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보훈

1/52

산상보훈

1장 산 위에서

예수께서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시기 14세기 전, 이스라엘 자손들이 평평한 세겜 골짜기에 모였다. 산 좌우 쪽에서 축복과 저주를 내리는 제사장들의 음성이 들려 왔다. “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들으면 복이 될 것이요…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듣지 아니하(면)…저주를 받으리라”(신명기 11장 27, 28절). 축복의 말씀이 선포되었던 이 산은 이렇게 하여 축복의 산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죄와 슬픔이 많은 세상에 축복이 된 말씀이 선포된 곳은 그리심 산상이 아니었다. 이스라엘은 그들 앞에 제시된 높은 이상에 도달하지 못했다. 여호수아가 아닌 다른 누가 그 백성을 믿음의 참 안식처로 인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는 그리심 산이 아닌 게네사렛 호수 옆에 있는 한 이름 없는 산, 곧 예수께서 당신의 제자들과 군중에게 축복의 말씀을 주셨던 그 산이 축복의 산으로 알려져 있다. MB 1.1

상상의 나래를 펴고 당시의 그 곳으로 되돌아가 보자. 제자들과 함께 산상에 앉아 그들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생각과 감정 속으로 파고 들어가 보자. 예수님의 말씀이 이를 들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깨닫게 된다면, 그 말씀에서 새 생기와 미를 발견함은 물론 스스로 그 속에 담긴 더욱 깊은 교훈을 찾게 될 것이다. MB 1.2

구주께서 봉사 사업을 시작하시던 때에, 메시야와 그분의 사업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들은 그분을 영접하기에 너무나도 부적당하게 되어 있었다. 진정한 신앙 정신이 유전과 의식존중주의로 인해 상실당하고, 예언들이 교만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자들의 손에 의해 마음대로 해석되었다. 유대인들은 장차 오실 분을, 죄에서 구원해 줄 구주로서가 아니라 모든 나라를 유다 지파 사자의 권세 아래 복종시킬 위대한 왕으로 오시기를 기다렸다. 옛날 선지자들처럼 마음을 성찰케 하는 능력을 가진 침례 요한이 그들에게 회개하라고 외친 것도 허사가 되고 말았다. 요단 강가에서 예수님을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지적해 준 일이 허사가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이사야가 예언한 고난의 구주를 그들의 마음에 지적해 주고자 말씀하셨으나, 그들은 그것을 듣고자 하지 않았다. MB 1.3

만일, 이스라엘의 교사들과 지도자들이 예수님의 변화시키는 능력에 굴복하였더라면, 그분께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을 당신의 사신으로 삼았을 것이다. 천국이 가까웠다는 기별과 회개하라는 호소는 유대 땅에 먼저 전파되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신성을 모독하는 자들을 내어 쫓음으로써, 예수께서는 자신이 메시야, 곧 죄의 부정에서 심령을 정결케 하시며 당신의 백성을 주님의 거룩한 성전으로 만드시는 분임을 선언하셨다. 그러나 유대인 지도자들은 마음을 낮추어 나사렛에서 온 그 겸손한 선생을 영접하고자 하지 않았다.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을 두 번째 방문하셨을 때 산헤드린 회의에 소환되셨다. 그때, 이들 회원들이 예수님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하지 못했던 것은 순전히 백성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 일이 있은 후 그분께서는 유대를 떠나 갈릴리에서 봉사 사업을 착수하셨다. MB 2.1

예수께서는 산상 설교를 하시기 전 몇 개월 동안 이 지방에서 당신의 사업을 계속하셨다. 그분께서 갈릴리 전역에 선포하신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마태복음 4장 17절)는 기별은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저들의 열렬한 소망의 불길을 더욱 부채질하였다. 이 새 교사의 명성은 팔레스틴의 경계 너머까지 퍼져 갔다. 그리하여 성직자들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분이 오랫동안 기다리던 구원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많은 무리가 예수님을 따라 모여들게 되자, 사람들의 열기가 점점 고조되었다. MB 2.2

그리스도와 매우 가깝게 지내 온 제자들에게는 바야흐로, 예수님의 사업에 더욱 직접적으로 연합하여 일함으로써 많은 무리들이 목자 없는 양처럼 버림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때가 온 것이었다. 제자들 중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의 봉사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그분과 함께 해 왔으며, 열 두 제자가 거의 모두 예수님의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 왔다. 그러나 그들 역시 랍비의 가르침에 현혹되어 일반 사람들과 똑같이 세상 왕국을 기대하였다. 그들은 예수께서 하시는 일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분께서 제사장들과 랍비들의 후원을 얻어 사업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시고, 세상 왕으로서의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으시는 것을 본 순간, 그들은 이미 혼란과 고민에 빠져 있었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하늘로 올라가실 때 그들에게 맡겨질 거룩한 책임을 위하여 준비하기 전에 미리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일단 그리스도의 사랑에 반응을 나타낸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비록 더디 믿는 마음이 있긴 했지만, 예수께서는 당신의 위대한 사업을 위하여 훈련시키고 교육할 가치가 있는 자들을 그들 가운데서 발견하셨다. 이제 그들이 그분의 사명에 나타난 거룩한 특성을 어느 정도 확신할 만큼 충분히 그분과 오래 지내 왔고 또 백성들도 의심할 수 없는 그분의 능력에 대한 증거를 보게 되었으니, 그분의 나라가 가지는 진정한 특성을 바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그 나라의 원칙들을 공포할 준비가 이루어진 셈이었다. MB 3.1

예수께서는 갈릴리 바다 가까이 있는 한 산 위에서 이들 택한 자들을 위해 밤새 혼자서 기도하셨다. 새벽에, 그분께서는 그들을 당신께로 부르셔서 기도와 교훈의 말씀을 주시고, 그들의 머리 위에 손을 얹어 축도하심으로 복음 사업을 위하여 그들을 구별하셨다. 그러고 나서 그들과 함께 해변으로 가셨는데, 거기는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많은 무리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MB 4.1

통상 볼 수 있는 갈릴리 지방의 사람들 외에, 유다와 예루살렘과 베뢰아와 반 이교 지역인 데가볼리와 유다 남방에 있는 이두매와 두로와 시돈과 지중해 연안에 있는 베니게 등지에서 온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 그들은 “그의 하신 큰 일을 듣고” “예수의 말씀도 듣고 병 고침을 얻으려고” 왔는데, “이는 능력이 예수께로 나서 모든 사람을 낫게 함이러라”(마가복음 3장 8절; 누가복음 6장 17~19절). MB 4.2

그러나 그 좁은 해안에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자 갈망하는 무리가 그분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범위 안에 다 설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그들을 다시 산으로 인도하셨다. 그 많은 무리가 다 넉넉하게 앉을 수 있는 평평한 장소에 이르자, 그분께서는 풀밭에 앉으셨다. 그러자 그분의 제자들과 무리들도 그분을 따라 앉았다. MB 4.3

제자들은 무슨 특별한 일이 생기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선생님 곁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아침에 일어난 일도 있고 하여 어리석게도, 그분께서 당신이 미구에 세우실 왕국에 대해 곧 모종의 발표를 하실 것으로 기대했다. 무리들 중에도 무엇을 기대하는 듯한 기운이 농후하였다. 그들의 들뜬 얼굴은 그들이 깊은 흥미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MB 4.4

푸른 언덕에 앉아 거룩한 선생님의 말씀을 기다리는 동안, 그들의 마음은 장래의 영광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 중에는 밉살스런 로마 인들을 지배하고 세계적인 대제국으로서의 부와 영광을 누릴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는 서기관과 바리새인들도 있었다. 가난한 농부들과 어부들은 비참한 그들의 오막살이와 변변치 못한 음식, 그리고 고역의 생애와 기근의 공포가 모든 것이 풍족한 저택과 안락한 생애로 바뀔 것이라는 보증의 말씀을 듣는 것이 소원이었다. 낮에는 의복이 되고 밤에는 이불이 되는 남루한 단벌 겉옷 대신에, 그리스도께서 그들의 정복자들이 입고 있는 것과 같은 훌륭하고 비싼 옷을 주시기를 그들은 바랐다. MB 5.1

모든 사람의 마음은 멀지 않아 이스라엘이 주님의 택한 백성으로 만국 앞에서 존경을 받고 예루살렘이 세계적인 왕국의 머리로 높임을 받게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벅차올랐다. MB 5.2