는 소리가 아니요 환락의 소리였다. “이는 승전가도 아니요 패하여 부르짖는 소리도 아니라 나의 듣기에는 노래하는 소리로다.” PP 319.3
진영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그들은 백성들이 우상의 주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보았다. 이것은 애굽의 우상 숭배적 축제를 모방한, 이교적인 방탕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께 대한 엄숙하고 경건한 예배와는 얼마나 다른가! 모세는 너무나 놀라 어찌할 바를 알지 못했다. 그는 방금 하나님의 영광이 임재해 있는 데서 왔으며 비록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대해 경고를 받았지만 이스라엘의 이처럼 무서운 타락의 장면을 보고 견딜 수 없었다. 그의 분노는 불처럼 뜨거웠다. 백성들의 범죄에 대한 그의 혐오감을 나타내 보이기 위하여 그는 돌비를 내던졌다. 그러자 그것은 백성들의 목전에서 깨어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그들이 하나님과 세운 언약을 깨뜨린 것처럼 하나님께서도 그들과 세우신 그분의 언약을 파기하셨다는 것을 나타냈다. PP 320.1
진영에 돌아온 모세는 잔치에 모인 군중을 헤치고 나아가 우상을 들어 불속에 던졌다. 그 후 그는 그것을 갈아 가루로 만들어 산에서 내려오는 시내에 뿌리고 백성들에게 그 물을 마시게 하였다. 그렇게 하여 그들이 섬겨 왔었던 신은 전혀 무가치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PP 320.2
그 위대한 지도자는 범죄한 그의 형을 불러 “이 백성이 네게 어떻게 하였기에 네가 그들로 중죄에 빠지게 하였느뇨” 하고 엄중히 문책하였다. 아론은 백성의 소동을 이야기함으로 즉, 만일 그가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죽임을 당했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을 방어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이 백성의 악함을 당신이 아나이다 그들이 내게 말하기를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 이 모세 곧 우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사람은 어찌 되었는지 알 수 없노라 하기에 내가 그들에게 이르기를 금이 있는 자는 빼어 내라 한즉 그들이 그것을 내게로 가져왔기로 내가 불에 던졌더니 이 송아지가 나왔나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세로 하여금 기적, 곧 금을 불 속에 던졌더니 초자연적 능력에 의하여 송아지로 변하였다는 것을 믿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변명과 얼버무려 넘기는 수법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는 범죄의 주모자로서 공정히 다루어졌다. PP 320.3
아론이 백성들보다 훨씬 더 많은 축복을 받고 명예를 얻었다는 사실이 그의 죄를 더 흉악스럽게 만들었다. 우상을 만들고 축제를 공포한 사람은 “여호와의 성도”(시 106:16) 아론이었다.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하려는 백성들의 의도를 제지하지 못한 아론은 모세의 대변자로 임명되었고 하나님께서 친히 “그의 말 잘함을 내가 아노라”(출 4:14)고 증거하셨던 사람이었다. 하나님께서 애굽 사람들과 그들의 신들에게 재앙을 내리시는 데 쓰셨던 사람이 부어 만든 우상 앞에서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 신이로다”라고 선포하는 말을 태연하게 듣고 있었다. 산에서 모세와 함께 있으면서 여호와의 영광을 바라보았고 아무것을 가지고라도 그 영광을 나타낼 우상을 만들 수 없음을 안 그가 바로 그 영광을 소의 형상으로 바꾼 자였다. 하나님께서 모세가 없는 동안 백성을 다스릴 권한을 위탁하셨던 그가 그들의 반역을 재가하였다. “여호와께서 또 아론에게 진노하사 그를 멸하려 하셨”(신 9:20)다. 그러나 모세의 열렬한 중재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그의 생명이 보존되었다. 그는 자신의 큰 죄를 참회하고 겸비하게 행함으로 하나님의 은총을 회복했다. PP 320.4
만일 아론이 결과에 관계없이 용기 있게 의를 위하여 굳게 섰더라면 그는 그 배도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만일 그가 하나님께 대한 자신의 충성을 확고부동하게 유지하였더라면, 또 그가 시내 광야의 위험들을 백성들에게 상기시켜 주고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율법을 순종하겠다고 하나님으로 더불어 세운 엄숙한 언약을 그들에게 상기시켜 주었더라면 그 악은 제지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백성들의 요구에 대한 그의 순응과 그들의 계획을 수행한 뻔뻔스러움이 그들로 하여금 담대하게 그들이 먼저 생각한 것보다 더 깊은 죄에 빠져들게 했다. PP 323.1
모세가 진영에 돌아와 반역자들과 대면했을 때에 그의 날카로운 책망과 의분 곧 그가 율법이 기록된 신성한 돌판을 깨뜨림으로 나타낸 분노는 백성들이 볼 때 그의 형의 유쾌한 말과 품위 있는 태도와는 대조적이었다. 백성들은 아론을 동정했다.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아론은 그들의 요구에 굴복한 자신의 연약함에 대한 책임을 백성들에게 전가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은 그의 점잖음과 참을성을 찬탄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보는 것같이 보지 않으신다. 아론의 양보하는 정신과 백성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소망은 그가 재가하고 있었던 범죄의 극악함을 볼 수 없도록 그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범죄하도록 영향력을 끼친 그의 태도는 수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 이것과는 대조적으로 모세의 태도는 하나님의 뜻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이스라엘의 행복을 자신의 번영이나 명예나 생명보다 더 귀중하게 여겼다. PP 323.2
하나님께서 벌하실 모든 죄 중에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악을 행하도록 격려한 죄보다 그분께서 보시기에 더 큰 죄는 없다. 하나님께서는 그 행위가 아무리 고통스러울지라도 그분의 종들은 신실하게 악을 책망하는 것으로 저들의 충성심을 나타내기를 바라신다. 하나님께서 사명을 맡겨 주심으로 영예를 얻은 사람들은 약하고 구부러지기 쉬운 기회주의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자신을 높이려는 의도를 갖지 말아야 하고 자기 마음에 맞지 않는 의무도 피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흔들리지 않는 성실성을 가지고 하나님의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PP 323.3
하나님께서 모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멸망을 면할 수 있게 하셨지만 그들의 배도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 했다. 아론의 승인으로 그들이 빠지게 된 무법과 반역이 신속히 분쇄되지 않는다면 더욱 사악해져서 마침내 그 민족을 돌이킬 수 없는 파멸 속으로 떨어지게 할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 같은 악은 가차 없이 엄격하게 몰아내야 했다. 진영 입구에 서서 모세는 백성들을 향하여 “누구든지 여호와의 편에 있는 자는 내게로 나아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배도에 가담하지 않았던 자들은 모세의 오른편에 자리를 잡고 범죄하였으나 회개한 사람들은 왼편에 자리를 잡기로 되어 있었다. 백성들은 이 명령을 순종하였다. 레위 지파는 우상숭배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다른 지파들 가운데는, 비록 범죄하였었지만 이제 회개함을 표시하는 큰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주로 송아지를 만들자고 선동했던 섞인 무리로 대부분 이루어진 큰 집단이 완고하게도 그들의 반역을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이제 모세는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으로 그의 오른편에 있는, 우상숭배에 빠지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그들의 칼을 차고 가서 반역을 고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을 죽이라고 명령하였다. “이날에 백성 중에 3천 명가량이 죽인 바 된지라.” 지위나 혈연이나 교우 관계에 상관없이, 행악의 주모자들은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스스로 회개하고 겸비한 사람들은 모두 용서함을 받았다. PP 324.1
이 무서운 심판을 수행한 사람들은 하나님의 권위를 가지고 하늘 왕의 선고를 집행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분별없이 그들의 동료들을 판단하고 정죄하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악행에 대한 그분의 선고를 집행하도록 명하실 때에는 인간은 순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고통스러운 행위를 한 사람들은 그렇게 함으로 그들이 반역과 우상숭배를 증오한다는 것을 나타내고 참 하나님을 더 잘 섬기기 위하여 자신을 바쳤다. 여호와께서는 레위 지파를 특별히 구별하심으로 그들의 충성을 영광스럽게 하셨다. PP 324.2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에게 은전(恩典)을 후히 주시고 그들이 자진하여 그분의 권위에 순종하겠다고 서약한 하늘 왕께 대역죄를 범하였다. 하나님의 정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역자들에게 형벌을 집행해야만 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하나님의 긍휼이 나타났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율법을 옹호하시는 동시에 선택의 자유와 모든 사람에게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신다. 고집스럽게 반역을 계속한 사람들만 끊어졌다. PP 324.3
하나님께서 우상숭배를 불쾌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인근 민족들에게 증거하기 위하여 이 죄는 반드시 처벌될 필요가 있었다. 모세는 하나님의 도구로서 범죄한 사람들에게 형벌을 집행함으로써 그들의 범죄에 대한 엄숙하고도 공공연한 항의를 기록으로 남겨야 했다. 이후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인근 족속의 우상숭배를 정죄할 때에 그들의 원수들은 여호와를 그들의 하나님이라고 주장했던 백성들이 호렙산에서 송아지를 만들어 예배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할 것이었다. 그 때에는 이스라엘이 그 수치스러운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범죄자들이 당한 무서운 운명을 그들의 죄가 재가를 받지도 못했고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는 증거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PP 325.1
공의 못지않게 사랑도 이들의 죄에 대한 심판이 집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의 통치자이실 뿐만 아니라 보호자이시다. 그분께서는 반역에 고착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파멸로 인도하지 않도록 그들을 죽게 하신다. 가인의 목숨을 살려 두심으로 하나님께서는 죄를 처벌하지 않고 방임하는 결과가 무엇인가를 온 우주에 예증해 보여주셨다. 그의 생활과 교훈이 그의 후손들에게 끼친 영향은 온 세상을 홍수로 멸망시킬 수밖에 없는 부패된 상태로 몰아갔다. 홍수 전 세계 역사는 장수(長壽)가 죄인에게 축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이 저들의 사악을 제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오래 살면 살수록 더 부패하게 되었다. PP 325.2
시내산에서의 배도도 그러했다. 범죄에 대한 형벌이 신속하게 집행되지 않으면 동일한 결과가 다시 일어났을 것이다. 이 세상은 노아의 때와 같이 부패하게 되었을 것이다. 만일 이 범죄자들이 처벌되지 않았더라면 가인의 생명을 살려 둠으로 일어난 결과보다 더 큰 재앙들이 연달아 일어났을 것이다. 수백만에게 불가피하게 내릴 심판을 막기 위하여 수천 명이 고통을 당하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의 긍휼이다. 하나님께서는 많은 사람들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소수를 벌하셔야 했다. 그뿐 아니라 백성이 하나님께 대한 그들의 충성을 버렸을 때에 그들은 하나님의 보호를 잃어버렸고 그들의 방어벽은 무너져 민족 전체가 원수들의 세력에 노출되었다. 그 악이 빨리 제거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얼마 안가서 그들의 무수한 강적의 먹이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행복과 또 모든 후세대에게 교훈을 주기 위하여 그 범죄가 빨리 처벌되어야 했다. 그리고 죄인들 자신에게 있어서도 그들이 빨리 악한 행로에서 끊어지는 것은 결코 적지 않은 자비스러운 배려였다. 그들의 목숨이 부지되었다 하더라도,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께 반역하도록 만든 그 같은 정신이 그들 중에 증오와 분쟁을 일으켜 결국 그들은 서로 죽였을 것이다. 그 범죄가 빨리 그리고 매우 가혹하게 처벌된 것은 세상에 대한, 이스라엘에 대한 그리고 범죄자들에 대한 사랑에서였다. PP 325.3
그들의 죄가 얼마나 흉악한지를 깨닫고, 온 진영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들은 모든 범죄자들이 죽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두려워했다. 그들의 염려를 측은하게 생각하여 모세는 그들을 위하여 하나님께 한 번 더 호소하겠다고 약속했다. PP 326.1
모세는 “너희가 큰 죄를 범하였도다 내가 이제 여호와께로 올라가노니 혹 너희의 죄를 속할까 하노라”고 말했다. 그는 올라가 하나님 앞에 자복하는 가운데, “슬프도소이다 이 백성이 자기들을 위하여 금신을 만들었사오니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 그러나 합의하시면 이제 그들의 죄를 사하시옵소서 그렇지 않사오면 원컨대 주의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버려 주옵소서”라고 말했다. 하나님께서는 “누구든지 내게 범죄하면 그는 내가 내 책에서 지워버리리라 이제 가서 내가 네게 말한 곳으로 백성을 인도하라 내 사자가 네 앞에 가리라 내가 보응할 날에는 그들의 죄를 보응하리라”고 대답하셨다. PP 326.2
모세의 기도에서 우리의 마음은 모든 사람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고 선악간에 저들의 행위가 낱낱이 기록된 하늘의 기록책에 향하게 된다. 생명책은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참여한 일이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만일 이들 중에 하나님을 떠나서 완고하고 고집스럽게 죄를 버리지 않음으로 마침내 성령의 감화에 대하여 마음이 강퍅하게 되면 그들의 이름이 심판 때에 생명책에서 지워지고 멸망당하게 될 것이다. 모세는 죄인의 운명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만일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거절하신다면 그는 자기의 이름도 그들의 것과 같이 지워지기를 바랐다. 그는 그처럼 은혜롭게 해방된 백성에게 하나님의 심판이 이르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 이스라엘을 위한 모세의 중보는 죄인들을 위한 그리스도의 중보를 설명해준다.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그리스도께서 하신 것처럼 모세에게 범죄자의 죄를 짊어지도록 하지 않으셨다. 여호와께서는 “누구든지 내게 범죄하면 그는 내가 내 책에서 지워버리리라”고 말씀하셨다. PP 326.3
백성들은 깊은 슬픔으로 죽은 사람들을 매장했다. 3천명이 칼에 죽었고 얼마 안 가서 진중에 전염병이 발생했다. 그런데다가 하나님의 임재가 더 이상 저들의 여행길에 함께하지 않으리라는 기별이 왔다. 여호와께서는 “나는 너희와 함께 올라가지 아니하리니 너희는 목이 곧은 백성인즉 내가 중로에서 너희를 진멸할까 염려함이니라.”고 선언하셨다. 그러고는 “너희는 단장품을 제하라 그리하면 내가 너희에게 어떻게 할 일을 알리겠노라”(출애굽기 33장 참조)는 명령이 내렸다. 그 때에 온 진영에 통곡이 있었다. 참회와 겸비로써 “이스라엘 자손이 호렙산에서부터 그 단장품을 제하니라.” PP 327.1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임시 예배 장소로 사용하던 성막이 옮겨져 “진과 멀리 떠나게” 되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서 그분의 임재를 거두셨다는 또 하나의 증거였다. 그분께서는 모세에게는 당신을 나타내시고자 하셨으나 그 같은 백성에게는 그렇게 하시기를 원치 않으셨다. 책망은 그들의 폐부를 찔렀다. 그 책망이 양심에 가책을 느낀 군중들에게는 큰 재난의 전조같이 보였다. 여호와께서 그들을 완전히 멸하시려고 모세를 진에서 떠나게 하지 않으셨는가? 그러나 그들은 희망 없이 버려지지 않았다. 성막은 진 밖에 세워졌고 모세는 그것을 “회막(會幕)”이라고 불렀다. 진심으로 회개하고 여호와께 돌아가기를 바라는 자들은 모두 그리로 나아가 그들의 죄를 자복하고 그분의 긍휼을 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백성들이 그들의 장막으로 돌아갔을 때에 모세는 성막으로 들어갔다. 백성들은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위한 모세의 중보가 가납되었다는 증거를 보고자 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만나기 위하여 하감하신다면, 그들은 완전히 소멸당하지는 않게 되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구름기둥이 내려와 회막 문에 머물렀을 때에 백성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들은 “다 일어나 각기 장막문에 서서 경배하”였다. PP 327.2
모세는 자기의 보호 아래 있는 사람들의 완고함과 무지 몽매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싸워야 할 어려움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모세는 백성들을 설복시키기 위해서는 하나님께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을 보다 더 분명하게 나타내시도록 그리고 그분의 임재에 대한 보증을 주시도록 탄원하였다. “보시옵소서 주께서 나더러 이 백성을 인도하여 올라가라 하시면서 나와 함께 보낼 자를 내게 지시하지 아니하시나이다 주께서 전에 말씀하시기를 나는 이름으로 너를 알고 너도 내 앞에 은총을 입었다 하셨사온즉 내가 참으로 주의 목전에 은총을 입었사오면 원컨대 주의 길을 내게 보이사 내게 주를 알리시고 나로 주의 목전에 은총을 입게 하시며 이 족속을 주의 백성으로 여기소서.” PP 327.3
그 대답에 “내가 친히 가리라 내가 너를 편케 하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모세는 아직도 만족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완고하고 회개하지 않은 그대로 놓아두시면 무서운 결과가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그의 영혼을 억눌렀다. 그는 자신의 생명이 동포들의 생명과 분리되는 것을 참을 수 없어서 하나님의 은총이 그분의 백성들에게 다시 회복되도록, 그리고 그분의 임재의 표적이 계속 그들의 여행을 지도하여 주시기를 기도하였다. “주께서 친히 가지 아니하시려거든 우리를 이곳에서 올려 보내지 마옵소서 나와 주의 백성이 주의 목전에 은총 입은 줄을 무엇으로 알리이까 주께서 우리와 함께 행하심으로 나와 주의 백성을 천하 만민 중에 구별하심이 아니니이까.” PP 328.1
여호와께서는 “너의 말하는 이 일도 내가 하리니 너는 내 목전에 은총을 입었고 내가 이름으로도 너를 앎이니라”고 말씀하셨다. 여전히 예언자는 탄원을 그치지 않았다. 모든 기도가 다 응답되었으나 그는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더 큰 증거들을 갈망했다. 그는 이제 지금까지 어떤 인간도 해본 일이 없는 요구 곧 “원컨대 주의 영광을 내게 보이소서”라고 요구했다. PP 328.2
하나님께서는 그의 요구를 참람(僭濫)되다고 책망하지 않으시고 은혜로운 말씀으로 “내가 나의 모든 선한 형상을 네 앞으로 지나게 하”리라고 말씀하셨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 중에 가리어지지 않은 하나님의 영광을 보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모세는 자기가 견딜 수 있을 만큼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될 것이라는 보증을 받았다. 모세는 다시 산꼭대기로 올라오라는 부름을 받았다. 그 때에 세계를 창조하신 손 곧 “산을…옮기실지라도 산이 깨닫지 못하는”(욥 9:5) 그 손이 흙으로 지음을 받은 피조물이며 위대한 신앙의 소유자인 이 사람을 취하여 바위틈에 두셨다. 그 때 하나님의 영광과 그분의 모든 선한 형상이 그의 앞으로 지나갔다. PP 328.3
이 경험-다른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임재하심이 그와 함께 하리라는 약속-은 모세에게는 자기 앞에 있는 사업이 성공하리라는 보증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경험을 모든 애굽의 학문이나 정치적·군사적 지도자로서의 그의 모든 재능보다도 무한히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겼다. 어떠한 지상의 권력이나 기술이나 학문도 하나님의 항상 계시는 임재를 대신할 수 없다. PP 328.4
범죄자들에게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손에 빠지”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모세는 창조주의 뜻과 일치하였으므로 영원한 분의 존전에 홀로 섰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시편 기자는 “내가 내 마음에 죄악을 품으면 주께서 듣지 아니하시리라”(시 66:18)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여호와의 친밀함이 경외하는 자에게 있음이여 그 언약을 저희에게 보이시리로다”(시 25:14)고 덧붙인다. PP 329.1
하나님께서는 친히 “여호와로라 여호와로라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로다 인자를 천대까지 베풀며 악과 과실을 용서하나 형벌받을 자는 결단코 면죄하지 않”으리라고 선포하셨다. PP 329.2
“모세가 급히 땅에 엎드리어 경배하”였다. 그는 다시 하나님께서 그분의 백성의 죄를 용서하시고 그들을 그분의 소유로 삼아 주시기를 간청하였다. 그의 기도는 응답을 받았다.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에게 그분의 은총을 회복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아직 “온 땅 아무 국민에게도”(출애굽기 34장 참조) 행하시지 아니하신 놀라운 일들을 행하시겠다고 약속하셨다. PP 329.3
40주야 동안 산에 머물러 있는 기간 동안 그는 이전의 40주야 때와 같이 기적적으로 생명이 유지되었다. 아무도 그와 함께 산에 오르도록 허락되지 않았으며 그가 없는 동안에 어떤 사람도 산에 접근하도록 허용되지 않았다. 그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돌판 둘을 준비하여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리고 여호와께서는 다시 “언약의 말씀 곧 십계를 그 판들에 기록하셨”다. PP 329.4
하나님과 교통한 오랜 시간 동안에 모세의 얼굴은 하나님의 임재의 영광을 반사하였다. 자기 자신은 알지 못하였으나 그가 산에서 내려왔을 때에 그의 얼굴은 눈이 부시도록 빛났다. 그와 같은 빛이 재판관들 앞에 소환된 스데반의 얼굴을 비추어 “공회 중에 앉은 사람들이 다 스데반을 주목하여 보니 그 얼굴이 천사의 얼굴과 같”(행 6:15)았다. 백성들은 말할 것 없고 아론도 모세를 피하여 “그에게 가까이 하기를 두려워하”였다. 모세는 그들이 당황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았으나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그들에게 가까이 오라고 재촉했다. 모세는 하나님이 화해하시겠다고 하신 맹세를 그들에게 제시하고 그분의 은총이 회복되었다는 것을 확신시켰다. 그들은 그가 사랑과 간청의 말만을 하는 것을 깨닫고 마침내 한 사람이 담대하게 모세에게 접근했다. 그는 너무 무서워서 말은 못하고 묵묵히 모세의 얼굴을 가리키고 다음에 하늘을 가리켰다. 그 위대한 지도자는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알아차렸다. 그들의 죄를 의식하고 아직도 하나님의 불쾌히 여기심 아래 있는 줄로 생각한 그들은 만일 그들이 하나님을 순종하였더라면 그들에게 기쁨을 충만케 해주었을 그 하늘의 빛을 견딜 수 없었다. 범죄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죄와 상관없는 영혼은 하늘의 빛을 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PP 329.5
모세는 그들에게 전할 기별이 많았다. 그러므로 그들이 겁내는 것을 민망스럽게 생각하여 그는 얼굴을 수건으로 가렸다. 그 때 후로는 하나님과 교통하고 진으로 돌아올 때마다 계속 그렇게 했다. PP 330.1
하나님께서는 이 빛으로 그분의 율법의 거룩하고 고매한 특성과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타난 복음의 영광에 대하여 이스라엘 백성에게 감명을 주시고자 계획하셨다. 모세가 산에 있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율법판뿐 아니라 구속의 경륜도 보여 주셨다. 그는 그리스도의 희생이 유대 국가 시대에는 모든 유형과 상징으로 예표된 것을 보았다. 그리고 모세의 얼굴에 비친 빛은 하나님의 율법의 영광의 빛에 못지않게 갈바리에서 흘러나온 하늘의 빛이었다. 그 신성한 조명(照明)은 유일하신 참 간구자의 대표자인 눈에 보이는 중보자로 봉사했던 시대의 영광을 상징했다. PP 330.2
모세의 얼굴에서 반사된 영광은 그리스도의 중보를 통하여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는 백성이 받을 축복을 예시(例示)한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과 가까이 교제하면 할수록 그리고 그분의 요구를 더 분명히 알면 알수록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더 완전하게 닮게 되고 더 쉽게 그분의 품성에 참여하는 자가 될 수 있다고 증거한다. PP 330.3
모세는 그리스도의 예표였다. 백성들이 그의 얼굴의 영광을 보고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중보자가 자기의 얼굴을 가린 것처럼 신성한 중보자이신 그리스도께서도 그분이 세상에 오실 때에 그분의 신성을 인성으로 가리셨다. 만일 그리스도께서 하늘의 광명을 입으시고 오셨다면 그는 죄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하실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분의 임재의 영광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분은 타락한 인류에게 접근하셔서 그들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자신을 낮추시고 “죄있는 육신의 모양”(롬 8:3)을 입으셨다. PP 3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